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설악산

설악산 (황철봉~울산바위서봉

머루랑 2015. 6. 28. 17:21

 

   ◈산행코스 : 백담사~길골~저항령~황철봉~<황철북봉~미시령갈림길~울산바위 서봉~폭포민박>

  

      황철봉씨가 1,381세 이고 황철북씨가 1,319살로

       나이 차가 62살 이나 나는데 이 둘이 같은 형제라고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부자지간도 이니어서 의문점만 생긴다~♬

 

      황철북봉에서 미시령 갈림길 쪽으로 계속 운행을 하려면 

       귀떼기청의 너덜보다 훨씬 더 유명한 북봉 너덜지대를 통과해 내려가야 하는데 북봉에 올라서 보니

       반대편으로 뚜렷한 길의 흔적이 보이고 리본까지 매달려 있어서 이리 내려가면 너덜지대 중간쯤의 어디로 연결되는 줄 알았다.  

       인기척에 놀란 산짐승들(고라니인지 산양인지는 모름)이 숲속을 내달려 도망치는 소리가 요란한 능선길을 한참 따르다 보니

       어느순간 부터 희미하게 이어지던 길이 없어지고 온갖 덤불에 잡목들이 우거진 정글로 변한다.   

 

 

      순간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너무 많이 내려왔기에 다시 올라갈 염두가 나지않아 숲에 가려 주변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어림잡아 서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잡목지대를 뚫고 전진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패착이었다.

        보통의 숲과는 달리 북봉 아래의 숲은 인간은 물론 짐승의 발길도 들여 놓기를 거부하는 듯 온갖 장애물들로 가득하다.

 

        이끼낀 바위를 잘못 밟으면 양탄자 같이 덮여있던 이끼가 벗어지며 미끄러져 바위틈 사이

        다리가 허벅지까지 빠지며 팔뚝과 다리는 성한데가 없을 정도로 상처투성이로 변하고,

        군데군데 자리한 높은 바위들을 피해 아래로 우회하다 보니 점점 밑으로 내려가고 직진을 하자니

        낮게 자라는 향나무군락과 덤불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었다.

 

 

      길이 없는 곳을 많이 다녀본 머루도 이 순간만은 조금 당황했다.

       주변은 보이지 않지 정글 같은 숲길을 뚫고 나가자니 체력은 소진되고 행여 다치기라도 하면

       지금 이 산에서는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나혼자 뿐이라는 현실에 

       처음으로 세상의 모든 신들을 다 불러다~

 

       얼마를 더 진행했을까 정말로 신이 내 부름에 응답을 한 것인지 앞이 훤하게 열리며 너덜지대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저 너덜지대 너머에 보이는 저 숲을 또 뚫고 나가야 하는 일이 걱정이지만...

 

 

   

        두 번에 걸친 정글 같은 숲을 악전고투 끝에 헤치고 나오니

        비로소 동쪽으로 오늘 산행의 종점인 서봉이 보여서 얼마나 반가운지...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은 많겠지만 이 고도에서 찍은 것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다.

 

 

       △숲속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험악스럽게 펼쳐진 너덜지대가 무지하게 반갑다  

 

       한참의 고생 끝에 드디어 북봉에서 내려오는 너덜지대를 만났다.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내리쬐는 햇살도 아랑곳 않고 너덜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긴 휴식을 갖는다. 

        너덜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저렇듯 훤히 보이는 길을 가는 건

        그동안 지나온 정글 숲에 비하면 잘 포장된 국도의 수준이니...

 

 

       △서봉 갈림길 건너편으로 북설악의 상봉이 보인다

 

       △우측의 숲이 뚫고 지나온 정글

 

        고행 끝이라서 일까?

        이 순간을 더 오래오래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다.

 

 

     ... ...

         △상단의 너덜과 숲이 서로 만나는 지점까지 치고 올라가면 등로가 나온다

 

       △밟으면 흔들리는 바위에서는 맑은 음이 들리는 것이 신기하다

 

     

  더위를 먹었는지 순간의 판단 착오로 인해 두 개의 정글 같은 숲을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온몸을 할퀴우고, 또 두 개의 너덜지대를 횡으로 횡으로 넘으며 더위에 생고생을 했으니

        참 이래저래 이번의 설악산행은 오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르면 서봉이다

 

       △지나온 길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그래도 고맙다.

     간직할 산행추억 하나 만들어 주어서~

 

       △유월의 뜨거운 태양은 마가목열매를 살찌우고...

 

        △드디어 북봉에서 내려오는 주등로와 만났다

 

       △그동안 지체된 걸음을 재촉하며

 

       갈림길에서 금줄을 넘으면

       두 눈을 부릅뜬 이런 형상의 안경나무가 나타나 째려본다.

 

 

       △황철북봉은 역광에 가려 이제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산행 종착지인 서봉이 멀지 않았다

 

      △서쪽에 있어서 서봉이다

 

      △울산바위 서봉은 이곳에서 봐야 전체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능선에 소나무가 즐비한 서봉 하산길

 

      

       △조망바위 올라 바라본 서봉

 

      △울산바위 동봉 끝은 달마봉이다

 

       대청에서 동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이 화채능선,

        그 앞이 천불동 계곡, 우측 끝으로는 마등령에서 내려오다 보이는 세존봉이고

        바로 앞의 능선은 황철북봉에서 잘못 내려온 그 능선인데 신흥사 뒷쪽으로 바로 내려설 것 같다.

        북봉에서의 흔적을 보면 저 능선을 따라 길은 나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바위를 절반으로 잘라 중앙 왼쪽이 서봉이다

 

       △풍경

 

       

 

       △미시령 건너편으로 신선봉과 상봉, 그리고 바로 앞의 신선대 

 

       △풍경

 

 

 

       △소나무가 자라는 풍경

 

      △설악동의 권금성과 화채봉

 

 

 

 

 

 

       △서봉의 관문인 석문

 

       △서봉 오름길

 

       언제나 처럼 오늘도 흔적 하나 남기고

       아니, 예전에 쌓아 놓은 것이 망가졌는데 다시 보수라고 해야 옳을 듯~~

 

 

 

                                       △서봉의 기둥바위 위용이 대단하다

 

 

       △서봉 오름길 풍경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구름이 허리를 휘감고 있었는데...

 

 

 

 

        △1시 방향으로 뾰족하게 보이는 암봉이 세존봉~

 

      △서봉정상

 

        △서봉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단연 으뜸이다

 

       △미시령도로 가장자리에 하얀 점으로 보이는 곳이 날머리인 폭포민박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유월 하순의 태양은

        어미 돼지바위 뒷편에 있는 초록색 도화지위에 서봉의 그림자를 길게 그리있다

 

 

       △대자연의 작품들

 

       △그냥 아무 말이 필요없는...

 

                                        △울산바위의 뒷태도 전면 못지않게 절경의 연속이다

 

 

       달마봉에서 서봉으로 이어 걷는 산행은

        설악산의 숨어있는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만점짜리 산행이라 권할만하다.

 

 

       울산바위 전망대(화살표)에 사람들이 여럿 올라와 있는데

       내가 산에 가지고 다니는 똑딱이로는 더 이상 당길 수 없다.

       당겨봐야 흐릿할 것이니...

 

 

       △오늘도 외로이 서봉을 지키는...

 

        △서봉의 마스코트는 뭐라해도 역시 아기돼지바위 이다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면 승천하려는 이무기 같이 보인다

 

 

      공기돌바위는 아기돼지바위와 함께 서봉을 대표하는 대자연의 멋진 창조물이다.

       돌탑이라 부르기도 하는 공기돌바위가 뭔가 이상해 예전에 담아온 사진(아래)을 비교해 보았더니

       오래전 부터 애교스럽게 올려져 있던 돌탑의 상단부가 없어져 버렸다.

       그는 공기돌바위가 석탑으로 불리워지는 걸 원치 않았던 이가 아닐까~

 

       산행을 하면서 보면 정성을 다해 설치해 놓은 각종 이정표 등을 고의로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는 등 산에 다니는 자들이 하는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못난 짖을 서슴치 않는 무리들이 꼭 있다.       

 

 

       인증샷은  거의 하지 않는데 오늘은 대신 배낭을 올려 놓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불안정하게 올려진 배낭이 서서히 뒤로 기우는 느낌이 들어 재빨리 한장 찍으려다 순간 가슴이 철렁~

        스스륵 배낭이 뒤로 나자빠지는 것이었다. 그 밑은 높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까마득한 절벽...

        그동안 가벼워진 배낭무게로 인해 절벽 밑으로 배낭이 굴러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서봉에서 내려와 본격적으로 하산길에 접어드는 급사면 직전에는

      건너편의 신선봉과 상봉, 그리고 서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널찍한 마당바위가 있다.

      사실상 이곳이 마지막으로 주변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후 부터는 하늘만 겨우 보이는 숲길이다.

 

 

        △우측봉이 울산바위 서봉

 

  

      알바를 하며 소진한 체력과 갈증을 달래려 초과 소비한 생수때문에

      목이 말라도 그동안 참으며 내려 는데 여기서 마지막으로 남은 생수 반모금을 다 마시는데

      이건 이미 물맛이 아니다. 물이 이렇게 달게 느껴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대나무조릿대는 꽃을 피우면 나무가 죽는다고 하던데 하산길에 있는 조릿대들은

        하나 같이 회색꽃을 피우고 있고 푸른 이파리도 거의 없어서  전체적으로 보면

        조릿대가 모두 말라죽은 것처럼 보인다.

 

 

        △숲속엔 이미 해가져서 어두운데 사진은 밝게 나온다

 

       

        어이쿠 깜짝이야.

        오늘도 멋진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나를 받아들여준 자연에 감사하며(물론 북봉에서 알바는 했지만...)

        어두워지는 숲속을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하산을 하다가 기겁을 했다.

 

        오른발 부근의 낙엽이 스스스슥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간, 본능적으로 펄쩍 뛰었다. 

        주변이 어둑어둑하고 낙엽까지 깔려있어서 그 정체를 잘 몰랐는데 역시나 비얌이다. 그것도 커다란 성체의 독사!  

        환한 대낮 같으면 저놈을 잡아 들고 사진 하나 남기고 다시 놔주는 건데...

 

        이후 낙엽위에 검은 막대기만 보여도 모두 비얌으로 보이는 환상이~~

 

 

 

      △산 중턱의 꽃이 피고 시들은 조릿대와는 달리 이지역은 조릿대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아니지만

        나의 바람대로 정말 단 한사람의 산행객도 만나지 못한, 아니 만나지 않은 황철봉산행.  

        가뭄으로 지속된 무더위는 정말 대단했고 북봉에서의 예기치 않은 알바로 인한 고생은 좀 있었지만 

        그것도 산행의 한 일부분이니 다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추억은 그렇게 우연찮게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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