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권정생-아동문학가>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났다.
아기 잃은 어머니가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아기 찾아간다.
목이 메어 소리도 안 나오고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
아기 찾아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눈물 자국이
길게 길게 남았다.
<정말 걱정되는 것/ 오은영-아동문학가>
느림보 달팽이라
놀리지 마.
먹이 찾아
한나절 걸려도
오솔길 너머 구슬냉이밭으로
가고야 마는 걸
어둠밭에 피어난
별꽃과 얘기하러
온종일 걸려
나뭇가지에도 올라가는걸
정말로 걱정되는 건
날개가 있는데도
날려하지 않는
타조, 너야.
<달팽이 한 마리가/ 최춘희>
겹벚꽃 그늘 아래서
달팽이 한 마리 더듬더듬
나무를 기어오른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등짐 진 그의 무게만큼
하늘은 자꾸만 기우뚱
내려앉는데
놀라워라......
보이지 않는 눈으로
지구를 끌고 가는 힘
<달팽이가 말했어/ 민현숙-아동문학가>
집을 지고 다닌다고?
아니야, 난 지금
부릉부릉 차를 몰고 가는 거야.
내 차는 캠핑카거든.
걸음이 느리다고?
아니야, 난 지금
둘레둘레 세상 구경하느라 그런 거야
난 여행을 무척 좋아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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