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한계령~1,082봉~필례령~가리산(1,518m)~주걱봉(1,401m)~삼형제봉 갈림길~느아우골~옥녀2교
◈산행시간 : 7시간 30분
유난히 길고 비도 많이 내렸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설악으로 향하는 시외버스가 모두 만석이 되어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합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커다란 배낭을 울러맨 모습으로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한계령을 도착지로 하는 것을 보아
서북능을 타고 설악산 대청봉으로 오르거나 귀때기청,대승령을 목표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남설악 방향으로 향하는 이가 한사람 있었으니~
한계령 휴게소에서 승객의 80% 이상을 쏟아 놓고
버스는 굽이길을 내려 가는데 그 나머지 승객들도 모두 오색에서 내린다고 하네요.
다들 휴게소 마당으로 들어 서는데 저만 혼자 필례령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굽이진 도로를 두개 돌아서 번개같은 동작으로 숲속으로 스며들어
급경사 능선을 치고 올라가니 구슬땀이 벌써 이마를 적셔오기 시작합니다.
△한계령휴게소 뒤의 암봉군
▼너덜로 이루어진 귀때기청봉(중앙)
맑은날씨 같지만 옅은 구름이 끼어 있어서
설악의 멋진 여름 풍경을 담기에는 좋은 날씨가 아닙니다.
언뜻보면 장수대의 대승폭포을 닮은 소승폭포에서도
멀어서 물소리는 들려오지 않지만 장마가 끝난 후라 기다란 하얀 물줄기를 모처럼 볼 수가 있네요.
평상시에는 거의 말라 있어서 폭포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행운입니다.
△지나온 한계령휴게소와 서북능 오르는 상투바위가 보입니다
△한계령 맡은편에서 망대암산,점봉산으로 가는 남설악의 암릉도 보이구요
꼬리를 물고 동해안으로 향하는 피서 차량들의 힘겹게 한계령을 오르는
자동차의 거친 엔진음이 들려오는 능선 숲속엔 바람 한 점 없어서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길의 윤곽은 뚜렷하지만 인적이 드물어 연신 거미줄이 얼굴에 걸려 신경쓰이는 외진 길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조릿대가 무성한 지역을 지나게 되는데 반바지 차림으로 왔다면
억센 조릿대잎 등에 다리가 쓸리는 고통쯤은 감수해야 합니다.
△가리산 주걱봉 등산 개념도
<물푸레꽃> |
<기린초> |
△저기 십이연봉을 지나면 드디어 가리산이 보입니다
△세월의 흔적들이 그대로 배어있는 가리산의 숲모습 입니다
△스모그에 가려 뿌옇게 서북릉과 상투바윗골 위의 귀때기청도 조망됩니다
설악 중에서도 비교적 오지에 속하는 남설악의 가리산코스는
맏은편의 서북릉과는 달리 가리산 정상에 다을 때 까지는 조망이 거의 없다고 보셔야 됩니다.
중간에 서북릉이 언뜻언뜻 보이는 구간이 몇 곳 있지만 하늘을 가리는 숲속에
사뭇 가려져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고 한계령부터 가리산까지 계속 능선을 타고 오르는
조금은 지겨운 코스이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거의 없는 남설악산 중에서도 매우 한적한 코스입니다.
△남설악에서 건너다 보는 한계령과 귀때기청 풍경
△중앙 우측의 대청봉은 가늠만 될뿐 봉우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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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연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암릉길이 시작됩니다
△주걱을 닮은 주걱봉과 삼형제봉이...
△가리봉 정상 왼쪽의 봉우리는 작은 가리봉입니다
△가리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걱봉
산에는 누구랑 갈까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으면 적어서 더 좋습니다.
서넛이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서로 손잡기에 좋고,
혼자라면 내 마음대로라 더욱 좋지요~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나비 등을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단 둘이 친구가 될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다니길 더 좋아합니다 ^0^
▼설악산 바람꽃
△설악의 마터호른이라 불리우는 주걱봉
주걱봉 사진만 보아도 21년 전, 가리산행의 끔찍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한계령부터 시작한 가리산행, 정상 못미처 암릉구간에서 다리를 심하게 겹질린 여직원을
서로 부축해 가며 힘들게 진행해야 하는 더딘 산행으로 인해 급기야 12월 하순의 노루 꼬리만한 겨울해가
가리봉을 지난 주걱봉 부근에서 떨어지는 초비상 사태를 맞고야 말았습니다.
이 사건은 나중에 따로 올려야 겠습니다~
△구상나무 솔방울은 탐스런 잣송이를 닮았어요~
△설악의 마터호른 가리봉의 위용입니다
'태풍 매미'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의 위력이 어떠했는지
설악의 아름다운 골짜기들을 이렇게 황량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 큰 심술을 부렸습니다.
토사와 수목들이 쓸려 내려간 지역엔 허연 속살을 드러낸 바위벽이 아직도 상채기를 치료하지 못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예전처럼 복원되기는 영원히 불가능하고
나무들이 자랄수도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말았으니...
남설악 일원의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아름드리 나무들이
한계리마을 앞 하천을 범람, 휩쓸고 지나가며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던 장면을
방송을 통해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트래버스 횡단구간은 가리산 코스 중 제일 위험한 곳입니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주걱봉은 일반 산행에서는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많이 위험하니까요~)
△느아우골 풍경...
2003년 9월에 발생하여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를 주었던 '태풍 매미'의 흔적으로
느아우골의 모든 등산로는 유실이 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엄청난 폭우에 뽑혀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계곡안을 막고 널부러져 있는 미끄러운 암반의 계곡을 따라서 하산하는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나 요즘같이 기습성 폭우가 내리기라도 한다면 엄청 위험하구요.
길도 전혀 없는데다 물이 흐르는 미끄러운 바위를 계속하여 건너야 하고
젖은 신발은 잘못하다간 실족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는 이 코스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멀리 안산과 치마바위가 보입니다
이 엄청난 대자연의 힘에 우리 인간은 미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곳곳에 아무렇게나 거꾸로 쳐박혀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의 흔적을 보며
끔찍했을 그날을 떠올려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곳 느아우골 뿐만 아니라 설악산 계곡의 큰 상채기들이 모두 다 그때 생겨난 것이죠.
△느아우골을 거의 내려온 지점에서 올려다 보니 주걱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1,396봉에서 안산, 치마바위로 이어지는 암봉군에 저녁 햇살이 걸려 있습니다
△옥녀탕 계곡위 암봉군이 참으로 멋지지 않나요?
우린 왜 그렇게 힘든데도 굳이 산엘 가려 할까요?
산이 있으니까 가는 거지요~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 났으니까요.
누가 "산에 왜 가냐"고 물어 온다면 저는 이렇게 되묻겠습니다.
"당신은 왜 산에 안 가는가?" 라고,
아니 "왜 못가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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