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화 <스승의 은혜> 중에서...
정년 퇴임 후 늙고 병든 몸으로 시골에 혼자 살고 있는 박여옥 선생에게 16년 전 제자들이 찾아온다.
선생님을 수발해온 제자 미자가 예전 친구들을 부른 것, 결혼을 앞둔 반장 세호와 부반장 은영, 늘씬해진 순희,
운동을 잘 했던 달봉이, 잘 생기고 씩씩했던 명호 등이 그들.
선생님은 제자들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제자들의 눈빛은 밝지 않다.
저마다 박선생에게 받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일곱 명의 제자가 묻는다. "왜 그러셨어요?"
반장 세호와 부반장 은영은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손가락질을 당했고, 순희는 뚱뚱하다고 놀림 받았다.
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달봉이는 박선생의 체벌로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명호의 어머니는 탄원서를 썼다가 박선생에게 정신병자로 몰렸다.
겉으로는 반가운 안부를 나누지만 속으로는 과거를 전혀 기억 못 하고 아직도 자신이 자상한 교사
인줄로만 알고 있는 박선생에게 분노하는 아이들.
그러나 이 두려운 만남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정말 두려운 것은 스승도, 제자도 아니었다...!
위의 내용은 지금부터 5년 전인 2006년 인태웅감독이 제작한 영화
"스승의 은혜"에 나오는 일부이다.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제작진이 ‘상처를 받은, 잊지 못 할 선생님이 있습니까?’ 란 물음에
1,000명의 응답자 중에 무려 98%가 ‘예’라고 답했다고 한다. <스승의 은혜> 제작진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된다’ 는 '선생님 변은 개도 안 먹는다' 는 ‘군사부일체’의 나라에서 매년 5월이면
수백 만 명의 아이들이 ‘스승의 날 노래’ 를 부르며 하늘같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카네이션과 각종 선물로 보은하는
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98%의 사람들이 증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맙다’ 는 인사로, ‘하늘같은 은혜’라는 노래로
마음속의 상처들을 억누르며 거짓 존경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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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 무의식 중에 지워진 상처와 폭력들. 그것이 그들의 일생에 얼마나 엄청나게 작용하고
또 그들이 품어온 일생의 증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직접 겪은 당사자로 그 아픈 상처들을 봄날을 맞아
훌훌 털어내고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적는다..
△선생님, 왜 우리를 사랑할 수 없었나요?
나에게는 생각하기 조차 싫은 지옥같은 어린날의 상처가 있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그 또래의 사내 아이들이 다 그랳듯 여자애들을 상대로 골려주는
짓궂은 장난을 참 많이 쳐서 담임 선생님에게 야단을 자주 받았다.
그런데 그 야단치는 방법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었으니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잘못을 했으면 회초리나 벌을 세우면 될 것을 왜 꼭 감정이 실리는 손찌검으로 대신 했는지...
한쪽 볼을 잡아 당기며 주먹을 쥔 손바닥으로 볼을 때리는데 어찌나 충격이 큰지 마치 헤머로 맞는 느낌이라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밤하늘의 별들이 수십 개가 보였으니...
그 분은 애초부터 교사의 자질이 부족 했었는지도 모른다.
60년대 중반, 군사정부 시절 초등교사들이 모자라서 교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4년제 대학생 중에서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무더기로 교사임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담임 선생님이 그 케이스로
교사의 길로 들어선 분인 것이다.
대학을 조기에 졸업하고 바로 젊은 나이에 교사로 부임을 했으니 넘치는 혈기 때문인지 참 많이도 맞았다.
장난이 좀 지나쳐서 그렇지 공부는 제법 잘 했는데도 말이다~
△자동차 폐타이어를 잘라서 만든 저것과 비슷한 슬리퍼로 얼굴을 두들겨 맞았으니...
그러던 어느 여름날 사단이 났다. 내가 주동이된 우리 악동들이 작은(?)사고를 친 거 였다.
교실옆 도랑가에 나가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다가 한 여자애의 도시락을 열고 반찬을 버리고
반찬통에다가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를 몰래 집어 넣는 장난을 쳤는데,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 뚜껑을 열던 그 아이가
기겁을 하며 놀라서 울며불며 선생님께 달려가 일러 바쳤으니 그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장난에 가담한 일당 6명을 한 줄로 세워놓고 예의 그 한 쪽 볼을 잡아당기며 주먹쥔 손바닥으로
볼을 때리는 체벌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주동자인 나는 당연한데 개구리를 같이 잡으러 갔던친구, 반찬을 몰래버린 친구는 물론
주변에서 같이 구경하던 애꿋은 친구들도 꼼짝없이 공매를 맞게 생겼으니 이 일을 어쩌나요.
앞의 아이부터 때리기 시작하는데 화가 엄청 나셨는지 오늘따라 맞는 소리가 장난아니게 큽니다.
몇 대씩 얻어 맞고는 다 나가 떨어집니다.
그러다 정말 큰 사건이 발생을 합니다.
장난을 같이 주동한 내 앞의 친구가 그만 선생님이 휘두르는 주먹을 덥석잡아 버리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어요~ㅎ
그렇잖아도 맞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교실에 순간 정적이 흐르면서 이 사태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반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어요.
"때리실려면 손으로 말고 몽둥이로 때리세요~" 라고 항의를 하며 한참이나 승강이를 했어요~
그렇잖아도 잔뜩 화가 나 있었는데 선생님보다 키가 더 큰 친구가 손을 꽉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순간적으로 선생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더니 신고있던 슬리퍼(자동차 폐타이어를 잘라서 만든)를
벗어들고 얼굴을 닥치는 대로 후려패기 시작을 하는게 아닙니까.
△감정이 섞인 체벌은 폭력입니다
지금 부터는 체벌이 아니라 아예 폭력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폭력이 아닌 사람한테는 감히 할 수 없는 무기를 가지고, 마치 이성을 잃은 것 같았어요.
순간, 비명을 지르는 여자애들도 있었으니...
얼굴을 잘못 맞아서 찢어진 아이도 있었고, 바로 손을 잡았던 친구 뒤에 섰던 제게도
얼마나 폭력이 가해졌는지 귀에서 피까지 흘렀으니 상상이 가실겁니다.
지금 같았으면 그 담임은 아마 옷을 벗거나 형사처벌도 받았을 겁니다.
그 당시 부모님들은 우리 자식들이 학교에서 오죽이나 말썽을 부렸으면 선생님이 그렇게 때렸겠냐고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갔지요. 맞은 아픔보다 더러운 신발로 얼굴을 맞았다는 모멸감과
수치스러움에 그 선생님을 더욱 용서하지 못하는 점으로 작용했어요.
5학년 때의 그 담임이 치과치료를 받으러 오늘 서울에 올라 오셨는데 몇 명을 만나고 싶다면서요.
순간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아픈 기억들이 생각나 영원히 만나뵙고 싶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그날의 일을 사과 하시려고 그러나 하는 기대를 안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서 만나 뵙기로 했습니다.
먼저 나와서 만나고 있는 여자동창들 옆에 한 눈에 보아도 고달픈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초라한 담임의 모습을 보았지요.
"어 ㅇㅇ 누구 아니냐?" 라는 말에 또 한 번 크게 실망을 했어요.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선생님이 유독 귀여워하고 얌전했던 ㅇㅇ친구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게 아닙니까.
사모님과는 몇 년 전에 사별을 하고 자식들은 다 출가하여 따로 살림을 차려 나가고
지금은 홀로 지낸다는 등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둥 마는둥 모두들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만
간단히 나누고 그렇게 헤어졌지요.
<스승의 은혜>라는 영화의 내용처럼 자신의 잘못은 전혀 모른채 아직도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줄 착각하는
선생님께 애초의 기대는 잘못 이었어요.
그후 들리는 바에 따르면 "동창모임 때 참석하고 싶다"
"주변에 젊고 예쁜여자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오는 통에 부담이 되어 죽겠다는 여자 친구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선생님께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얼마남지 않은 생 이제는 편히 보내 드려야지요~
그렇게 잊고 있다가 어제밤 늦게 여자 친구에게서 문자를 한 통 받았어요.
"김 ㅇㅇ 선생님이 몸이 좋지 않아 시골에 내려가 요양 중이라고...
언젠가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선생님, 그 때는 왜 그러셨어요?" 라고 꼭 묻고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싶었는데,
이제는 제 마음속의 무거운 응어리들을 내려놓고
선생님을 찾아가 화해를 청해야 할 것 같아요.
제자가 스승을 용서할 수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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