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번 국도 한계삼거리에서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구 옥녀탕휴게소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삐쭉삐쭉 솟아 있는 눈에 익지않아 낮설은 암봉들이 보이는데 이 봉우리가 바로 대청에서 서북릉을 치고 거침없이 곧장 내려와 귀때기청과 대승령을 거쳐 한계리로 빠지기 전에 마지막 거대한 암봉을 이루는, 말 안장을 닮았다는 바로 안산(1,430m)입니다.
다소 생뚱맞게 보이기도 하는 기이한 모양의 산세지만 천하절경이 따로 없습니다.
설악을 일년이면 수없이 드나드는 내노라 하는 꾼들에게도 이곳은 조금 낮설은 곳이기도 합니다. 들고나는 접근방법이 불편하고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옥녀탕
요즈음 전세란 때문에 전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고 하는데 이곳 옥녀부동산(?)에 문의하면 어렵지 않게 전세를 얻어 하루종일 사람들에게 방해 받지않는 자유로운 설악산 전세산행을 마음껏 누릴 수가 있습니다~
물론 발품이라는 복채를 두둑히 챙겨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산행코스 : 옥녀탕~옥녀탕골~안산(1,430m)안부~선녀탕갈림길~1,257봉~1,161봉~벙커2봉~ 벙커1봉~모란골입구~북천(46번 국도변)~한계삼거리 ◈산행시간 : 9시간 (버섯,약초채취 2시간 이상 포함)
옥녀탕을 건너 암반이 미끄러운 경사지역을 조심하여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신비스런 옥녀탕골 전세산행이 시작됩니다.
오늘 산행은 옥녀탕골에서 안산으로 올라서 대청에서 내려오는 서북릉의 꼬리를 따라서 46번 국도변이 나오는 북천변까지 능선을 따라 걸을 계획입니다. 한계고성 까지는 그런대로 길이 보이지만 그 이후로는 오로지 감으로 길을 찾아서 올라야 하는데 산행을 어느정도 해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길을 찿을 수가 있을겁니다.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서 계속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왼쪽 합수점과 만나는 지점까지 오면 여기서 부터는 이제 옥녀탕골의 진면목인 계곡산행이 시작됩니다. 가끔가다 독을 품은 비얌도 더러 만나구요~
길이 따로 있는게 아니니 크고 작은 바위들을 네 발로 넘으며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점은 수시로 뒤도 돌아보며 올라야 한다는 것이죠. 바로 뒷풍경들이 더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남설악 가리산과 주걱봉 성골 산행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남설악의 가리산과 주걱봉의 힘차게 내리뻗은 모습을 뒤돌아 서서 숨을 고르며 감상하는 즐거움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산은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도 일품이지만 시선의 높이에 따라 달리 변하는 건너편 남설악의 멋진 허리 라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이곳 옥녀탕골이 유일합니다.
앞쪽 보다는 뒤 풍경이 더 아름다운 이게 옥녀탕골만의 자랑입니다~
△천연기념물인 산양들의 전용 화장실
△풍경
△주걱봉 풍경
△올라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계곡길이 정말 엉망진창 입니다~♬
△저 봉우리들이 눈 높이로 다가와야 안산 정상인데 아직 한참을 더 올라야 합니다~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풍경
△저 바위 꼭대기가 안산(1,430m) 정상입니다 계곡길이 끝나고 너덜지대가 시작되는 지점에 오니 어디선가 동물의 사체가 썩는지 고약한 냄새가 한낮의 공기를 진동 시킵니다.
발끝 멀지않은 곳에 거의 다 썩어 뼈만 몇 개 남은 동물의 사체가 보이는데 스틱으로 뒤집으며 살펴보니 발굽이 있는 어린 동물의 것인데 아마 험준한 암릉에 사는 어린산양의 사체 같습니다. 바로 위는 수백 길의 낭떠러지구요.(저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릉을 타고 이동하다가 경험이 적은 어린산양이 그만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는데 또다른 산짐승들이 사체를 뜯어 먹고 또는 물고 갔는지 아직도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뼈대를 대충 맞춰보니 없어진 부분이 절반이고 머리통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린 산양은 죽어서 또다른 산짐승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제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린산양의 나머지 뼈들을 모아서 작은 돌무덤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 뿐이지요~
△사람이나 산도 역시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치마바위
△잘록한 곳이 안산 안부입니다
△주걱봉 아래 느아우골이 이곳 보다 훨씬 더 험준합니다
△풍경
△계곡을 올라와 안산 안부에서 내려다 보는 옥녀탕골
△안산(1,430m) 정상에는 이미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치마바위 뒷모습
아무리 설악을 전세 내었다 해도 그렇지 여태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안산(1,430,m)에 오면 그래도 산행객 몇 명은 만날줄 알았는데 저번 남설악의 점봉,망대암산과 가리,주걱봉에 이어 올 해에만 벌써 세 번째로 설악을 통째로 전세내어 산행하는 큰 영광을 누려봅니다~
제 발자국 소리와 가랑잎을 뒤지며 없는 도토리를 찾느라 분주한 다람쥐의 부스럭거림 외에는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깊은 산에는 그야말로 정적만이 흐릅니다. 바로 이런 맛에 중독되어 험하고 외진 산만을 홀로 찾아 다니길 좋아합니다~
△서북릉의 끝 꼬리능선을 따라 백담사로 이어지는 46번 도로변(북천)까지 능선을 타고 계속 내려갑니다
△풍경
△마가목열매 "풀 중에는 산삼이 으뜸이고, 나무 중에서는 마가목이 으뜸이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바로 나무 중 으뜸이라는 마가목의 붉은 열매가 올해 대풍을 맞아 전국의 험준하고 높은 산을 단풍보다도 먼저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서 농작물에 피해도 많이 입었는데 설악산에는 때아닌 마가목 풍년이 들었습니다. 설악뿐만 아니라 전국의 1,300고지가 넘는 높은 산에는 마가목 열매가 풍년이랍니다.
3~5년 마다 해거리를 하는 마가목 열매는 앞으로 이런 멋진 장관을 또 보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집에 도착해 배낭을 열어보다 붉은 마가목 열매가 가득 들어 있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열매를 잔뜩따서 넣어준 것이지요~ 설악 산신이??
△붉은 마가목열매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
△저 바위산 앞쪽 아래가 십이선녀탕을 이루는 계곡입니다
△풍경
△풍경
<마가목열매> <산양의 흔적> △가리산에서 주걱봉을 거쳐 삼형제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남설악의 주능선을 걷고 싶지 않나요?
△선돌? 세운 돌??
△얼굴을 닮은 기암
<참비늘버섯> △안산에서 이어지는 서북릉의 끝자락을 따라 걷는 일은 보기보다 힘듭니다
△심봤다아~ 상황버섯이 군락으로 자라는 커다란 통나무를 발견하곤 저도 모르게 외친 소리입니다. 등로상에 있어서 누군가는 보고 지나쳤을 텐데 그 귀한 상황버섯이 이렇게 고스란히 남아있는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상황버섯인지 모르고 지나쳤거나 알더라도 꼭 필요한 이에게 전해 주려고 양보 했는지도 모르구요~ 주변의 아픈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되어 모처럼 좋은 일좀 하게 생겼네요. 고맙습니다~ ^0^
오늘의 세 번째 행운입니다.
△덕다리버섯 오늘의 네 번째 행운, 아니 다섯 번째 행운인 덕다리버섯을 또 만났습니다~ 항암효과로 치면 오히려 덕다리버섯이 상황보다도 더 효과가 크다고 하는데 엄청난 크기라 배낭에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매우 크고 량도 많습니다.
배낭도 작은 편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들어갈 빈 공간이 보이지 않아 일부는 봉지에 넣어 배낭에 매달고...
산에 오면 내려갈 수록 배낭이 가벼워 져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반대로 내려갈 수록 배낭이 점점 더 무거워 지면서 양 어깨를 아프도록 짓누릅니다. 이런 것을 두고 "꿩먹고 알먹고" 라고 하나봐요 ^0^
유유자적 멋진 산행도 하고 자연이 무상으로 주는 귀한 부산물도 한배낭 챙겼는데 그냥 간다면 도리가 아니지요. 뒤돌아 서서 설악에 감사의 배꼽인사를 올립니다.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대자연에 감사하는...
△46번 국도가 지나는 저 터널을 지나면 설악생수가 나오죠
한계삼거리에서 용대리로 향하는 넓게 뚫린 46번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이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을 내려 오면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소나무 밑으로 향하는 제 눈길 때문에 자신이 조금 밉게 느껴집니다.
혹시 일찍 나온 송이가 보이지 않나 해서지요~
오늘 분에 넘치도록 이만큼 큰 보너스를 듬뿍 받았으면서도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욕심이 남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헛 웃음을 짓습니다.
"마음 비우는 법을 배우려 자연을 찾는다"고 말은 하면서도 아직도 이렇게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산을 찾으며 자연이 주는 작은 혜택에도 고마워 하며 감사할 줄 아는 겸손을 배워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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