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이문구>
온다는 장마는 남쪽으로 내려가 올라올 줄 모르는데
만개한 나리꽃은 고운 바람결에 흔들거리며
여름 노래를 잘도 부르고 있다.
뽑아내는 잡초에 딸려서 땅위로 올라온
금개구리는 작업을 마치는 내내
도망을 가지않고 있었다.
고고한 자태로 싱그럽게 피어난
나리꽃도 이 여름을
분명 즐기고 있는 눈치다.
패랭이꽃은 시골길 에서는
쉽게 눈에 띄곤 했었는데 요즈음은
찾아 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되어 버렸다.
장난기가 발동되어,
작은 풀벌레를 풀줄기 끝에 꿰어서
눈 앞에다 흔들어 대니
긴혀로 낼름 낼름 받아먹는 모습이
아주 재미 있었다.
멍석 펴고 차려 낸 저녁상 위에
방망이로 밀고 민 손국수가 올랐다.
엄마는 덥다면서 더운 국물을 마시고
눈 매운 모깃불 연기 함께 마시고,
아기는 젓가락이 너무 길어서
집어도 집어도 반은 흘리고,
강아지는 눈치 보며 침을 삼키고
송아지는 곁눈질로 입맛 다시고,
처마밑의 제비 식구 구경 났구나.
둥지 밖을 내다보며 갸웃거리며
누가 일등 먹고 일어나는지
엄마 제비 아기 제비 내기하는구나!
<저녁상 / 이 문 구>
'<詩 휴게실> > 詩의 오솔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과 나 (정호승) (0) | 2008.07.09 |
---|---|
별 (안도현), 나팔꽃 (정호승) (0) | 2008.07.09 |
가지 못한 길 (프로스트) (0) | 2008.07.09 |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엄재국) (0) | 2008.07.09 |
그랬다지요 (김용택) (0) | 2008.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