<산철쭉/김용진, 산철쭉 캐려고/나태주, 고향 산철쭉/손해일, 철쭉꽃 무리로 피는 그리움/정양자, 철쭉꽃/양전형>
산 속에 다투어 피어난 하얀 철쭉, 빨간 철쭉 어느 무명 화가의 화폭인가
<산철쭉/ 김용진>
신록이 아름답기로 오늘 같으랴
가뭄 뒤에 단비 내린 날
산 속에 다투어 피어난
하얀 철쭉, 빨간 철쭉
어느 무명 화가의 화폭인가
지나던 발길 예서 멈추니
탄성이 메아리 되어 퍼진다
갈 길 바쁘다던 여인들이
꽃 속에 꽃이 되어 미소 지으니
꽃과 여인이 하나로 피어난다
신록 속의 신비요
아름다움의 극치로다
이대로 세월만 가라기엔
너무나 아쉬움만 남아
한 장 차-알-칵 상자에 담는다.
꽃 속에 꽃이 되어 미소 지으니 꽃과 여인이 하나로 피어나고...
<산철쭉을 캐려고/ 나태주>
산철쭉을 캐려고 새벽 아침
이내 자욱한 산길을 오르던 나의 시각에
그대는 단잠에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겨우 꿈속에서나
어디론지 가고 있는 나를 짐작해 보고 있었을 것이다.
봄 저수지 잉어 뛰는 소리에
한 귀를 팔면서
산철쭉을 캐가지고 돌아오던 나의 시각에
그대는 겨우 잠에서 깨어
낭랑한 아침 새소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또, 내가 잠시 시장한 것도 참으면서
마당의 흙을 후비고
여러 꽃나무 옆에 새 꽃나무를 심고 있던 그 시각에
그대는 이제 세수를 마치고 아침 화장을 하면서
나를 기다리는 이슬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벼랑 위에 위태로운
한 기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꽃가마 타고 넘은 철쭉고개는 불붙는 듯 철쭉으로 꽃바다였는데...
<고향 산철쭉/ 손해일>
연지곤지
어머니 열여덟 새악시 적
꽃가마 타고 넘은
철쭉고개는
불붙는 듯 철쭉으로
꽃바다였는데
외할머니 뵈오려
어머니 손잡고
종종걸음 치던 날은
찌르르뚜르르
풀벌레 소리마저
어린 나를 설레게 했는데
지금도 봄이면
미나릿강 새움이 돋고
산철쭉 흐드러져
하늘로 하늘로
꽃불을 터뜨리는데
하루를 두고도 열흘을 사시는 어머니
주름살 골진 이랑
육자배기 자지러진
소쩍새 울음
내 속가슴 허방에사
진홍의 꽃물만 흥건히 고여
철쭉 빛깔 시를 쓴다.
꽃무리로 피는 그리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억만년을 기다리는 것이네.
<철쭉꽃 무리로 피는 그리움/ 정영자>
막아야 되네,
지리산 운봉자락 아래
잎만 키 높이로 내려다보는 철쭉 능선을 넘어
바람 속에 오르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온 길,
그래도 할 말은 남아
꽃으로 피고 있나.
천년만년을 기다려
꽃으로 피고
보고 싶은 마음은 꽃몽오리에 담아
운봉 너머 바래봉까지
아직도
그리움 남아서 꽃이 필 것이라는 데,
철쭉골 능선 오솔길에
사랑 하나
실바람 꽃타래로 지나고 있다.
함께 떠났지만
숲길에서 잃어버린
사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려
꽃무리로 피는 그리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억만년을 기다리는 것이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
<철쭉꽃/ 양전형>
다 펼친 게 아름다운가
다 숨긴 게 아름다운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침없이 속 다 꺼낸 너를 용서한다
붉은 고백 하나로도
너는 죄를 다 씻었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
아, 너의 뜨거움을 바라봄으로
너의 소갈머리 닮은 꽃눈이 지금
북풍설한의 빙점 뚫고 돋아난
내 안의 꽃눈들이 지금,
아아 나는 몰라요 그대여!
나 지금 철쭉이어요 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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