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도봉산

도봉산 (여성봉)

머루랑 2011. 2. 26. 20:01

 

△도봉산오봉전경

있으면 동면에 들었던 개구리도 깨어 난다는 경칩을 앞두고 바람도 잦아든

포근한 날씨에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토요일...

 

이런저런 이유로 작년에는 한 번도 도봉산을 찾지 않은 것 같아서 오늘은 일부러 다른 일정을 다

제쳐두고서 송추로 가는 704번 시내버스를 독립문역에서 승차합니다.

북한산성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는 주말에는 많은 등산객으로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앉아서 가려면 구파발역이 아닌, 불광역 전에서 탑승을 해야만 합니다.

 

벌써 서울역에서 부터 타고오는 산행객으로 겨우 빈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네요. 

 

 

△사패산전경

에는 많은 눈으로 인해 아직도 한겨울 분위기 이지만

비교적 눈이 적게 내렸던 수도권 근교는 완연한 봄 기운이 감도는 봄날입니다.

 

 

도봉지구 못지않게 송추유원지 입구로 들어서는 산행객들도 많아서 

겨우내 얼어 붙었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등산로가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네요.

다들 질퍽이는 등산로를 피해 가장자리로 몰려드는 바람에 좁은 등산로가 양분 되면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바짓가랑이에 진흙이 묻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얼음이 아직 다 녹지않은 작은 소류지를 살펴보니 아직 산란한 개구리알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봉에서 바라보는 오봉

 

 

△멀리 인수봉,백운대,만경대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자유롭게 우이령을 오갈 수 있는 날은 그 언제인지...

 

 

 

정상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마땅하게 앉아서 쉴만한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양지바른 곳은 물론이고 햇볕이 두려운 이들이 나무그늘 아래까지

모두 차지하고 앉아서 모처럼 맞이하는 따뜻한 2월의 마지막 주말을 즐기느라 웃음꽃이 핍니다.

 

오늘의 산행 목적은 여성봉 인근 어디엔가에 있을 것 같은 양물을 찾기 위함이지요.

바위로 이루어진 높은 산에는 여성과 남성의 심볼을 상징하는 기암들이 많은데 

희한하게도 그런 바위 근처에는 음과 양의 조화를 맞추려고

위대한 조물주가 반드시 상대에 해당하는 바위를 만들어 숨겨 놓았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여성봉,

오늘은 기어코 그 상대를 찾아내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간식드는 것도 생략하고 여성봉 아래의 경사진 슬랩을 살피며 내려갑니다. 

 

 

 

여성봉 서북사면 슬랩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보면

아주 거대한 바위가 처마를 이룬채 길게 누워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곳에도 제가 찾는 것은 없네요.

 

슬랩조심하여 내려서면 

일부 영혼없는 사람들이 여성봉 위에서 먹고 버린 빈 생수통 등 쓰레기가 즐비한

하단부에 닿는데, 여기서 다시 대슬랩을 타고 오르면서 주변 바위들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작은 소나무 사이로 건너다 보이는 오봉이 참으로 멋집니다.

 

 

△누구나가 한 번은 거쳐갔을 여성봉

돌발스럽고 민망한 자세로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여성봉이라 부르는데 이름이야 어떻든 간에 언제보아도 참으로 절묘합니다.

 

바위는 제 자리에 그냥 있을뿐인데 사람들이 킬킬대며 웃을 때, 저 바위의 기분은 어떨지...

 

또 그 많은 좋은 자리들을 놔두고서 궂이 저 바위틈에 고집스레 뿌리를 내린

굽은 소나무의 사연은 더더욱 알 길이 없고...   

 

 

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대슬랩을 릿지로 오르면서  

위를 올려다 보니 무엇인가가 전문(?)가의 눈에 확 들어오는게 보입니다.

 

거리가 멀어서 아직은 확실치 않으나 그 어떤 그낌이 오는 것이 있어서

셀레이는 마음을 억누르고 좀더 가까이 올라가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완전 대박입니다~

조물주는 오늘도 나의 기대를 이렇게 저바리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멋진 양근을 여성봉 아래에 만들어 놓고도 눈에 잘 보이지 않게 꼭꼭 숨겨두고 있었으니

이것을 어찌 이해해야 할런지요.

 

그러나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여성을 상징하는 여성봉과 양물을 서로 바꾸어서 배치 했으면

도봉산을 오가는 여성분들이 조금은 덜 쑥스러워 했을텐데...

 

조물주가 아마 심술이 났거나 피치못할 어떤 사연이 있겠지요~♬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나 산에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바위 하나, 나무 하나 하나가 모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기암을 찾아보는 즐거움에 다음 산행이 기다려 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경험에 의하면 이런 바위들은  

반드시 멀지 않은 곳에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또 다른 기암(짝)이 있다는 것이죠~ 

 

 

 

이 양물을 보면

여성봉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 기암은

북극의 새끼 백곰을 닮았네요

 

봄을 맞아 동물들도 

한창 짝짓기를 하는 모양입니다~ㅎ

 

 

△오봉과 송추시내 풍경

 

 

△오봉풍경

 

 

이 간 종은 맑은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깨트려 조각으로 만들면 하나 하나가 모두 맑은 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오봉은 하나가 아닌,

서로 다른 다섯 개의 바위봉우리가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어서 더욱 멋져 보이고 아름답습니다. 

 

  

 

코쟁이 할아버지는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오늘도 아랫 마을을 향해

계속하여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오봉풍경

 

 

△오봉풍경 

 

  젖을 빠는 것인지

아니면 젓을 빨다가 잠이 들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엄마께 꾸중을 듣고 훌쩍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모두 달리 보일 것이니 생각나는 느낌을 알려주세요~ㅎ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면

응가가 마려워 볼일을 보려는 포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밑은 수십 길 낭떠러지 이거든요.

 

△인연송앞에서

 

 

 

를 지나 반월암에서 내려오다가

능선길과 합류하는 지점 암릉에 있는 저 오래된 소나무는

저에겐 아주 뜻깊은 나무입니다.

 

바로 35년 전, 우리 부부의 연을 맺어준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친구들과 등산을 왔다가 저 소나무 가지에 앉아서 서로 먼저 사진을 찍겠다고 

작은 실랑이를 하다가 운명처럼 다가온 인연에 지금까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잘 살고 있으니

그래서 우리 부부는 저 나무를 '인연송'이라 부릅니다.

 

 

 

우리의 만남 35주년이 되는  

오는 3월 셋째주 일요일이면  

우린 다정하게 손잡고 도봉산의 저 '인연송'을 다시 찾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