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나팔꽃/ 이해인, 사랑/ 박형진,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여름방/ 김달진>
마당가 다알리아꽃 곱게피어 달빛 받을 때 멍석깔고 저녁을 먹는다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달빛을 먹는다
…
아침에 나팔꽃이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늦잠을 깹니다~
<나팔꽃/ 이해인>
햇살에 눈뜨는 나팔꽃처럼
나의 생애는
당신을 향해 열린 아침입니다
신선한 뜨락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소망 끝에
내 안에서 종을 치는
하나의 큰 이름은
언제나 당신입니다
한 송이 소망 끝에
내 안에서 종을 치는
하나의 큰 이름은
언제나 당신입니다
順命보다 원망을 드린
부끄러운 세월 앞에
해를 안고 익은 사랑
부끄러운 세월 앞에
해를 안고 익은 사랑
때가 되면
추억도 버리고 떠날
나는 한 송이 나팔꽃입니다
추억도 버리고 떠날
나는 한 송이 나팔꽃입니다
꿀을따러 멀리 날아온 꿀벌도 잠시 쉬어가는 비 개인 오후...
<사랑/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비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비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가는 잘도 자고, 옥수수는 무럭무럭 잘도 큰다
<여름방/ 김달진>
긴 여름날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조각 구름 떠있는
저 佛岩山마저 맞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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