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설악산

설악산 (귀때기청-3)

머루랑 2009. 8. 29. 22:51

 

 △귀때기청에서 바라보는 가리산전경

 

 설악에 취해 놀다보니 이미 중식시간도 훌쩍 지나치고 말았다. 우리 옆지기와 함께할때면 매번 혼나는

명당(?) (그늘이 있고, 멋진 조망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면, 절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는

내 성격 탓도 있지만, 너덜지대인 귀청구간 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중 하나인 그늘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자꽃/ 석죽과>

추운 겨울날 식량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다 동사한 동자승의 슬픈전설을 간직한 동자꽃은

반드시 마을쪽을 바라보며 피어있다고 한다. 꼭 한번 확인해 보시길...   

 

      △인간의 발길을 거부한채 태고의 신비스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장군바위골! 

 

 

<쑥부쟁이/ 국화과>

 

 

 

 

 1,409봉에서 바라보는 주걱봉(우측 뾰족한)이 송곳니 처럼 솟아있다. 골짜기마다 집중호우의 흔적이 선명하다.

 

  <산부추/ 백합과>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세월을 살아오며 온갖 사연들이 많았음을 몸으로 보여주는 노송의 강인한 생명력에 박수를~ 

 

 

 <금강초롱/ 초롱꽃과>

같은 지역에서 자라는 꽃인데도 햇볕을 많이 받고 덜받는 등의 여러 조건들에 의하여

모든 꽃들의 색상들이 모두 다르다.

 

 

 

 

 

  <설악산 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

 

 

 

 

  1,409봉 오르는 철계단이 하늘길 같이 까마득하다. 

 

 

 

  <어수리/ 산형과>

비록 하찮은 꽃이지만, 아름답지 않은 꽃은 이 세상에 없다. 오직 인간들의 편견으로 바라보고 판단 할 뿐이다.

 

  <송이풀/ 현삼과> 

 

   1,409봉에서 바라보는 귀때기청봉 위를 흐르는 흰구름과 파란 하늘이 검푸른능선과 대비되어 눈이 시리도록 시원하다.    

 

  <산 오이풀/ 장미과>

 

   

1,289봉 오르는 철계단이 아스라히 건너다 보인다.  바로 이 곳에서 때기청밑에서 3명의 산행객을 만난 이후로

 네번째 산행객인 대포급 카메라를 둘러메고 혼자 온 젊은이를 만났다.

 

한계령으로 내려 간다고 하는데 산행차림으로 보아 사진촬영이 목적인 듯 허술하다.

아마도 대승령 이정표에 있는 '한계령삼거리 2시간 20분소요'라는 푯말을 믿고 올라온 듯 한데 늦은 시각에 걱정이다.

적어도 3시간 이상은 걸리는 거리인데...ㅉㅉ

 

 

<구절초/ 국화과>

  

산에 오르다

꽃 한 송이를 보았네

나를 보고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그 꽃을 보았네

하늘을 보고 피어있는 누님 닮은 꽃

 

<산에서 본 꽃/ 오광수>  

 

 

 

  이 철계단이 없다면 1,409봉을 오르기는 거으의 불가능할 것 같이 깊은 협곡에 높은 각도로 설치되어 있어

겨울철에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참당귀 꽃망울/ 산형과>

이제서야 꽃을 피우려는 참당귀는 잘 익어가는 석류열매 같다.

 

  

 

 

귀때기청봉 등산지도 및 장수대지구 버스 시각표 (지도를 클릭하시면 화면이 커짐)

 

 

  

암릉으로 이루어진 1,289봉과 큰감투봉 일원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서식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등산로변에도 얼마되지 않은 듯한 산양특유의 동글동글한 한약제를 닮은 배설물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변의 형태로 보아 아주 건강하게 자란 성체들로 보인다.

 

  <설악산 산양의 배설물> 

 

  

동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수심에 잠긴 듯한 저 망부석은 산행중 만나는 사람이 귀한 이 서북릉 종주길에서는

 마치 사람을 만난 것 같이 반가운 것 중의 하나이다~♪ 

 

 <모시대/ 초롱꽃과>

금강초롱과 꽃이피는 시기 등 비슷한 점이 많지만, 통꽃이 아닌 꽃모양, 다섯갈래로 갈라지는 점 등이 다르다. 

 

 

  

1,289봉을 내려온 다음 아름드리 주목군락지를 지나 대승령으로 향하는 태고의 숲속, 속이 비어버린 커다란 신갈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백담사쪽 바깥세상 풍경... 온갖 참견 다하는 바람에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대승령 갈림길에 다다라 비로소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다.

2리터가량 넉넉히 싸가지고 온 물도 반 이상이나 그대로 남아있고 과일이랑 기타 간식거리도 그대로 남았다.

왜냐하면 멋진 설악의 풍광과 예쁜 모습으로 반겨주던 설악들꽃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쓰다듬고

이야기하며 놀아주다 보니 목도 마른지도 모르고 배가 절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일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만 어느순간부터 그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버스가 잠시 휴게소에 정차 했을때 사가지고 온 강원도 삶은 옥수수를 몇줄 뜯다가

 후다닥 휴대폰을 꺼대어 시간을 보니, 뿔 싸~ 시간이 없다, 시간이...

 

  

 

  <흰물봉선/ 봉선화과>

  

 

오후 16시 32분을 막 넘어서고 있는게 아닌가~ 아이고 이 일을 어쩌나~  

 장수대에서서울가는 버스편이 17:05분, 17:20분, 17:30분인데 이 차편을 놓치면 여지없이 19:05분까지

9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다.  

 

17:30분 차를 타려면 장수대까지 1시간 이내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물자마자

본능적으로 급히 배낭을 꾸려서 대승폭으로 냅다 달려 내려가기 시작을 한다.

 

하산할 때 급경사를 뛰어 내려가는 것은 금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늘은 무리를 하기로 한다. 어찌나 급하게 내달렸는지 저녁 먹거리를 구하러 나왔던

다람쥐 부부가 그만 놀라서 나뒹구는데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대승폭을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급경사 계단으로 이루어진 전망대 지역을 통과하는데 

입에선 단내가 나고 왼쪽 무릎에 이상이 느껴짐을 감지하고

속도를 조금 늦추며 폰시간을 보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장수대통제소 건물이 보이는 곳에 이르러 계곡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열을 식혀보려 하지만 

오히려 땀은 비오듯 더 쏟아진다. 계곡을 건너 통제소를 막 나서려는데 흰물봉선이 무리지어 피어있는게 아닌가!

 내가 누군가... 디카를 꺼내어 급하게 몇장 담는 손이 파르르 떨려온다.

 

장수대에 도착하니 17:06분이다. 대승령에서 장수대까지 1시간 1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단 30여분만에 하산을 완료하고, 커브길을 막 돌아서 내려오는 속초발 동서울행 버스를

다급하게 손을들어 세우고 지친몸을 내어 맏긴다.

 

    설악이여! 잘 있거라!

들꽃들아, 너희들과 함께한 오늘, 참으로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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