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몰라도 참 오지랖도 넓네, 그깟 동상에 옷은 왜 입혔담'
지난해 겨울처럼 호되게 춥던 2년전 1월의 어느 날, 서울 성동구 동쪽, 청계천과 중량천의
물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 있는 '살곶이 공원의 남매상'(동심의 여행/오원영 작품)에
누군가가 예쁜 옷을 입혀 놓았다는 모 언론의 기사에 추운 날씨에도 마음이 훈훈했던 기억이 난다.
그깟 작은 동상에 옷을 하나 해 입혔다고 무슨 호들갑을 떠냐고 할지몰라도
그 당시는 미국발 경제한파로 사회적으로도 매우 어려워지기 시작하던 시절이고 또 매섭게
추웠던 겨울이라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왔었는지도 모른다.
△살곶이 공원의 남매상
지난번 산행을 하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S자로 휘어버린 등산용 스틱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성수동에 위치한 K본사에 A/S를 맡기러 가면서 살곶이 공원의 남매상은
이 계절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일부러 찾아보기로 하였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한강 바람은 또 어찌나 세차게 불어 오는지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든데 흙먼지가 이는 넓고 스산한 공원에는 산책나온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남매상이 위치한 살곶이 공원은 청계천과 중량천이 서로 만나는 삼각주에 있기 때문에
사철내내 바람이 잦아들지 않은 곳으로도 유명하죠.
△가람이와 여울이 남매는 언제나 함께하여 외롭지 않답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바람이 차갑기 때문에 남매상은 지금은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공원을 가로질러 천변 남매상에 다가가 보니
지난 설에 선물받은 설빔을 여태껏 입고 있네요.
그 고운 한복이 맘에들어 지금껏 갈아입지 않고 있는지는 몰라도 어쩐지 조금은 추워보입니다~
요즈음은 얇으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기능성 옷도 참 많은데~ㅎ
▼지난 봄에 입었던 여울이와 가람이 의상
이 남매상은 작가의 동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물고기를 타고 여행하는
아이들을 서정적이고 재미있게 조형언어화 하였으며,
기하학적 물고기와 해맑은 아이들의 형상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잘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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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중순 어느날 이 남매상에 옷을 처음으로 해 입혔던 이가
오랜 수소문 끝에 밝혀졌는데 그 분의 친구가 몰래 성동구청에 제보를 했던 것이다.
가끔 근처 공원으로 운동을 나오던 김모(47.여)씨의 눈에 남매상이 들어온 것은
2008년 11월 말, 김씨는 20여 년간 미싱사로 일해온 솜씨를 발휘하여 이 남매상의 몸에 딱 맞는
체크무늬 커풀 티를 만들어서 입혀줬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주머니의 따뜻한 오지랖은 봄날의 민들레 씨앗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가서
남매상은 지금까지 보라색 별무늬 망토를 비롯하여 수십 벌의 옷을 계절마다 갈아 입었다.
이 아주머니는 딱 한 번 입혔을 뿐인데,
그 후 다른 사람들이 이 남매를 남모르게 서로 보살핀거 였다.
그들이 누군지는 지금도 아무도 모른다고 하네요~
△여울이에게 이렇게 예쁜 쌍나비 머리띠를 손수 만들어 씌워준 그 따스한 손길에 제 마음까지 훈훈해 옵니다
△바람부는 날씨에 파카 모자끈은 조여맨 동생 가람이 표정은 밝게 웃고 있지만 장난을 치고 싶어합니다~
그러다가 그해 4월 부터는 근처의 한양여대 의상학과 홍손옥 교수가
전속 코디네이터를 맡아서 학과 학생들과 함께 의상을 만들어 입혀준다고 한다.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과 상상 속의 여아를 모델로 조각상을 만든 '오원영' 작가는
작품에 낮 모를 이들의 사랑 릴레이가 더해져 작품이 더 빛나게 됐다고 흡족해 한다고....
처음으로 옷을 해 입혔던 아주머니에게 아이와 관련된 무슨 슬픈 사연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으나 이 아주머니의 대답은 의외로 "그냥요, 추워 보여서요" 라는
묻는 사람이 조금은 싱거운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ㅎ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사진만 담아오기 미안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산책을 나오신 나이드신 아주머니 두 분도 지나시며 남매의 양볼을 쓰다듬어 주고 가십니다.
멀리멀리 퍼지는 사랑의 릴레이가 있기에 이 세상은 더욱 살만하고 아름답습니다~
△머잖아 남매는 고운 봄옷으로 새단장을 하고 우리를 맞겠죠
△누나 여울이와 동생 가람이는 귀엣말로 속삭이고 있어요. 봄은 멀지 않았다고, 저기서 오는게 보인다고요~ㅎ
이 벌거벗은 청동작품의 남매상에게 남몰래 옷을지어 입혀주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전하는 따뜻한 사랑의 릴레이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이 남매상에게
드디어 그해 여름에 예쁜 이름이 붙혀졌습니다.
원래 작품의 이름은 '동심의 여행'이지만 2009년 4월 23일부터 6월 12일 까지 성동구청에서 실시한
남매상 이름공모 행사에서 우수작으로 여울이와 가람이를 선정 했다고...
우측의 누나는 여울이, 동생은 가람이
이름이 참 잘 어울리죠?
.
.
며칠 전, 50년지기 고향친구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눈물로 가슴깊이 뭍고서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아 메일도 열어보지 않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 서너명 남짓 댓글이 달리지 않는 제 블로그에 엄청난 수의 방문자들로 난리가 난게 아닙니까.
처음에는 제가 다른사람의 블방을 잘못 방문한 줄 알고 나가려고 보니
분명히 제 블방이 맞는데 어찌된 일인지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어요.
명령을 따라 방문을 왔다니 명령을 내리신 분은 또 어느분이시고
그 명령을 착실하게 수행(?)하시는 이 님들은 또 어떤 분들이신지...
Daum의 우수 블로거로 활동하시는 '굄돌님'이 평소 친근한 관계를 맺고계신 블친들에게
제방으로의 출동 명령을 내리신거였다.
요지는 숨은 블로거를 발굴하여 알리는 '다음 숨은 블로거 발굴릴레이'에
글 재주도 없는 제 블로그를 추천하신거 였으니 이 일을 어찌 감당해야 좋을런지...
그 분이야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을 하시고 각종 봉사활동을 하시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없는 시간을 쪼개어 내며 공익성글을 많이 올리시고 또 맛갈나게 글을 요리하시는 재주를 가지신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시라 항상 수많은 방문자로 넘쳐나고 또 그많은 댓글에 빠짐없이 성심껏
답글을 달아 주시는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가지신 분이라 블로거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아시는 분이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추천하셨으니....
사람 마음을 알아 보시는 혜안이 있으신지 블방에서 적당히 게을러 지자고
생각을 하던차에 이런 과분한 추천을 받고 보니 아직도 정신이 없고
혹여 추천하신 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이 몰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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