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자라바위 입니다
여기고향의 봄을 기다리는 아기 자라 한 마리가 차디찬 겨울의 눈 감옥을 뚫고 나왔습니다.
슬픔을 머금은 저 눈은 태어난 고향 멀리 한강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물속에서 사는 자라가 험하디 험한 관악산 중턱까지 올라 왔을까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 우리 인간들은 전혀 알 수가 없지요.
얼마나 오랜 세월들을 고향을 그리며 살았는지도 우리들은 모르지요
수백 수천 년을 관악산 중턱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았을 수많은 세월들...
태어난 고향으로 빨리 돌려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까?
어느날 누군가가 이 어린 자라에게 인공 눈을 하나 기증(?)하였대요.
그러나 아기자라는 전혀 기쁘지가 않습니다.
모양은 비슷하나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짜눈 이기 때문이죠.
시멘트 가루에 모래를 적당히 섞어서 인공으로 만든,
그 눈으론 전혀 세상을 볼 수가 없어요.
그냥 몇 백 년만 더 기다리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엄마가 구해 오신다
약속하고 길을 떠나셨는데 나는 어쩌면 좋아요.
△시멘트로 만든 눈을 떼어낸 자리엔 누군가가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올려 놓았네요~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시멘트 독에 눈이 쓰리고 아파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선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허연 눈꼽이 눈 언저리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정말 비참하답니다.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어찌 고향을 찾아 갈 수는 있을런지...
또 사랑하는 엄마는 다시 만날 수는 있을런지요.
산행하다 저를 발견하곤 환한 미소로 다가와 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으며
제 눈에 귤 한 알, 또는 사탕 한 개 올려놓고 즐겁다고
웃어 주시던 산님들이 그리워 지네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아 주시면 안될까요?
수백 수천 년을 아무 불편없이 잘 살아오고 있는데 왜 지금에 와서
원하지도 않는 쓸데없는 친절을 베푸려 하시나요.
이제는 더이상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에는 또, 어떤 아저씨가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켜 주신다고 수술받은 왼쪽 눈을
돌로 내리쳐서 떼어 내는 바람에 또 한 번 죽는 줄 알았다구요.
그리고 얼마 후, 또다시 누군가가 다시 시멘트로 만들어 준 가짜 눈,
제발 부탁 드립니다.
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해도 좋으니 제발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등위에 단체로 올라와도 좋고, 목을 비틀어도 좋고, 못생긴 자라놈이라고 욕을해도 좋으니
제발 눈은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나요?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간 엄마가 돌아오시면 제 눈을 보고 얼마나 슬퍼하실지 몰라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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