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도 다 진 산골짝에 아직 겨울잠 자러가지 않은 저 금개구리의 사연은....
개구리 울음소리 지워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 내 생의 발걸음소리 빠뜨렸던 것~
<개구리 울음소리/ 최창균>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렸다
어느 봄밤
물꼬 보러 논둑길 들어서자
뚝 그친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려
고요의 못을 팠다
한발 한발
개구리 울음소리 지워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
내 생의 발걸음소리 빠뜨렸던 것
나는 등 뒤에서 되살아나는
개구리 울음소리 듣고는
불현듯 가던 길 잠시 멈춰 뒤돌아보니
내 고요의 못이 왁자하니 메워지는 소리 듣는다
비로소 내가 지워지는 저 개구리 울음소리
나는 그 논배미에서
벌써 걸어나와 집에 누웠는데도
개구리 울음소리는 줄기차게 따라와
내게 빠져 운다
내 삶의 못에 빠져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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