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관악산

관악산 아기 자라의 슬픔

머루랑 2011. 3. 14. 07:00

 

        △관악산 자라바위 입니다

    여기고향의 봄을 기다리는 아기 자라 한 마리가 차디찬 겨울의 눈 감옥을 뚫고 나왔습니다.
      슬픔을 머금은 저 눈은 태어난 고향 멀리
한강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물속에서 사는 자라가 험하디 험한 
관악산 중턱까지 올라 왔을까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 우리 인간들은 전혀 알 수가 없지요. 
      얼마나 오랜 세월들을 고향을 그리며 살았는지도 우리들은 모르지요
      수백 수천 년을 관악산 중턱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았을 수많은 세월들...

 

 

   어느날 누군가가 어린 자라에게 원하지도 않는 가짜 눈을 기증 였대요.

 

      태어난 고향으로 빨리 돌려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까? 

      어느날 누군가가 이 어린 자라에게 인공 눈을 하나 기증(?)하였대요.

      그러나 아기자라는 전혀 기쁘지가 않습니다.

 

      모양은 비슷하나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짜눈 이기 때문이죠.

      시멘트 가루에 모래를 적당히 섞어서 인공으로 만든, 

      그 눈으론 전혀 세상을 볼 수가 없어요.

 

      그냥 몇 백 년만 더 기다리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엄마가 구해 오신다 

      약속하고 길을 떠나셨는데 나는 어쩌면 좋아요.

 

 

     △시멘트로 만든 눈을 떼어낸 자리엔 누군가가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올려 놓았네요~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시멘트 독에 눈이 쓰리고 아파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선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허연 눈꼽이 눈 언저리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정말 비참하답니다.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어찌 고향을 찾아 갈 수는 있을런지...

      또 사랑하는 엄마는 다시 만날 수는 있을런지요.

 

      산행하다 저를 발견하곤 환한 미소로 다가와 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으며 

      제 눈에 귤 한 알, 또는 사탕 한 개 올려놓고 즐겁다고

      웃어 주시던 산님들이 그리워 지네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아 주시면 안될까요? 

      수백 수천 년을 아무 불편없이 잘 살아오고 있는데 왜 지금에 와서 

      원하지도 않는 쓸데없는 친절을 베푸려 하시나요.

      이제는 더이상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에는 또, 어떤 아저씨가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켜 주신다고 수술받은 왼쪽 눈을 

      돌로 내리쳐서 떼어 내는 바람에 또 한 번 죽는 줄 알았다구요. 

      그리고 얼마 후, 또다시 누군가가 다시 시멘트로 만들어 준 가짜 눈,

 

      제발 부탁 드립니다. 

 

      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해도 좋으니 제발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등위에 단체로 올라와도 좋고, 목을 비틀어도 좋고, 못생긴 자라놈이라고 욕을해도 좋으니

      제발 눈은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나요?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간 엄마가 돌아오시면 제 눈을 보고 얼마나 슬퍼하실지 몰라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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