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일가 (문태준)

머루랑 2009. 8. 26. 22:20

 

 

 귀뚜라미 한 마리가 내 방에 찾아왔네.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어제보다 훤씬 커졌지. 내 이가 다 시실 정도까지...

 

 

 

 

 

 

귀뚜라미 한 마리가 내 방에 찾아왔네.

사실은 내가 귀뚜라미를 불러들였지.

과일이 썩으면서 벌레를 불러들이듯이.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어제보다 훤씬 커졌지.

내 이가 다 시실 정도였으니.

새벽녘 한참을 울적엔

서로에게

마치 엉성하게 쌓인 돌담이라도 되어

너도 나도

더는 갈 곳 없어

더는 갈 곳 없어

서로에게

받힌 돌처럼 앉아서.

 

<일가/ 문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