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도종환, 연못가에 핀 나리꽃/ 장수원, 참나리/ 손정모, 나리꽃/ 김용수>
서로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
<나리꽃/ 도종환>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무심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으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 올라
물줄기에 쓸려 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 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 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틈에서고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연못에 퍼지는 파문을 따라 애 마음도 슬퍼라~~
<연못가에 핀 나리꽃/ 장수원>
하늘 보고 핀 꽃잎에
이슬 고일 때
못가엔 흰 구름
말없이 흐르고
목을 누르는 슬픔에
눈물 떨구면
연못에 퍼지는 파문을 따라
이 마음도 슬 퍼라
뜻 모르는 소금쟁이
파문타고 넘나들 때
흰 구름도 서글퍼
꽃잎에 숨어들고
나 또한 어찌하리.
몰래한 사랑
빠알간 꽃잎에
슬픈 눈물 떨군다오
대답없는 네게 매달려 사랑을 노래하지만 너의 시선은~~
<참나리/ 손정모>
해마다 여름이면
진주
새벼리 절벽
참나리 꽃 눈부시다.
진달래 알고부터
눈에 익은 꽃물결
물안개에 떠밀려
강물에도 굽이친다.
기다림 부질없던 날마다
살며시 입술 깨물며
눈물져 흐느끼던
순수한 영혼이여.
보는 이 마다 나리꽃을 꽃 중에 꽃이라 하지만 그보다도 네 마음이 더 고아...
<나리꽃/ 김용수>
초여름의 햇살을 타고
그녀가 오고 있다.
쪽빛물결 일렁이듯 연주홍 치마를
사알짝 들어 올려
하늘빛 파르스름한 속살이 보일 듯 말듯,
이슬망울 터트리는 수줍음으로
천성이 유순한 그녀가 오고 있다.
보아주는 이 별로 없는
오솔길 멀리 외진 기슭이라도
갯바람이 얄밉게 흔들어 대는
바닷가 돌 틈 사이에도
보는 이 마다 꽃 중에 꽃이라 하지만
그보다도 마음이 더 고아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는 그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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