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의 숨소리를 듣는다.
가을의 첫줄을 쓴다
깊이 생채기 진 여름의 끝의 자국
흙탕물이 쓸고 간 찌거기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의 숨소리를 듣는다
금실 같은 볕살을 가슴에 받아도
터트릴 꽃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
이제 바람이 불면
마른 잎으로 떨어져 누울
나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과 산다는 것의
뒤섞임과 소용돌이 속에서
쨍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가을의 첫 줄을 쓴다.
<서가(序歌)/ 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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