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코스모스 시 (유창섭, 홍해리, 이해인 외)

머루랑 2009. 8. 29. 16:07

  <코스모스/ 유창섭, 홍해리, 이해인, 심종은, 코스모스에 바침/ 홍수희>

 가장 낮은 가을 바람에도 허리를 굽혀 흔들리는 이 마음을...

  

 <코스모스/ 유창섭>

 

모든 것 휩쓸려 내려간 척박한 땅,

가뭄도, 홍수도, 태풍에도,

끄떡없이 반쯤 뿌리 뽑혀 누운

허리 굽은 몸으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먼 산 너머로 눈길을 보낸다


하마 소식 한 줄 있을지 몰라


삶은 온통 기다림의 세월이라는 걸

겨우겨우 깨닫고 나서야

산 그림자 따라 나서는 가을 햇살에도,

아무도 없는 들길

어쩌다 만나 마주치는 눈길에도,

날려 보내는 향


가장 낮은 바람에도 허리를 굽혀

흔들리는 마음


  

 

 

 은하처럼 열 지은 하얀 꽃, 빨간 꽃, 분홍의 군무...

 

 <코스모스/ 홍해리>

 

아침마다

짙어가는 안개의 밀도

안개 속

아픔을 뚫고 터뜨리는

화사한 웃음

현란한 꽃의 맵시여

은하처럼 열 지은

하얀 꽃

빨간 꽃

분홍의 군무

하늘로 향해서 열린

동경의 가슴마다 한낮맞이 단장에

부산한 새벽 사랑을 한다  

 

  

손에 잡히지 않게

높아진 하늘

이 맑은 하늘의 푸르름 아래

조용한

생명의 향기

성숙을 서두르는

꽃의 재촉

안개는 

날마다 짙어만 가고

달빛 푸르게

그림자를 던지면

점점 투명해지는

꽃의 가슴팍

아침마다

영롱한 이슬이

태양에 불타고

꽃은 별빛 유혹의 밀어에

가슴을 찢는

환희를 익힌다.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코스모스/ 이해인>

 

몸 달아 기다 리다 피여 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 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슴 재가되겐 할수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그 어디 한서린 혼령들 있어외로운 들녘에 눈물처럼 무리 지어 피어났는가~

 

 

 <코스모스에 바침/ 홍수희>

 

그 어디 한(恨)서린 혼령들 있어

외로운 들녘

눈물처럼 무리 지어 피어났는가


가도 가도 저만치서 손을 흔드는

베일을 휘감은 비밀의 전설


오늘은 그대 떠나보내고

내일은 또 너희 누굴 위하여

가지마다 여윈 손 흔들어 주어야 하나

 

어느 서럽고 야속한 땅에

그리운 한 목숨 그렇게 있어

저절로 붉게 붉게 울어야 하나


꺾지 못할 질긴 모가지,

차마 이승을 뜨지 못한 듯

빗물만 그렇게 마시고 선 듯


그 어디 한(恨) 많은 혼령들 있어

소낙비 스쳐간 들녘

눈물처럼 통곡처럼 피어났는가

 

 

 

 

 

 꿈과 사랑이 있어, 행복이 있어, 님 그려 연모하는 분홍 꽃을 가득 피웠나 보다.

 

 

 

 

 

 

<코스모스/ 심종은>

 

현실이 고달파 그리워진 꿈이었기에

잊어버린 세월 틈바귀에서

곱게 자란 코스모스는

가녀린 목을

부쩍 하늘로 치켜세웠나 보다.


태양을 향하여 휘어 달리는

휘황한 어지러움이

숨 가쁘게 마찰해 오는

잎새 면면에

잊어버린 진실을 하얗게 꽃 피우고,


꿈 있어

사랑이 있어

행복이 있어

님 그려 연모하는 분홍 꽃을

가득 피웠나 보다.


밤낮으로

꿈을 피우고, 또 피우고.....

우아한 향기로 짙게 몸단장해도

님이 오지 않을 땐

스스럼없이 져버리는 것을

 

샛말갛다 검붉게

순정의 넋을 태우다

밤새 다투어 피웠나 보다.


 

 

 

 

 

 

 

'<詩 휴게실> > 가을,겨울 時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 (박건한)  (0) 2009.09.08
서가(序歌)/ 이근배  (0) 2009.09.06
구절초 시편 (박기섭)  (0) 2009.08.26
가을바람 (허만하)  (0) 2009.08.20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외)  (0) 20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