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김춘추, 때/ 김광규, 옥수수/ 고진영, 여름날 마천에서/ 신경림, 소라/ 조병화>
며친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아직도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청개구리
토란 잎에서 졸고
해오라기
깃털만치나
새하얀 여름 한낮
고요는
수심(水深)
보다 깊다
<오수/ 김춘추>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친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즐일 때
<'때' 중/ 김광규>
제 둥지도 못 틀은 뻐꾸기가 마른나뭇가지 위에서 그렇게 울던 날...
어린 날
내 이빨 빠진 모습
생각난다
쉰이 한참 넘어서서
내 입속에서
쉰내가 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제 둥지도 제대로
못 틀던
뻐꾸기가 그렇게 울던 날
<옥수수/ 고진영>
버드나무가 소낙비에 머리를 감을 때, 꽃들은 피어나고...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다보다
차가 갑자기 불은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밖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여름날 마천에서/ 신경림>
뭉게구름 속으로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갑니다~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이 그립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 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소라/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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