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산 산행깃점인 진고개입구
◈산행코스 : 진고개~동대산(1,434m)~1,330봉~차돌백이~두로봉(1,422m)~두로령~상왕봉(1,493m)~
비로봉(1,563m)~상원사 ♧산행시간: 17.5km 7시간20분
동서울에서 6시 32분에 출발하는 진부행 첫차를 타고
진부 톨케이트를 막 빠져 나오는데 버스의 시계가 8시 32분을 가리킵니다.
기사분께 다가가 8시 30분에 상원사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만나면 중간에 세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리에 돌아와 앞을 주시하지만 시내버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단 4분이 늦어서 그만 상원사행 버스를 놓치고 말았네요.
다음 차는 9시 40분에나 있으니 기다릴 수는 없고 택시를 타고서 진고개로 향합니다.
상원사와 진고개로 갈라지는 지점인 간평교까지 시내버스를 따라 잡으면
비로봉을 먼저 오르려고 했는데 앞서가는 차들이 많아서 진고개로 갑니다.
△진고개 휴게소
산악회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강추위에 놀라 서둘러 휴게소 건물로 종종 걸음을 칩니다.
오늘 아침, 대관령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영하 40도가 넘을거라는 예보는 미리알고 왔지만 정말 대단합니다.
산행을 준비하는 잠시동안 추위에 노출된 볼이 아리고 콧등이 따갑습니다.
넥 워머를 두르고 또 안면마스크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선그라스까지 걸치니
무기만 안 들었지 영락없는 탈레반이 따로 없습니다~
△노인봉,황병산 들머리
△워낙에 추운날이라 상고대를 잔뜩 기대했는데 오늘은 없습니다
따뜻한 방한장갑을 꼈는데도 스틱을 잡은 손이 시려옵니다.
안경에 습기가 차서 안면마스크를 조금 내리고 걸었더니 비로봉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왼쪽 볼이 칼로 베이는 듯 쓰리고 아픕니다.
△노인봉 전경/ 휴게소에서 내린 산악회는 노인봉으로 향하고 동대산으로 가는 산행객은 저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동대산을 지나니 비로봉과 상왕봉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노인봉에서 삼산리로 길게 흘러내린 저 우측능선 산자락 끝에는
얼마전까지 세상과 거리를 두고서 깊은 골짜기 오두막집에서 은둔하며 입적 전까지
홀로 수행정진 하시던 법정스님의 '수류산방'이 있습니다.(개인적으로 그 위치는 알지만 비밀입니다~ㅎ)
△차돌백이
동대산에서 두로봉에 이르는 능선에는 100~400년생 아름드리 나무들이
아주 보기드문 건강한 숲을 이루고 있고, 바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육산인데,
어찌하여 이곳에만 장롱만한 하얀 차돌바위가 4~5개가 우뚝 서 있는지 신기합니다.
△수백 년된 회나무가 늘씬합니다
△오대산 산행 개념도 (진고개→동대산→두로봉→상왕봉→비로봉→상원사:도상거리 17.5km)
눈 표면은 얼어있는데 체중을 밭혀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발이 푹푹 빠져서 체력 소모가 많고 시간도 더 걸립니다.
몸은 동태가 될 직전인데 그림자와 단 둘이 걸으려니 여간 심심한게 아닙니다.
워낙에 추운날이라 그 흔한 산새들의 지저귐도 오늘은 들리지 않고
걸을 때마다 얼은 눈이 뽀드득 거리며 내는 소리와 스틱이 꽂히는 소리뿐인 고요의 세상입니다.
△걷지 않으면 되돌아 올 수 없겠지요
△풍경
△멀리 동해바다와 주문진이 보입니다
△사람은 발품을 팔아야만 장수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산행의 중간 지점인 두로봉이 보입니다
△감시초소가 있는 두로봉
동대산에서 두로봉까지는 그런대로 걸을만 했으나
두로봉에서 두로령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엔 바람에 날려온 눈들이 등로를 덮어서
길도 구분이 안가고 앞서간 이도 없어서 눈이 발목까지 빠지며 힘이 듭니다.
△두로령에서 북대사로 내려가는 길
△산짐승 발자국 하나만 찍혀있는 오름길
이렇게 많은 눈이 쌓여 있을 때에는 도로를 따라서 북대사까지 내려간 다음
상왕봉으로 오르는 길을 따르면 거리는 조금 멀지만 훨씬 수월한데 괜히 고집을 부리고
사람들이 많이 가지않은 능선으로 올라 붙었다가 고생을 사서합니다.
비알길에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나아가려니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앞으로 고꾸리지기를 몇 번, 중간에서 숨을 고르며 생각을 합니다.
이대로 계속하여 나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뒤돌아 갈 것인지...
고양이과 동물이 지나간 발자국 하나만 희미하게 찍혀있는 눈밭에서 고민하다가
북대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까지만 참고 진행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전진을 하는데 가슴팍에서는 땀이 흐르고 체감온도 영하 40도가 넘는
강추위에 얼굴은 대관령 동태로 변하기 직전입니다~
△멀리 설악산 대청봉과 끝청,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릉이 아스라이 보이네요
△상왕봉
△설악산(위 사진)과 황병산도 보입니다
△주목 군락지의 한쪽만 살아있는 주목나무
△동해고속 할인쿠폰
동해고속에서 발행하는 쿠폰에 확인도장 열 번을 찍으면 한 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동서울이나 주문진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만 해당이 되고
중간에서 탑승할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데 작년까지 이미 일곱 번을 이용했고
앞으로 두 번만 더 이용하면 한 번은 공~짜 입니다.
△오대산 풍경
▲비로봉 직전 헬기포트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입니다(중앙 용평리조트)
▲황병산과 동대산 능선
▲두로봉과 상왕봉
▲응복산과 설악산
▲비로봉
△배낭속에는 새들의 모이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옥수수쌀이 있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서 그냥갑니다~ㅎ
행복은 셀프입니다.
누가 거져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나는 산에 오를 때 행복을 맛봅니다!
△비로봉
△비로봉에 나타난 탈레반??
강추위에 이미 늦은 시각이라 비로봉 정상에는 증샷을 부탁할 이도 없어
바위위에 불안정하게 카메라를 올려놓고 셀카를 합니다.
딱, 두 장 찍었는데 요거 하나 건졌네요~
그런데 추위는 카메라속에 찍히지 않습니다!
△비로봉에서 상원사 내려가는 미끄럼 계단길
겨울철 설한지 산행도 많이 해봤지만
이번 오대산행 만큼 추위에 떨었던 적도 몇 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도 아니었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파란 하늘이 보이는 맑은날씨 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워낙에 날씨가 추워서 점심식사도 거르고 행동식으로 하는데
잠시 안면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려면 마치 말린 오징어처럼 마스크가
뻣뻣하게 얼어 있어서 곤혹스럽네요.
어제 뉴스에서도 추위속 산행을 강행하다가 손과 발, 귀나 얼굴에 동상을 입은
산악인이 많으니 "추운날 산행은 가급적 피하는게 좋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오늘 오대산은 정말로 대단한 추위였습니다.
배낭속에 먹거리들은 많이 들어 있지만 빨리 하산하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꺼내 먹지도 않아 배는 고프고 미끄럼틀로 변해버린 계단길을 내려오려니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고 배낭은 출발할 때의 그 무게 그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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