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집으로 가는 길 (최하림)

머루랑 2009. 8. 26. 23:01

 

가을 찬바람이 일면, 두고온 고향집 뒷마루가 생각난다!

 

 

 

 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 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국화꽃 바람이 돈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

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

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

 

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 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 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 고요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

한 달도 마무들도 오늘 내 고요를 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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