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해넘이
◈산행코스:서울대입구~제1광장~깔딱고개~제4광장~무너미고개~학바위능선~깃대봉~정상~연주대~서울대
유래가 없는 긴 가뭄에 엄청난 폭염까지 여름내내 이상 기온으로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가을 장마가 장마때 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비를 뿌려대 피해가 속출하는 참으로 이상한 여름입니다.
곧 대형급 태풍도 서해안으로 올라온다 하구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산을 날씨 때문에 산행을 쉴 수도 없어서 오늘 일찍 퇴근해서 해거름에 관악산을 오릅니다.
건대에서는 수락산이나 도봉산이 가깝지만 왠지 야간산행은 꼭 관악산으로 고집을 하네요~
낮에는 종일 비가 내렸고 늦은 시각에 평일이라 그런지 산을 오르는 이는 거의 없고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가벼운 차림의 사람들만 더러 보일뿐 오늘도 변함없이 산을 통째로 전세내게 생겼습니다.
산 이름대로 바위로 이루어진 관악산은 원래 물이 귀한 산인데 가을장마 덕에
계곡마다 이름없는 작은 폭포들을 만들어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피리부는 소녀는 오늘도 예외없이 그 자리에~
△하산길 이라면 발을 담그며 쉬었다 가고 싶습니다
△평상시에는 전혀 물이 흐르지 않는 곳에도 미니 폭포가...
주말에는 일이 있어서 산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일 늦은 시간에 산행을 나섰는데
좀 시원해 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숲속에는 습도가 많아 한여름 처럼 굵은 땀이 흘러내려 산행을 힘들게 합니다.
제1광장을 지나 깔딱고개로 오르는 등로로 접어들자 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질척이는 도랑으로 변해 저벅저벅 신발을 적셔가며 물위를 걷습니다.
삼성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요란하게 햐얀 포말을 토해내는 제4광장을 지나 무너미고개에서
바로 좌측 학바위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 암릉에 오르니
비로소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며 땀을 식혀줍니다.
△제가 찾아낸 하트바위 입니다~
△분명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을텐데...
△학바위 능선의 기암들
△저게 학바위라는데~ㅎ
△짙은 구름이 끼어서 시내쪽의 시야는 좁습니다
△학바위 너머로 삼성산
검색을 해보니 꼭대기의 선바위는 학바위라는데 그 옆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살펴 봤는데 어디가 학을 닮았다는 것인지~
△국기봉의 두더쥐바위와 태극기
관악산에는 국기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몇 곳 있는데
그 봉우리에는 하나같이 태극기가 게양되어 항상 펄럭인다는 것이 공통점이죠~
그런데 좀 아쉬운 점은 학바위 능선의 국기는 바람에 휘날리면서 태극기의 3분의 1이 떨어져 나갔다는 겁니다.
미리 알았으면 집에 있는 태극기를 가져다가 교체해 걸었을 텐데...
△지나온 능선 뒤로 서울대가...
△각시와 신랑...
△관악산 정상부
△풍경
△이게 더 학 모습에 가깝지 않은가??
△곧 떨어질 것 같이 매우 위험스러운~~
△관악산 기상대
△삿갓승군 바위의 악어(상)
△삿갓승군바위 (무슨 뜻인지?)
KBS 송신중계탑 직전에 우뚝 솟아있는 암봉으로 아래로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스릴을 즐기는 이들은 바위 허리를 타고 돌아 내릴 수 있는데
오늘같이 바위면이 젖어있는 날은 많이 미끄러워 조심을 해야 합니다.
심신을 풀고 자연을 즐기러 왔다가 몸을 상하게 하면 안 되잖아요~
△관악산 뒷쪽엔 어둠이 내리고 있네요
△봄에 찾았을 때도 없었는데 연주암 위에 삼층석탑이 섰네요~
△예전에 미어켓바위라고 제가 불렀는데 오늘보니 새같아 보입니다~
△조망대
저 두 개의 바위에 각각 올라 참선하듯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으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꼭 도를 닦는 도인이 된 기분이 듭니다.
관악산 중에서도 좋은 氣가 흐르는 곳 중 한곳 인지는 모르나 그 느낌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단, 아래는 낭떠러지라 위험하다는 것~
△해넘이가 시작되고...
하루종일 햇볕 한줌 볼 수 없었는데 해가 질무렵
구름사이로 살짝 머리를 내밀며 붉은 노을을 만들기 시작하길래 발길을 멈추고
바위 위로 뛰어 올라가 수동 손각대(?)를 최대한 활용하여 숨을 멈추고
저녁 노을를 몇 장 담아봅니다.
△저 노을 사이로 지나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어떤 느낌 일까요~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행복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도 있고 저렇게 하늘에도 떠 있습니다~
△관악산 일몰
얼마전에 아들녀석이 산에 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괜찮은 디카를 하나 선물해 준다고 하여 산에 다닐때는 지금 갖고 있는 똑딱이로도 족하다며
나중에 싸이클이나 새것으로 바꿔 달라고 했는데 후회가 됩니다.
바로 이런 장면은 디카로 찍어야 제대로된 사진이 나오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카메라도 사주고 나중에 싸이클도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저는 자신을 너무나 잘 압니다.
디카를 갖는 날부터 지금까지 해오던 산행은 뒷전으로 밀리고
주말마다 카메라를 둘러매고 출사를 간다고 전국 곳곳을 쏘다닐 것이라는 걸...
이 다음에 나이를 더 먹어 산행하기가 힘들어질 때 쯤에나 해 볼까요~
△빛내림이 너무 좋아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습니다
기상대 아래 바위에 급히 올라 소총 앉아쏴 자세로
양팔굼치를 무릎위에 걸치고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숨을 참으며 셔터를 누르는데
꼭 군대에서 저격수요원 사격훈련 할 때 만큼이나 숨이 찹니다~
고정 삼각대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만 흔들려도 사진은 꽝 입니다~
△연주대라는 것만 짐작이 될 뿐 주변은 암흑입니다
연주대에서 1시간 30분여 동안 볼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시계는 이미 여덞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어둠이 내리면서 불빛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과천 시가지를 조용히 내려다 보는 즐거움도 괜찮네요.
방해할 사람 하나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과천시가지 너머로 청계산이...
관악산 유감!
그동안 내린 비로 인하여 서울대길 계곡이 거대한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데
시원하게 들려오는 물소리를 어둠속으로 감상하며 기분 좋게 하산하여 서울공대 앞에서 버스를 타려다가
안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 졌습니다.
좀전에 땀에 젖은 윗옷을 갈아 입으면서 배낭 뒷고리에 안경다리를 걸어 두었는데 어디서 떨어졌는지
황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 몇 번이나 오가며 랜턴을 비추며 찾아 보아도 안경은 보이지 않습니다.
고작 30여 미터도 안 되는 거리고 숲도 우거지지 않은 넓은 지역이라 금방 찾을줄 알았는데
1시간을 오가며 찾아봐도 안경은 없습니다~ㅠㅠ
하는 수 없이 내일 아침에 날이 밝은 다음에 다시 찾아 보기로 하고 그냥 집으로 왔는데
속상해 하는 저와는 달리 아내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쿨~하게 말합니다.
"인연이 다해서 떠나간 것이니 더 이상 미련 같지 말고 새 안경을 맞추라구요~"
여분의 안경이야 또 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게 따로 있잖아요.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음날 새벽에 차를 몰고 다시 서울대로 가서 어제밤에 찾았던 그 주변을
다시 샅샅히 뒤져도 안경이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구쳐 올랐는지
관악산 귀신들이 떼로 몰려와서 곡을 할 노릇입니다.
쓰고 간 안경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보면 그렇게 잘 보이는데 어찌하여 흔적이 없는지...
아내의 말대로 인연이 다해서 떠나간 것이라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뒷맛은 영 그렇습니다.
전 같았으면 자신을 많이 자책 했을텐데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헛웃음을 짓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좀 고치라고 아내한테 자주 핀잔을 들었거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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