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정상에는 이미 단풍이 지고 가을의 끝자락으로 내달리고 있어요
◈산행코스 : 옥녀탕~성골~안산~갈림길~치마골~한계3리
지난번 산행 때 조금 따온 마가목 열매의 자료를 올리다가 기관지 천식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알고는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룬채 마가목 열매를 얻기위해 다시 설악의 모처로 달려 갑니다.
늦게 가면 서리를 맞아서 열매가 다 떨어지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불과 보름전의 일이니 아직까지는 남아 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1,400고지가 넘는 높은 산의
특성상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니 알 수는 없지요.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친척이 천식으로 고생을 하고 계시기에 일부러 나선 것이지요~
그 길도 없는 지겨운 계곡의 바위들을 3시간 가까이 타고 넘으며 빨리 오르고픈 마음에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단풍의 아름다움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올 가을에는 가뭄이 들어서 그런지 설악의 단풍이 예년의 북한산의 단풍보다도 빛깔이 예쁘지 않아
설악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합니다.
능선보다 계곡 물가의 단풍이 더 곱고
진하게 물드는데 어찌된 일인지 올해는 붉은 단풍이 거의 보이지 않네요.
△풍경
△그동안 눈이 높아져서인지 별로 예쁘게 보이지 않네요~
△풍경
△산 능선에는 이미 단풍이 지고 있어요
△마가목열매
잎은 이미 다 지고 새빨간 열매만 가지에 매달려 있는데
어찌나 탐스럽게 많이 열렸는지 가느다란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엄청나게 열려 있습니다.
3~5년마다 해걸이를 한다고 하니 올해가 지나고 나면 이런 멋진 모습을 다시 보려면 최소한 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서둘러 새벽길을 다시 달려 온 것이지요.
마가목 나무는 휘임이 좋기 때문에 가지를 잡아 당기면 쉽게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열매들을 딸 수가 있습니다.
벼랑 부근에 있는 것은 애써 나무에 오를 필요도 없이 바위에 올라가 가지 하나만 잡아 당기기만 하면
모두 다 손쉽게 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늘도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고 안개가 짙게 끼어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이지만
설악의 절경을 마음껏 즐기면서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올라온 계곡입니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나오지 않을줄 알았는데 그런대로 나왔네요
△역시 설악입니다
△빨갛게 보이는 것들이 모두 다 마가목 열매입니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더 힘들 것 같아 이쯤에서 길도 없는 능선을 탑니다
오늘 설악에 온 목적은 산행이 아니고,
처음부터 마가목열매를 얻어가기 위한 약초산행 이었기에 이미 충분할 만큼 원하는 열매를 얻었으니
능선을 끝까지 탈 필요없이 중간에서 치고 내려 가기로 하고 길도 없는 능선을 헤치고
한참을 내려가는데 이럴수가...
앞이 절벽으로 끊겨서 더 이상 진행 할 수가 없습니다.
절벽을 비켜서 우회를 하는데 덤블과 잡목이 뒤엉켜 엉망인 너덜지대는
지상의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힘든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름철의 그 무성하던 잎들이 단풍이 들어 떨어지고 덤블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것이죠.
길이 있는 것 같아 따르다 보면 어김없이 덤블속 작은 구멍으로 통하는 걸로 보아서
이 길은 산짐승들, 주로 산양이 다니는 길로 보여집니다.
산양의 배설물도 군데군데 보이고...
그러고 보니 오늘 졸지에 산양의 신세가 되었네요.
그렇게 한참을 고생하여 계곡으로 내려 섰는데 장농만한 바윗돌들이 널려있는
미끄러운 계곡을 따라 걷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첫번째 만난 작은 폭포/ 여기서 우회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죠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미지의 협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내심 마음속으로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납니다.
바로 협곡을 가로막고 있는 폭포입니다.
오늘은 보조자일 하나 준비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도중에 폭포를 만나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우회길이 있다면 우회를 하고 아니면 되돌아 가는 것이고,
마지막 방법은 그냥 폭포를 타고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이죠~♪
인적의 발길이 닫지않는 조용한 계곡엔 이미 가을이 지면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자연이 주는 선물은 |
고마운 마음으로 챙겨와야 합니다~ |
오늘 계곡에서 세번째 만나는 폭포입니다.
다 내려와서 올려다 보면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미끄러운 바위면에 바닥에는 떨어진 낙엽까지 깔려 있어서 이 곳으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지역이라
여기서 또다시 산양들의 안내를 받아 내려왔지요.
폭포위 절벽사면을 살펴보니 좌측으로 산양들이 다닌 흔적이 희미하게 보였거든요.
△커다란 폭포가 시작되는 끝지점
이제는 더 이상의 폭포들이 나타나 심장을 떨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계곡 바의들을 힘들게 타넘어 내려오다 눈앞에 예감이 좋지 않은
낮선 풍경이 보여서 바짝 긴장을 하고 다가갑니다.
제발 저 바위끝에는 폭포가 아닌 그냥 경사도가 조금있는 바위벽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한발 한발 다가가다 그만 기겁을 했습니다.
발 앞에는 지금까지 지나쳐온 폭포들과는 모양이나 크기가 확연히 다른 거대한 폭포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게 아닙니까.
약 20m에 달하는 길이인데 여길 어떻게 내려가야 할 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폭포를 이루는 협곡의 양 옆으로는 깍아지른 절벽이라 도저히 지나갈 길이 보이지 않고
되돌아서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간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진퇴양난이 따로 없습니다.
배낭을 벗어 놓고 잠시 쉬면서 고민을 합니다.
폭포 우측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직벽이고, 되돌아 올라가서 다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인데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20미터도 넘는 폭포속으로 내려 뛸 수도 없고...
방법은 단 하나, 좌측 벼랑에 나 있는 작은 나무뿌리들을 잡고 어떻게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만약에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거나 잡고있는 나무뿌리가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뽑힌다면 저 아래 폭포속으로 빠져 버리는
대형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위험하지만 그대로 실행하기로 합니다.
폭포속으로 떨어져도 최소한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요.
다치지만 않는다면 수영은 제법하는 편이니~
만약에 이곳에서 추락사고를 당한다면 휴대폰도 터지지 않은 깊은 협곡이고
내가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구조요청이나 조난신고를 해줄 사람도 없기에
아무리 강심장이라지만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홀로 산행을 수 없이 많이 해봤지만
오늘같이 일행이 없는 단독산행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본 산행입니다.
그러나 스릴은 최곱니다~
아직은 죄를 많이 짓지 않았는지 설악의 보살핌으로 아슬아슬한 절벽을 횡단하여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폭포로 다가가 사고없이 무사히 내려 온 것에 감사하며 계절여행을 떠나려는
갈잎들을 배웅하는 여유도 가져봅니다~
△자연산 버섯입니다
폭포를 사고없이 무사히 내려온 것도 고마운 일인데
이번에는 다발로 피어있는 표고버섯까지 선물로 주시니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하나요~
그저 산이 고맙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표고를 닮았지만 표고는 아니고 요리해서 먹어보니 맛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섯번째 만나는 폭포인데 이 정도는 이미 장애물도 아닙니다.
경사가 제법있는 폭포지만 왼쪽의 바위면이 살아 있어서 서서 내려와도 될 정도로
발디딤이 좋고 재미있는 길 입니다.
계곡이 이렇게 험하니 그 흔한 사람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없는 외진 지역으로 남아 있겠지요.
지도에도 나타나 있지 않은 이 계곡의 폭포는 아마 무명폭일 가능성이 크고
그것을 본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고 또 폭포를 내려온 유일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힘든 돌무덤 협곡인지 발바닥에서 불이 나는듯 아파 오는데 계곡은 끝날줄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더 내려오니 전기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친
고추밭이 나타나면서 고생은 끝입니다.
△한계3리 마을 끝에서 올려다 본 안산입니다
올 한해 정말로 지겹도록 길도 없는 계곡산행을 많이 했습니다만
오늘 산행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고 고단했던 산행이었습니다.
설악이라는 이름을 무시하고 아무 능선이나 타고 내려가면 될 줄 쉽게 알았다가 된통 혼이 난 하루였지요.
7시간 40분의 산행 중, 올라갈 때 계곡길 3시간, 길도 없는 돌무덤을 협곡을 헤치고
다시 2시간 40분을 내려왔으니 하루종일 계곡길만 더듬다만 하루였습니다~
산은 원하는 것은 기꺼이 주되
그냥 쉽게 거저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오늘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두 번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힘든 협곡산행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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