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기타 지방

고창 선운산

머루랑 2011. 1. 6. 10:29

 

▲용문굴

 

등산코스 : 주차장~경수재~벌봉~마이재~도솔산~견치봉~소리재~천상봉~용문굴~

                 낙조대, 천마봉~도솔계곡~선운사. <산행시간 : 5시간 30분>

 

새해 첫 산행지로 서해안에 위치해 강원도에 버금가는 많은 눈이 내리는

'호남의 내금강' 이라 불리는 고창 선운산으로 정하고 강남 센트럴터미널에서 흥덕으로

출발하는 첫차(7시)에 몸을 맞깁니다.

 

사람들은 참 변덕스럽지요.

뜨거운 정열의 여름을 그리워 하다가는 여름 한 복판에서는

선선한 가을의 밤을 그리워 하기도 하고,

 

눈 내리는 하얀 겨울의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다가도

막상 송곳추위가 닥쳐 오면 꽁꽁여민 목도리 사이로 스며드는 찬바람에는 

자라목을 하고 따스한 봄날을 그리워 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겨울은 춥고, 눈도 내려야만 진정한 겨울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겨울을 즐기기 위해 선운산으로 달려 갑니다~

 

 

 

▲경수산길목

 

3 걸려 흥덕에 도착하니 10시에 선운사를 거쳐서 해리로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마침 있어서 기다리는 공백없이 바로 갈 수가 있어 다행입니다.

 

고창 등 서해안 지역에는 연초에 많은 눈이 내렸는데 아직 녹지않고 도로에 얼어 붙어서 

자동차들이 도로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서행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늦은 10시 25분에 선운사 정류장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들러

얼굴에 썬크림을 바르려다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고 이일을 어쩝니까~"

 

차창으로 스치는 멋진 설경에 취해서 그만

시내버스에 스틱과 방한장갑을 그냥 두고 내렸지 뭡니까.

부리나케 달려나가 보니 벌써 시내버스는 저멀리 산자락을 감아돌고...

 

스틱과 방한장갑 없이는 눈쌓인 겨울산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머리속이 하얘지며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게 없네요.

 

지나가는 택시는 물론이고

승용차 한 대도 보이지 않아 시내버스를 뒤따라 갈 방법도 없고...

 

궁리를 하다가 문득, 흥덕터미널 전화번호를 폰에 저장해 놓은 것이 생각나 

급히 터미널로 전화를 하여 혹시 시내버스회사 전화번호를 알 수 없냐고 물으니

진절하게도 알려 주는데 메모지가 없으니 눈 위에다 손가락으로 메모를 합니다~ㅎ

 

다시 시내버스 회사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기사분 손전화 번호를 전해받아 

내가 타고왔던 그 기사분께 전화를 넣으니 잠시후,

 

"스틱과 장갑이 빈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교행하는 다른 차량편에 보내어 줄테니 이 곳에서 기다리랍니다"

 

이런 황당한 실수는 난생 첨이고,

잠시 딴 생각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6072편에 스틱을 보냈으니 30분 후인 10시 55분에 도착할 거" 라며 

기사분께서 전화를 걸어와 얼마나 고마운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도솔봉에서 멀리 조망되는 주차장은 눈보라속에서도 햐얗게 보입니다

 

가루눈까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상점문도 열지 않아

그렇게 밖에서 30분을 추위에 떨고 있는데,

멀리서 해리발 흥덕행 시내버스가 들어 오는게 보입니다.

 

6072호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버스에 오르니

기사분이 웃으시면서 장갑과 스틱을 전해 주십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곱으로 하며 귤 몇 개를 운전석 옆에 놓아두고 내려오는데

몇 안되는 노인 승객분들이 함께 웃어 줍니다~ 

 

정초부터 훈련아닌 이상한 훈련을 하며 그렇게 어수선하게 선운산 산행은 시작 되었습니다.

 

 

 

▲도솔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선운사

 

간간히 보이던 햇살도 구름사이로 감추고 가루눈이 내리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배낭이 축축히 젖어와 배낭커버를 씌우고,

오름길을 오를 때 더워서 벗어 넣었던 외투도 다시 꺼내어 입습니다.     

 

 

▲많은 눈으로 인해 먹이가 부족할 산 친구들을 위해 오늘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옅은구름 사이로 가끔 해도 보이는데 가루눈이 뿌려대서 조망이 전혀 없습니다

 

 

 

▲지각변동으로 인해 형성된, 진흙에 자갈을 섞어놓은 듯한 선운산 바위들은 아주 독특합니다 

 

선운산 유감 하나,

쾌적한 산행을 위한 편의시설도 좋지만

자연속에 어떤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좀더 세심한 주의를 갖을 수는 없을까.

 

고창,변산 등 서해안을 끼고 있는 낮은 산에는 야생춘란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며

이곳 선운산에도 저만(?) 아는 춘란 서식지가 있었는데 오늘 와보니 한 촉도 보이지 않네요.

물론 깊은 눈속에 뭍혀버려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등로를 정비하면서 파헤쳐져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마음이 아픕니다.      

 

이건 무지인지, 무개념인지...

10여년 전 까지만 해도 란이 고운 꽃을 피우는 봄이면 아내와 함께 일부러 찾아와

꽃들과 허리굽혀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40cm 이상 내린눈은 소나무가지를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선운산 등산지도

 

▲산새들의 겨울식량이 되어줄 청미래덩굴 열매는 하얀눈위에 선홍빛이 더욱 또렸합니다

 

▲견치봉(국사봉)

 

도솔봉을지나 창당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견치봉 방향 능선을 따르니

무릎 아래까지 빠지는 사면엔 하얀눈을 잔뜩 뒤집어쓴 고개숙인 소나무들이 선경을 연출합니다.

날씨가 맑으면 저멀리 서해바다 곰소만까지 조망이 되는데 많이 아쉽네요.

 

 

▲지나온 도솔봉이 멀리 보입니다

 

▲얼음에 덮힌 궁산저수지 너머 동호해수욕장은 운무에 가려 어렴풋 짐작만 할 뿐입니다

 

 

▲소리재로 가는 길목의 대나무숲은 허리가 휘어져 멋진 눈터널을 이루고 있네요

 

▲눈쌓인 소나무 사이로 배맨바위도 멀리 보입니다

 

 

▲눈보라속에 서둘러 식사를 하고 남은 밥과 옥수수를 주변을 날며 먹이를 보채는 작은 산새들에게 선물합니다~

 

▲천길 단애를 이룬 천마봉(우측), 중앙의 협곡은 용문굴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는 길 입니다 

 

 

▲해가 넘어가지 않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날이 흐려서 모든 사진이 어둡게 보입니다

 

 

 

 

▲용문굴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어머니가 잠든 돌무덤은 용문굴 중앙에 있지요

 

▲어린 나이에 홀어머니를 잃고 돌무덤 앞에 엎드려 통곡하던 장금이 생각납니다 

 

 

▲낙조대 / 낙조대는 대장금 드라마 중 악역 최상궁이 마지막에 뛰어내려 자살한 장소로 더 유명해 졌어요

 

낙조대는 해발 335m 밖에 안되지만

동호해수욕장, 곰소만 등 서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명 조망지로 

특히 서해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장엄한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천마봉에서 바라보는 도솔계곡 건너편 262봉

 

▲마애불이 있는 절벽위에는 도솔암이 마치 제비집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애불 우측의 급경사 좁은 돌계단을 오르면 도솔암에 닿는데 도솔암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아주 일품입니다

 

 

▲작은 병풍바위 

 

를 지나 배맨바위로 가는 저 아찔한 구름계단을 올라 배맨바위,

청룡산을 거쳐 쥐바위, 338봉과 사자바위, 262봉, 사자암, 투구바위를 내려오면

 

희여재골 계곡과 도솔계곡이 만나는 합수점의 자연의 집 앞으로 내려설 수 있는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도솔계곡으로 부득이 하산을 합니다. 

 

 

▲마애불에서는 천마봉의 일부만 보이고, 우측 급경사 철계단은 겨울철에는 아주 위험합니다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천길벼랑의 천마봉 직벽은

비교적 홀더가 많아서 '자유등반' 훈련장으로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단단한 화강암의 북한산 바위들과는 달리 천마봉의 암질은 

바위가 무르고 단단하지 못해 볼트를 박아야 하는 '인공등반'은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군생활 할 때, 몇 번 다녀간 곳이라 올때마다 느낌이 남다릅니다.

 

 

▲선운사 동백나무(천연기념물 제 184호-1967,2,11일 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선운사 동백나무숲은 백제 위덕왕 24년(577) 선운사가 세워진 다음에

심어진 것으로 대웅전뒤 약 5,000평의 넓이에

평균 수령 500~600년생 동백나무가 3,000그루가 넘게 군락을 이루고 자라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이라 부르는데, 

고창 선운사의 동백꽃은 한겨울이 아니라 성미 급한 봄꽃들이 시들어 가는 4월 초에 들어서야

피어나기 시작해 5월 중순까지 선운사 뒷편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은

늦동백이라 부르는 춘백 입니다.

 

선운산 선운사 일대는 일년에 모두 세 번 붉은빛으로 출렁입니다.

 

첫번째 3,000그루의 동백꽃이 만발하는 4~5월과

두 번째는 상사화라 불리우기도 하는 꽃무릇이 피는 9월,

세 번째 도솔천의 물빛까지 붉게 바꾸는 오색단풍이 드는 10월 등 입니다.

 

 

 

<선운산(선운사) 가는 교통편>

 

○강남 센트럴터미널에서 흥덕(고창) : 요금:14,700원, 3시간 소요, 첫차:07시 부터 40~70분 간격 

 

○흥덕에서 선운사 : 직행버스 - 요금 : 2,000원 (15분~ )     ☎ 063) 562~7706 : 일일 8회  

                            시내버스 - 요금 : 1,200원 (20~25분)   ☏ 063) 564~3943 : 10:00, 11:15, 12:20

                            개인택시 - 요금 : 13,000원 (15분~ )    ☎ 063) 562~6927 

 

○선운사에서 흥덕 : 직행버스 일일 8회

                            시내버스 : 13:00, 13:45, 15:00, 15:45, 16;55, 17:05, 18:05, 20:05(막차) 일일 13회

 

○흥덕에서 서울행 : 요금 : 14,700원, 3시간 소요, 16:30, 17:20, 18:00, 19:10(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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