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봄, 여름 詩

오수, 때, 옥수수, 소라, 여름날 마천에서..

머루랑 2009. 8. 21. 13:17

                          <오수/ 김춘추, 때/ 김광규, 옥수수/ 고진영, 여름날 마천에서/ 신경림, 소라/ 조병화>

 

 며친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아직도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청개구리

토란 잎에서 졸고

 

해오라기

깃털만치나

새하얀 여름 한낮

 

고요는

수심(水深)

보다 깊다

 

<오수/ 김춘추>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친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즐일 때

 

<'때' 중/ 김광규>

 

 

 

 

 

제 둥지도 못 틀은 뻐꾸기가 마른나뭇가지 위에서 그렇게 울던 날...

 

 

어린 날

내 이빨 빠진 모습

생각난다

 

쉰이 한참 넘어서서

내 입속에서

쉰내가 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제 둥지도 제대로

못 틀던

뻐꾸기가 그렇게 울던 날

 

<옥수수/ 고진영>

 

 

 

 

 

버드나무가 소낙비에 머리를 감을 때, 꽃들은 피어나고...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다보다

차가 갑자기 불은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밖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여름날 마천에서/ 신경림>

 

 

  

 

 뭉게구름 속으로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갑니다~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이 그립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 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소라/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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