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산행코스 : 양수역~하계산~부용산~형제봉~청계산~형제봉~국수역(중앙선)
◈산행거리 : 18km, 6시간 20분
8월 들어 몇 번 산행을 했는데 그때마다 일부러 카메라를 휴대하지 않고
산행을 했더니 그 느낌이 색다르고 더욱 편하게 느껴집니다.
사진을 담느라 지척이지 않으니 산행 시간도 많이 단축이 되고
여유가 있으니 자연의 대상을 바라보는 눈길도 다르고, 자유롭고 홀가분해서 정말 좋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데 왜 그동안 집착을 버리지 못했는지...
사진이 없으니 산행기 등을 올리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낭비하는 시간도
줄을 것이고 남는 시간엔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마음을 비우는 산행'~
그러나 아주 가끔은 몇장의 사진은 담아와야 겠지요?
<영지버섯> |
<영지버섯> |
해마다 장마가 끝나는 8월 초순이면 몰래 찾아가 자연산 영지를 따 오는 산이 있는데
올해도 수확의 기대를 잔뜩 안고 영지를 따러 갑니다.
습도가 높아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며 영지가 자라는 산기슭에 다다라
그만 아연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영지가 자생하는 숲을 모두 간벌 작업을 해놓아 숲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게 아닙니까.
물론 필요에 의해서 간벌 작업을 했겠지만 제 영지농장이 망가졌으니 이 일을 어찌지요?
그래도 실망감을 뒤로하고 숲을 뒤적여 보니 간혹 몇 개씩 자연산 영지가 보이는데
크기가 작년보다 형편없이 작고 수량 또한 매우 적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내리며 겨우 한 봉지를 따서 배낭에 넣고 오늘의 주 산행지인
양수리로 가는 중앙선 전철에 다시 몸을 실으니 시간은 벌써 정오를 가리키는데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언제 비가 내릴지도 모르는데 부용산을 거쳐서 청계산까지 오늘의 산행
일정을 마칠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섭니다.
영지를 채취할 때는 반드시 이렇게 전지가위를 이용 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뿌리채 영지를 뽑아 버리면 이듬해 부터는 다시는 영지를 딸 수 없으니 반드시
전지가위를 이용, 줄기를 잘라서 뿌리 부분을 남겨 두어야만 다음에 또 딸 수가 있습니다.
자른 곳은 낙엽 등으로 살짝 덮어 주기만 하면 늦가을에 또 한 번 영지를 수확 할 수 있거든요~
양평 부용산을 가려면 중앙선 전철 양수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양수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부용산 가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작은 개천을 건너고
중앙선 열차가 지나는 굴다리 밑을 통과하면 농가가 한 채 나오고 조금 더 진행하면 터널 직전에서
우측으로 약수터가 보이고 부용산행은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왕거미가 집을 짓는 산기슭
△약수터/ 부용산행은 이 약수터 부터 시작 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8월의 숲속은 습식사우나가 따로 업습니다
도시에서는 밤새워 울어대는 말매미와 참매미의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데
부용산을 오르는 숲속에는 매미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작은 종인 풀매미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지
온통 풀매미의 울음소리로 숲속이 요란합니다.
얼마나 경쟁적으로 울어대는지 마치 숲에 내리는 소낙비 같이
"슈~슈~슈~슈~"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요
<숲속의 버섯들> |
<숲속의 버섯들> |
△자연이 빚어내는 예쁜 모습들
△산행코스:양수역 2번출구~새마을교~굴다리~약수터~하계산~부용산~형제봉~청계산~형제봉~약수터~정자동~국수역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그 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기에 우중 산행을 감행 하기로 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더 많았던 올 여름같은 이상 기후에는
맑은 날을 따지다가는 이 계절이 다 가도록 아마
산행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보내줄 수도 있을겁니다.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젖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0^
△부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아직까지 비는 내리지 않고 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숲속은 정말 찜통이 따로 없습니다.
영지를 딴다고 이미 다른 산을 하나 바쁘게 넘어 왔으니 지치기도 했고
또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안개로 조망도 없는 사뭇 답답한 산행을 해야 하기에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비 예보 때문인지 부용산 전망대엔 인적도 없고 자욱한 안개만이 앞을 가립니다
<사위질빵> |
<사위질빵> |
01 |
02 |
03 | ||
<박주가리꽃> |
<물레나물> |
<누릿장나무> |
△형제봉 정상이 올려다 보입니다
△뒤돌아본 풍경인데 비구름이 몰려 오는게 보입니다
△부용산에서 형제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철탑을 건설 하느라 나무를 제거하여 놓아서 길이 넓습니다
△멋진풍경
잔뜩 찌푸린채 비를 뿌리지 않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천둥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발길이 더욱 빨라졌습니다.
아직 점심도 먹기 전이라 타프를 치려니 경사면에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좀더 걷기로 하는데
갑자기 비바람과 함께 굵은 비가 쏟아지는데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차게 퍼부어 댑니다.
재빨리 타프를 나무에 얼기설기 묶고 속에 들어가 늦은 식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제법 괜찮습니다.
천둥을 동반한 비는 세차게 내리는데 앞으로 진행할 걱정 보다는
비 내리는 산속의 풍경을 감상하며 이곳이 깊은 산중에 나혼자라는 생각마저 잠시 잊고
타프가 찢어질 정도로 세차게 두들기는 빗소리를 즐기는데
정말 빗소리가 너무 괜찮네요~
△숲속의 아침공주 망태버섯
망태버섯은 보통 해뜨기 직전에 순식간에 피어나 햇볕을 받으면서 서서히 사그러 드는
발견하기가 쉽지않은 희귀한 버섯인데 오늘 운 좋게도 비가 내리는 등산로에서 몇 개를 발견했네요.
늦잠을 자다가 빗소리에 놀라 깨었는지...
△우의를 입어 비는 직접 맞지 않지만 대신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고 있습니다
형제봉에서 청계산 정상을 다녀와 다시 형제봉으로 내려오니
그동안 내리던 비는 몸풀기 였는지 본격적으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정말 무서울 정도로 쏟아집니다.
빗방울 하나가 이렇게 클 수가 있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는데
그 넓은 등산로가 순식간에 흙탕물 도랑으로 변해버려 내려가기가 위험합니다.
△어렵게 사진 한 장을 찍고 카메라는 비닐 지퍼백 속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조금 위험하네요.
폭우는 멈출줄 모르고 퍼부어 대는데 인적은 보이지 않고 이미 거대한 도랑으로 변해버린
경사진 등산로를 채우며 작은 돌맹이들과 함께 흙탕물이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데
진흙의 속살이 드러난 내리막 길은 엄청 미끄럽습니다.
△청계산 날머리입니다. 국수역에서 내렸다면 들머리가 되겠지요
엄청나게 퍼부어 대는 폭우를 뚥고 한참을 내려오니 지붕이 있는 약수터가 나타납니다.
약수터에서 흑탕물에 범벅이된 발을 씻고 간식을 들면서 긴휴식을 취하다 보니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비가 잦아드네요.
우는 것을 멈추었던 매미들의 저녁 합창도 다시 시작되구요~
유난히 비가 잦았던 이상한 여름도,
도시 소음에 맞서 기를 쓰며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저녁마다 들려오기 시작하는 귀뚜라미 소리에 묻혀서 서서히 물러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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