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광복절에 읽는 시

머루랑 2009. 8. 15. 12:00

 

 

 수락산 견우봉(하강바위)정상에 휘날리는 태극기...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서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라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팡이는 푸르고 푸른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 하고 앉았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침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 하였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꽃이 먼저 알아/ 한용운>


  

 

 푸른 하늘아래 휘날리는 태극기가 오늘따라 더욱 힘차고 기상있어 보입니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게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 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무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집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독립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