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봉의 암릉
지난주 산에 같이 가자는 아직은 초보인 친구 두 명과 함께 셋이서 사당능선에서 연주대를 올라
육봉갈림길에서 문원폭포를 거쳐서 과천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모처럼 맞이하는 따뜻한 봄날씨에 겨우내 움추렸던 몸을 풀어 보려는 많은 산행객들이
산으로 몰려서 그렇잖아도 다른 산에 비해 등산로가 협소하고 외길인 관악산이 사람들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렇다고 욕 먹어가며 앞질러 나갈 수도 없고 오로지 앞사람의 엉덩이만 바라보고
종일 경로당 할머니 걸음을 체험했기에 오늘 다시 저번에 친구들 때문에 오르지 못한
험난한 구간인 육봉의 암릉을 즐기기로 하고 저번과는 반대 방향으로 과천에서 진행합니다.
△육봉의 관문인 1봉이 손짓해 부릅니다
4호선 과천청사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청사건물을 우측으로 끼고 조금 걸으면
곧 기와집 형태로 지는 국사편찬위 건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좁은 울타리 사이를 통과하면 산불방지 초소가 나오고 구름다리를 건너고 솔향이 좋은
오솔길이 끝나는가 싶으면 장마때만 폭포의 모습을 띠는 문원폭포가 나옵니다.
육봉으로 오르는 입구가 바로 문원폭포가 되는 것이지요.
폭포위 개울가를 살펴보면 좌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입니다.
봄철이 좋다.
가을은 더 좋다. 여름도 괜찮다.
겨울은 가슴이 시리도록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은 두 말없이 더욱 좋다.
많이 괴로울 때 가라.
기쁠 때나 외로울 때도 산으로 가라.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도 산으로 가라.
폭설이 내리는 날,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
천둥, 번개가 무섭게 치는 날도 산으로 가라.
달빛이 아주 고요하게 밝은 밤,
미쳤다고 생각되는 날도 산으로 가라.
△누군가가 소원을 빌며 쌓은 탑들이 물이 마른 도랑의 삭막함을 달래줍니다
△개구리바의
암릉사이 작은 웅덩이에 개구리가 알을 잔뜩 까놓았네요.
개구리는 어디에 있을까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보통의 개구리들은 알을 낳아 놓고는 거의 돌볼지 않고 바위밑이나 가랑잎 속으로 숨어버리는데
웅덩이 바로위 바위에 아주 커다란 개구리가 왕눈을 껌벅이며 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을 자주 오르내리면서 안면을 미리 익혀 놓아서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첫번째 암릉이 벌써 기대감을 갖게합니다
△산은 좋은 산 나쁜 산이 따로 없습니다
어떤 산을 가는게 좋은가?
자신이 초보자라면 가까운 산을 몇 번 가본 후에, 먼 산으로 달려가자.
낮은 산을 먼저 오른 다음 실력이 늘면 높은 산도 오르자.
이름난 산과 아름다운 산은 자꾸만 가서 산과 빨리 친해지자.
우리는 山에 왜 가는가...
누가 나보고 물으면 나는 말하겠다. "당신은 산에 왜 안 가는가" 라고...
그냥 산이 있기에 갈 뿐이다.
△암릉의 정상에 방송송신탑이 피뢰침처럼 서 있습니다
△비둘기바위
이 산비둘기는 하필이면 둥지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옆에다 마련했는지
알을 품으면서도 연신 사람들이 지날적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암릉을 오르는 일은 언제나 엔돌핀이 무진장 솟아납니다
산에 가서 무엇을 하나...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 그냥 허투루 지나치지 말자.
주변에 우는 새가 있다면 새소리도 흉내내 보고, 눈이 부시지만 고개를 들어 태양도 한 번 쳐다보고
야생화가 피는 계절이라면 허리굽혀 꽃잎에 뺨이라도 비벼보자.
미쳤다고 뭐랄 아무 사람도 없으니...
△기러기바위
거대한 기러기바위(때론 바다거북이로도 보임) 날개짓 위로
국제선 여객기 한 대가 하늘을 가르며 높이 날아 오릅니다.
△과천시가지 너머로 청계산이 보이네요
△주름바위
이 주름바위는 워낙에 거대하여 올려다 보면 큰 위압감이 들지만 발디딤과 홀더가 많아서
두려움만 갖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데
초보자라면 무조건 우회 등산로를 따르는게 본인과 여러사람에게 모두 좋습니다~
△아기 코끼리바위
정상너머 연주암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간 어미를 기다리다 못해
배가 몹시고픈 아기코끼리는 엄마의 지시를 무시하고 위험한 언덕위에 올라
눈이 빠져라 엄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부바위
"자기야 이제 날씨도 풀렸으니 머잖아 온산이 분홍빛 진달래밭으로 변하겠지?"
"그럼 작년에 우리한테 참 다정해 보이는 부부라고 칭찬도 해 주시고
우리 등에 올라 종일 꽃구경하다 가신 마음씨 착한 그 분들도 또 오실거야~"
△부부바위/ 부부란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염소바위도 새풀이 돋는 봄을 기다립니다
△이런 풍광을 보고 오르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늙은 것이다
우리가 산행할 때, 계속 오르막만 있다면 힘들어서 어떻게 산을 갈 것인가.
오르막에서 지친 몸이 내리막 길에서 힘을 얻어
또 다른 오르막을 힘을 내어 다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육봉의 풍경들...
산에는 누구랑 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으면 적어서 더 좋다.
서넛이 가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서로 손잡기에 좋고,
혼자라면 내 마음대로라 더욱 좋다.
홀로 가면 솔바람과 구름, 나무와 산새, 야생화와 나비 등을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만 아니라, 남들이 잘 모르는 숨어있는 기암을 찾아 눈을 맞추며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그래서 나는 홀로 산에 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오리화석
여럿이서 가면 이런 멋진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여럿이 가야 좋은길이 있지만 때론 혼자 걸어야만 하는 길도 있는 법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안양시내도 잘 보이지 않아요
△깃대봉 정상의 고양이와 암릉군
△미이라바위
어찌하여 깃대봉 정상까지 올라와 미이라가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어떤 말하지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추측만 가능할 뿐...
△원숭이바위
바로앞 원숭이바위 앞 공터에서 고시래도 없이 싸온 음식을 잔뜩 펴놓고
자기들끼리 먹어대면서 침흘리고 있는 바로 옆의 원숭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나봅니다.
그래서 원숭이 바위는 항상 입이 부어 있습니다~
△깃대봉 정상에 서면 또다른 암릉인 팔봉능선이 유혹하고 있습니다
△지나온 육봉이 확연하게 구분됩니다
△비록 거친환경에서 자라는 소나무이지만 이 나무는 결코 남을 탓하지 않고 굿굿이 살아갑니다
산을 힘들여 오르는 수고없이 어떻게 맑은 산소를 마음껏 들이켜고
노폐물을 내뿜는 허파와 근육들의 힘찬 펌프질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또 생명의 냄새가 물씬 실려오는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마실 수 있겠는가.
바로 이런 것들이 산을 힘들여 오르는 자들만이 누리는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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