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북한산 의상능선 단풍은 산꾼들을 손짓해 부르고 있다>
짜투리 시간이 생겨서 가볍게 오른 북한산 의상능선 산행,
단풍으로 곱게 물든 아름다운 풍경에 나혼자 횡재를 한 느낌이다.
<문수봉에서 시작한 단풍은 의상능선을 타고 내리며 빨갛게 물들고 있다>
<저녁 햇살을 온 몸으로 받는 단풍잎은 더욱 선홍빛으로 빛난다>
<부왕사지에서 남장대지에 이르는 능선의 단풍은 이미 절정으로 치닿고 있다>
<등산로 바로 옆의 아기단풍도 자기를 예쁘게 보아 달라고 작은 손을 까불대고~~>
<고사목을 타고 끝없이 오르던 담쟁이덩쿨도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평온한 오후...>
<갈 길 바쁜 단풍잎은 자신의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파 안달이 났다>
<그 어느꽃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을 것이리라>
<서로 이쁜색으로 치장하려 단풍 나무들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비봉 동사면 바위틈에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팥배나무의 모습에서
풍요로운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만든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아 팥배열매는 검붉게 잘 여물어 가고...>
단풍꽃 터널 아래에는 너무나 고운 가을 풍경에 감탄을 마지않은 산행객들의 탄성으로
감탄사가 쌓이고 쌓여서 작은 무덤을 이루고 있다.
올라올 때 입구 탐방 지원쎈터에서 빌려온 시집 두 권을 바위턱에 걸터앉아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새 동쪽 하늘엔 반달이 살짝 얼굴을 내밀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해넘이도 끝나버린 산성길을 비켜 흐르는 골바람에서는 단풍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단풍은 생각지도 않고 왔다가, 모처럼 평일의 호젓한 산행에 큰 부자가 된 느낌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선홍빛 단풍에 취해, 암봉위서 따라 마시는 따끈한 차 한잔에 취해,
산아래 산사에서 은은히 울려오는 저녁예불 범종소리에 취해서...
펼쳐든 시집의 아름다운 글귀에 또, 취해서~~♪♬
의상봉 험한 암릉 길을 놀며, 즐기며 내려오다 보니 이미 늦은시각 시작한 산행에 짧아지는
가을해는 이미 고양시 너머로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동쪽 용출봉 검푸른 하늘엔 반달이 슬며시 머리를 내밀고 나오며 나와 동무하며 놀다 가라고 유혹한다.
랜턴을 켜 들고 약수터 부근을 지나는데, 저녁식사 후 물 먹으러 나왔는지 오소리 가족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어서 물 한모금 마시고 빨리 자리를 비켜 달랜다.
서문을 오가는 자동차 불빛도 끊어진 북한산성 매표소 안 벽시계는 이미 저녁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