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명사찰,석불

보물 제 216호인 법주사 마애여래의상의 미소

머루랑 2010. 11. 10. 23:08

 

△법주사 마애여래의상/ 보물 제 216호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조사에 의해 창건된 법주사는 그 뒤 혜공왕 12녀(776)에 진표가

새롭게 고쳐 지었으며 그 뒤로 진표의 제자들에 의해서 미륵신앙의 중심도량이 되었다.

법주사 경내 우측 추래암 근처에 있는 마애여래의상은

높이가 약 6m나 되는 커다란 바위면에 돋을새김으로 조각되어 있다.

 

한국 불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연꽃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옆 바위면에 조각된 지장보살상과 함께 법주사의 성격을 잘 알려주는 최고의 마애불이다.   

 

 

 

불상의 머리는 바위에 새긴 것들에서는 보기 드물게 작은 모양의 머리칼을 촘촘하게 새겼으며,

둥굴고 온화한 표정의 얼굴에는 크고 긴 코와 둥근 눈썹, 뚜렷한 눈두덩과 함께

두터운 입술이 잘 표현되어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여기에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왔고

목에 있는 3줄의 주름이 고려 초기 마애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추래암 아래서 바라보이는 멋진 풍경들...

 

△마애불은 추래암을 이루는 거대한 바위군락 사이의 암벽에 조각되어 있어서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

 

 △법주사 마애여래의상/ 보물 제 216호

 

마애불의 법의는 왼쪽 어깨에 걸쳐 몸을 한 바퀴 감싼 뒤 다시 왼쪽 어깨로 넘겼다.

옷단이 왼쪽 어깨 앞에서 너울져 있고 옷주름은 가슴 아래에서 두 다리 사이로 반달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드리워졌다.

 

 

5m가 넘는 미륵불의 상체는 두 어깨가 각이 진 편으로 허리가 지나치게 좁게 표현 되었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右肩偏袒)으로 옷을 입고 있다.

 

두 무릎 역시 어깨처럼 각이 지게 표현되어 있는데, 신체 비례로 보면 하체가 허리와 상체에 비해

매우 빈약하지만 밑에서 올려다 보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는 것같이 보인다.

 

전체적인 조각수법은 얼굴을 제외한 신체 각 부분의 묘사가 평면적이며

옷주름은 거의 선각으로 형식화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손은 가슴 앞에서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 끝을 붙여서

동그라미를 만들었고, 왼손은 가볍게 들어 오른손을 받치듯이 하였다.

이런 손 모양을 '설법인'이라 하며 지금 부처가 설법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뜻 이라고 한다.

 

불신의 윤곽선, 손가락의 묘사, 연화대좌의 꽃잎 형태는 매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회화적인 곡선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고려불화 가운데 1350년에 제작된 '미륵하생경변상도' (일본 신노인[親王院] 소장)의 본존불과

세부 표현에서 많은 유사점이 발견된다.

 

 

△뒷 광배는 생략되고 이렇게 표현했다

 

광배는 생략 되었으며, 대신 세로로 빗금을 촘촘히 그어서 광배를 대신 표현한 기법이 독특하다.

 

△석굴 안에서 올려다 본 모습

 

 

역사적으로 법주사는 한국 미륵신앙의 중심도량 이었으므로 이 불상 조성의 신앙적 배경으로

미륵신앙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이 불상의 수인인 '설법인'은 현존하는 한국 불상 가운데서도 드문 도상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안압지에서 출토된 금동삼존판불에서 볼 수 있으며,

또한 의상의 독특한 자세는 경주 남산 삼화령에서 출토된 석조삼존불상 중 본존불의 예가 있다. 

 

△지장보살상

마애여래의상이 조각되어 있는 좌측 벼랑에는 또다른 마애불이 하나 새겨져 있는데,

비바람에 심하게 마모되어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대좌에 앉아 있는 의상(倚像)의 모습이다.

 

왼손에는 지장보살이 지니는 특유의 여의주가 새겨져 있어서 지장보살로 추정한다.

상호의 표현과 옷자락의 모양 등으로 미루어 마애여래의상과 동시대인

고려 초에 조성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진표율사의 수행 과정에서 보면, 이 마애미륵불과 지장보살과의 관계는 달리 이해할 수도 있다.

즉 진표율사는 혹독한 수행을 통해 지장보살에게서 인가를 받고 법을 전해 받지만,

스님은 궁극의 뜻이 미륵에 있었으므로

이에 그치지 않고 더욱 분발하며 수행 하였다고 한다.

 

진표율사의 경우 신앙의 중심은 지장이 아니라 미륵에 있었으므로 이런 수행담이

암각화로 표현 되면서 미륵불은 정면에 크게 새기고,

지장보살은 구석에 작게 표현했던 것은 아닌가 추정해 보는 것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세계의 구세주이지만,

미륵신앙과의 관계에서 살펴 보면 석가불과 미륵불의 중간 중계자이기도 하다.

즉 석가불 입멸 후 미륵불이 출현하기 까지의 긴 무불시대(無佛時代)를 주재하면서

미륵불에게 석가불의 법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보면 암각에 새겨진 지장보살상은

바로 미래의 세상에 나타날 마애미륵불의 출현을 기다리며

수행하는 모습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장보살상과 마애여래의상은 붉은 단풍빛의 유혹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마애여래의상 좌측 하단에 조각된 암각화

 

한편 마애여래의상 왼쪽 아래에는 2개의 또다른 조각이 있다.

그 하나는 짐을 싣고 있는 말[馬]과 그 말을 끌고 있는 사람이 음각되어 있는데,

 

이는 절의 창건주인 의신조사가 인도에서 경전을 싣고 돌아와

법주사를 창건했다는 설화를 도설한 것이다.

 

 

△양각으로 조각된 사람의 모습은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수레에 잔뜩 실린 경전을 끄는 말()

 

△진표율사 앞에 무릎을 꿇은 소가 보인다

 

다른 하나는 경전을 끄는 말()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牛]의 모습이다.

이는 절의 중흥조인 진표율사가 금산사에서 나와 법주사로 가는 도중에 소[牛] 한마리가 나타나

진표율사에게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다는 설화를 나타낸 것이다.

 

 

△투박한 암벽에 새겨진 암각화는 그 뜻을 모르면 각각의 형상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든다

 

 

마애여래의상을 비롯해서 이 두 가지 설화를 담고 있는 암각화는

예술적으로는 그리 우수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절의 구심점인 미륵불과

법주사 창건의 설화를 표현 하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높이 평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끝 거대한 바위 공간에는 20여 명이 정좌로 앉아서 

기도를 드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자리가 만들어져 있으며, 

지금도 무더운 여름철에는 스님들의 기도처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양각과 음각으로 조각된 암각화 일부 모습

 

 

△아주 거대한 바위들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석굴을 이루고 있다 

  

                                                                                                                                    ▽석굴천정 바위틈에 자라는 고사리류 

△구석으로 도망가 숨어있는 개구리

 

 

마애여래의상 좌측 아래의 희미한 암각화를 촬영하려면,

장소가 비좁아서 마땅치 않아 구석에 접어 놓은 햇볕이 드는 계절에 사용하던

커다란 파라솔이 붙어있는 둥근 받침대를 한쪽으로 치우다가

작은 금개구리 한마리가 튀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사방이 차가운 대리석으로 깔려 있어서 동면을 만한 장소는 분명 아닌데 

어찌하여 마애불이 모셔져 있는 대리석바닥의 귀퉁이로 오게 되었는지...

절집에 사는 개구리이니 어느정도 불심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동면도 없이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 동면할 장소를 찾아 가다가 잘못하여 계단 위에서 떨어졌으나

계단 턱이 높아서 밖으로 기어 나가지 못하고

고생고생 하다가 하나 남은 파라솔침대 아래에

몸을 숨기고 겨울이 오기 전에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줄

손길을 애타게 기다린 것은 아닌지~

 

첫눈이 내린 이날, 법주사 아침의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내려 갔다는데...

파라솔 받침대를 옮긴 유별난 내 행동이 아니었으면

저 작은 개구리는 아마 꼼짝없이 동사했을 것이다.

하찮은 뭇생명 하나 살려놓고 이렇게 흐뭇해 본지가 언제인지~~ㅎ

 

구석으로 도망간 어린 개구리보살(?)을 살며시 잡아서

작은 바위들이 모여있는 근처의 흙위에 놓아주며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어서 빨리 깊은 굴을 파고 편안히 동면에 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