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수도권

삼악산 (등선봉)

머루랑 2010. 12. 22. 14:22

 

△어둠이 내리는 등선폭포 절벽위 하늘이 참 맑습니다

 

 

산행코스 : 신 강촌역~강촌교~412봉~450봉~570봉~등선봉(636m)~619봉~흥국사 갈림길~

                 청운봉(545m)~삼악산(654m)~흥국사~등선폭포~강변길~강촌교~신 강촌역.

산행시간 : 5시간 30분

 

1939년에 개통되어 71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경춘선을 대신하여 

복선으로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는 12월 21일 첫날,

상봉~춘천간 전철을 타고 등선봉과 삼악산을 산행하기 위해 월차 하나를 소비합니다.

 

7호선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 내려서 경춘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역사로 올라서다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전철 승강장에는 말 그대로 엄청난 구름인파로 인해

발 디딜틈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각 언론사의 취재진까지 한몫하여 대목의 시장통이 따로 없습니다.

 

 

 

△날렵하고 더욱 세련된 모습의 경춘선전철

 

△저 승강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노인 인파좀 보세요

 

엄청난 인파들로 혼잡한 중간 부분을 벗어나 맨 뒷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이곳에도 역시 취재진들로 북적이고 각 일행들을 찾는지 어디냐고 서로 손전화를 들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렇잖아도 복잡한 승강장이 어수선합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곤 무릎을 쳤습니다.

제가 오늘 실수를 했다고...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면면을 살펴보다가

모두다 경로우대에 해당되는 나이드신 노인분들만 나오셨다는 것을 알았지요.

 

사방을 둘러 보아도 젊은 사람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노인분들 뿐입니다.

 

제가 길을 잘못들어 경로당에 온 줄로 알았으니까요~ㅎ

 

 

 

△이분들 사진, K방송국의 저녁 뉴스에 몇 번이나 나왔어요~♬ /전철 앞,뒤칸에는 모두 10대의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잠시후 남춘천행 급행 전철이 도착하자

복잡한 승강장이 술렁이며 또 한번 난리가 났습니다.

 

서로 먼저 빈자리를 차치하려고 전철내로 앞다투어 뛰어드시는 모습들에선 

나이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먼 젊은날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식 전철 개통식은 오후 3시30분에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급행전철도 춘천역이 아닌 남춘천역 까지만 운행 한다는데

모두들 타시시는 걸 보니 이분들의 오늘 목표지는 모두 춘천인가 봅니다.

 

그러고 얼마간 있다가 일반전철이 들어 왔는데

앞의 급행전철에 비해서는 훨씬 덜 복잡하지만 아직도 노인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요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앉았습니다.

 

또 다른 승강장에 30분 후에 출발한다는 급행전철이 도착하자 자리를 못잡은 이들과

급행으로 편하게 가려는 사람들이 우르르 다시 옮겨타자 전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 하는데

선로의 길이가 길어서인지 덜커덩거리는 느낌이 적고 한결 조용합니다.

 

 

△가평철교를 건너며 바라본 자라섬이 겨울 물안개에 젖어 더욱 신비롭게 보입니다

 

전철이 첫번째 정차역인 망우에 도착하자

빈자리를 잡지 못한 한무리의 비교적 젊은(?) 할머니들이

뒷칸으로 몰려오며 혹시나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을 찾는 눈치입니다.

 

때마침 80대로 보이시는 몸이조금 불편해 보이는 연세드신 노부부가 올라 오셔서

배낭은 자리에 그대로 둔채 얼른 달려가서 할아버지를 부축하여

제 자리에 앉으시라고 모시고 왔더니 세상에....

 

조금 전에 몰려 오셨던 그 젊은 할머니들 일행 중 한분이 떡하니 앉아 계시네요~ㅎ

 

" 자리는 할아버지께 양보할 자리이니 일어 나시라고" 말씀드리니 뭐라는 줄 아세요?

"아무나 앉아 가면 되지 무슨...." 라며

볼이 잔뜩부은 얼굴로 순순히 일어날 기미가 아닙니다.

보다못한 그 아내 되시는 할머니께서

 

"이 분이 우리 아저씨에게 양보한 자리이니 자리를 비켜달라..."

그 볼이 잔뜩부은 젊은 할머니(아주머니)는 요지부동 입니다.   

 

드디어 연세 많으신 할머니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늙은이면 다 똑같은 늙은인 줄 아느냐~" 

"이제보니 경로우대 받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보이는 젊은 것이 경우도 없고 버릇도 없다"

한바탕 꾸짓으며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분이나 끝내 일어나지 않고 버티는 분도 모두 예사분들이 아니십니다~

 

이런 광경을 보고 계시던 반대편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70대 중반으로 보임)께서

"이리 앉으시라고" 자리를 양보 하시네요.

 

그 이후 쏟아지는 승객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인지 앉아 끝까지 버티던 그 분은 물론

그 일행 되시는 분들까지 이전까지 떠들어 대던 모습들은 간 곳이 없고

모두 입을 다문채 모르는 척 창밖만 응시합니다~

 

괜히 나때문에 작은 분란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기분이 씁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 또한 머잖아 나이를 먹을텐데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 일 말고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여러 안 좋은 모습들이 많이 있었지만 더 이상 나열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춘천 갈 때는 전철이 아닌 버스편을 이용해야 겠다고...

 

 

△자라섬 겨울축제를 알리는 포스터

 

△11월 20일 남춘천발 21시 25분 열차가 마지막으로 지나간 후 쓸쓸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구 강촌역  

 

 

△옛날 출렁다리가 놓였던 교각 중간에 매달린 저 하얀종을 울리면 사랑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강촌교아래 강가에는 옛추억을 그리며 개통된 전철을 타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싸온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등선봉을 오르며 노송사이로 보이는 풍경...

 

전철을 타고 등선봉을 가려면 기존의 강촌역보다 1.5km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강촌역에서

강촌교까지 15~20분을 걸어야 하니 오히려 더 불편해졌지요.

강촌교를 건너 육교를 넘어서면 산불방지 표지가 있는 곳에서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됩니다.

 

등선봉에서 산성이 있는 청운봉에 이르는 산행기는

【촛대봉에서 등선봉까지 러셀훈련】편에 이미 올렸기에 생략합니다~

 

△등선봉,삼악산 등산개념도

 

△46번 경춘국도변 당림리 마을과 북한강건너 멀리 백양리역과 엘리시안강촌 리조트가 보입니다

 

△험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등선봉 능선길

 

 

△암릉에 자리한 노송과 어우러져 등선봉에서 바라보는 모든 풍경들은 선경입니다

 

△현재 5km가 남아있는 삼악산성터에는 깨어진 기와 파편이 무수히 남아있어 옛 영화를 보는듯 합니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라 내피만 입었는데도 덥게 느껴집니다

 

 

△철거덕 거리는 쇠음을 내며 북한강변을 숨가쁘게 달리던 경춘선 열차음은 어젯밤을 끝으로 영원히 멈추고....

 

△방치된 산악산성

 

이 산성은 삼한시대 맥국의 성리라고 전해지며,

춘천에서 한양으로 가는 교통로였던 삼악의 석파령을 내려다 보는 중요한 위치에

동서로 길게 자리잡고 있는데 험준한 자연지형을 잘 이용하여 

암벽과 암벽 사이만 부분적으로 축성 하였고, 현재는 길이 약 5km의 성벽만 남아 있습니다.

 

 

△청운봉(546m) 정상의 케언

 

△휴식이나 점심을 먹을 때 사용하던 식판위에 새(청운봉에는 특히 까마귀들이 많음)들의 먹이로 옥수수쌀을 놓아주고 옵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삼악산 용화봉(654m)이 보입니다 

 

                       △거북등무늬 모양의 노송 표피는 예술이 따로 없습니다  

 

 

△춘천호반의 붕어섬과 중도유원지는 물론 공지천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삼악산정상 

△힘든 고행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송입니다  

 

 

 

△등선폭포 계곡의 작은 폭포들

 

 

                       △어둠이 밀려 내려오는 등선폭포 산장풍경이 평화롭습니다

 

△북한강에 거꾸로 박힌 구 강촌역뒤 검봉의 산그림자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하는 가로등과 어우러져 선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보름달 이어야 하는데 우측이 찌그러져 보이고 달빛이 어둡습니다~

 

△어둠속에서 더욱 빛나는 강촌역사 불빛

 

 

 

산행,하산 시간에 맞춰 춘천에 사는 친구를 강촌으로 불러내 강촌역 근처의 식당에서

닭갈비에 술 한잔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달빛이 아무리 보아도 이상합니다.

 

어제가 음력으로 보름 이었으니 달이 둥글게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하늘에 구름도 한점 없이 맑은데 이상하게 달빛이 붉게도 보이고,

어둡게도 보이더니....

집에 돌아와 저녁 뉴스를 보니 오늘이 바로 개기월식이 있었답니다~ㅎ

 

지난 추석 날 저녁에도 우연히 올려다 본 보름달 옆에 유독 큰 별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근접했던 목성이라지 않았었나요.

 

가끔 밤 하늘을 올려보다 보면 이런 작은 행운도 찾아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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