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꽃 (나병춘)

머루랑 2009. 7. 3. 22:13

 

 

꽃이라는 말

나비라는 말

왜 이리 좋으냐

꽃처녀 가는 길에 나비 없다면

나비 가는 길에 꽃이 없다면

그게 마을이냐

그게 꽃잔치냐

 

 

 

 

꽃이라는 말 속으로 발음할 때

입술이 꽃이다

혓바닥이 꽃이다

목구멍이 꽃이다

싸한 향내가 진동한다

숨소리가 꽃이다

온 천지가 꽃이다

  

 

 


꽃 꽃 꽃 꽃이 활짝 웃는다

꽃처녀가 걸어간다 꽃이 춤춘다

꽃잎이 우수수 흩날린다

나비가 날아가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꽃이라는 말 나비라는 말

왜 이리 짠하냐

 

 

 

 

  

 

천지에 나비는 자취도 없어지고

다만 홀로 남아 산벚나무 아래 서성이고

비 개인 능선에 쌍 무지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꽃이라는 나비라는

그대라는 말이 없다면

난 대체 어쩌란 말이냐?

 

<꽃/ 나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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