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개구리 울음소리 (최창균)

머루랑 2009. 11. 24. 13:24

 

낙엽도 다 진 산골짝에 아직 겨울잠 자러가지 않은 저 금개구리의 사연은....

 

 

 개구리 울음소리 지워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 내 생의 발걸음소리 빠뜨렸던 것~ 

 

 

 

 

 

 

<개구리 울음소리/ 최창균>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렸다 

어느 봄밤 

물꼬 보러 논둑길 들어서자 

뚝 그친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려 

고요의 못을 팠다 

한발 한발 

개구리 울음소리 지워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 

내 생의 발걸음소리 빠뜨렸던 것 

나는 등 뒤에서 되살아나는 

개구리 울음소리 듣고는 

불현듯 가던 길 잠시 멈춰 뒤돌아보니 

내 고요의 못이 왁자하니 메워지는 소리 듣는다 

비로소 내가 지워지는 저 개구리 울음소리 

나는 그 논배미에서 

벌써 걸어나와 집에 누웠는데도 

개구리 울음소리는 줄기차게 따라와 

내게 빠져 운다 

내 삶의 못에 빠져 운다 

 

 

 

 

 

 

 

 

'<詩 휴게실> > 봄, 여름 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꽃 (정호승)  (0) 2010.04.28
목련꽃 시 6편  (0) 2010.04.02
백담사 2 (조병화)  (0) 2009.09.06
일가 (문태준)  (0) 2009.08.26
오수, 때, 옥수수, 소라, 여름날 마천에서..   (0) 200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