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앞 양지바른 바위위서 꽃잠을 자고 있는 토순이~
길게 뜸을 들이며 늦으막히 찾아온 봄이지만
한 번 가속도를 받으니 오히려 예년 보다도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순차적으로 피어났으면 참 좋으련만 목련, 개나리, 진달래는 물론이고 벚꽃에 라일락까지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나니 이 봄엔 꽃향기에 취해 정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창밖에 내리는 꽃비에 도심의 개나리, 벚꽃 등 봄꽃들의 향연은 이미 끝물이지만
관악산 중턱엔 아직 피지않은 진달래와 산벚꽃 꽃망울이 봄비에 세수를 마치고 환한 얼굴로
해거름녁 늦게 산을 찾은 외로운 산객 하나를 맞이합니다.
. . .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지난해 봄, 정말 잔인했던 4월...
한식 다음 날, 처제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처형들과 장인장모님 산소 성묘를 다녀오던 아내가 신호대기 중
1.5톤 화물차량에 졸음운전 추돌사고를 당해 두 달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바람에
꼼짝없이 사무실과 병원을 오가는 자동차속에서 봄을 보내고 말았는데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가족의 큰 기대를 모았던 아들녀석이 한국 최고기업의 연구원 2차 면접시험에서 떨어져 집안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더니 칠십을 훌쩍 넘기신 누님과 큰형님의 연이은 입원과 수술 등으로
참으로 어수선하고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을 실감한 지난해 봄 이었죠.
새봄을 맞아 올해는 지난해에 즐기지 못했던 봄을 두 배로 즐기자고 다짐했는데
웬걸 이번에는 작년과 사유는 다르지만 봄이 왔는줄도 모르고 또 보내주게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작년과는 달리 올봄에는 너무 신바람나는 봄 입니다~
진행하는 사업이 엄청 바빠졌으니까요~
아들도 그토록 원하던 우리나라 최고기업에 당당히 입사하게 되어서 집안 분위기도 좋구요.
이봄, 비록 봄꽃축제 등에 함께 섞이지는 못하지만
가슴속엔 라일락향기로 가득합니다~♪♬.
△정상의 기상관측소와 군시설물이 보이는 자운암능선
△음양의 조화
도심엔 개나리 벚꽃도 지고 연두빛이 완연하지만 관악산 중턱에만 올라도 아직 봄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바위산이라 그런지 진달래도 별로 보이지 않고 그나마도 초입에만 조금 보이는데
이후로는 따가운 봄햇살이 목덜미를 달구는 그늘도 전혀없는 바위길...
앞산 뻐꾸기 울음소리 한가로이 들려오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미 봄은 절정으로 치달으며 온세상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결치겠죠~
△기암군들
△서울대전경
△토순이
꼬리를 배아래에 집어넣고 낮잠을 자는듯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순한 멧토끼의 모습입니다.
△토순이 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요렇게 생겼습니다
△기암
관악산 중에서도 기가 가장 세게 흐르는 곳에 위치한 서울대는
최고의 수재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무대로 비록 화염과 포성소리는 없지만 치열한 전장입니다.
△풍경
△바위군 너머로 산성산이 보입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관악의 봄은 멀어만 보입니다
△제3 불꽃바위
봄에 맨처음 보는 나비가 호랑나비 이면 그해에는 운수대통 이라는 말이 있는데
비록 호랑나비는 아니지만 호랑나비와 비슷한 큰 나방을 보았으니
행운을 기대해 볼까요~
흰나비를 먼저 보면 그 해엔 집안에 돌아가시는 분이 있다는 설이...
믿거나 말거나~
△조망이 좋은 쉼터
△자운암 국기대
△국기봉 앞 너럭바위의 멋진 소나무 한그루
△풍경
△서울대가 위치한 신림동일대
△야구글러브
△날씨가 흐려서 국기봉너머 삼성산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해질녁 풍경
△풍경
△3주 연속으로 오른 연주대
그동안 해오던 사업이 바빠져서 행복한 일이지만
그대신 즐겨하던 산행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입니다.
생각다 못해 온종일 걸리는 산행은 못하지만 일을 어느정도 끝마치고 오후 늦게 관악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산은 아차산이지만 아차산은 너무 낮고 산행거리도 비교적 짧아서
북한산이나 도봉산으로 가는게 편하지만 웬지 관악산이 끌려서 3주 연속으로 오게 되었네요.
오를 때는 주간이고 하산 때는 늘 야간산행인~~
오늘도 연주대를 목표로 7시 저녁 예불시간에 맞춰 오릅니다.
앞만 바라보고 쉼없이 달려온 결코 적지않은 세월들...
저녁 예불이 진행되는 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며 반문해 봅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렇지만 알 수 없죠.
평소 수행, 명상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살던 제가 무슨 수로 그걸 깨닫겠어요~
대신 스님께 한말씀 청해 들었습니다.
상(狀)을 세우지 말라구요.
상(狀)은 무엇이냐.
나를 없애라는 것이죠.
알듯 모를듯 하지만 내식으로 이해를 하기로 했습니다.
남앞에 나서지 말고, 잘난체 하지말고, 나를 낮추고 좀더 겸손하게 살라는 뜻으로요~
그래서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부족한 글을 '뷰' 등에 송고하지 않고
'블'을 시작했던 초기의 순수했던 나로 돌아가려 노력 하려구요.
상을 없애려면 이 블짓도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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