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여름 시-5

머루랑 2009. 7. 21. 18:45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나팔꽃/ 이해인, 사랑/ 박형진,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여름방/ 김달진>

마당가 다알리아꽃 곱게피어 달빛 받을 때 멍석깔고 저녁을 먹는다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달빛을 먹는다


 

  

 아침에 나팔꽃이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늦잠을 깹니다~

 

<나팔꽃/ 이해인>


햇살에 눈뜨는 나팔꽃처럼
나의 생애는
당신을 향해 열린 아침입니다
 
신선한 뜨락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소망 끝에
내 안에서 종을 치는
하나의 큰 이름은
언제나 당신입니다
 
順命보다 원망을 드린
부끄러운 세월 앞에
해를 안고 익은 사랑
때가 되면
추억도 버리고 떠날
나는 한 송이 나팔꽃입니다
 
  

 

꿀을따러 멀리 날아온 꿀벌도 잠시 쉬어가는 비 개인 오후...

 

  <사랑/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비가 그치건 말건 열차는 계속 달려야만 한다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비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가는 잘도 자고, 옥수수는 무럭무럭 잘도 큰다 

  

 

 
<여름방/ 김달진>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조각 구름 떠있는

저 佛岩山마저 맞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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