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사람들은 왜 첫 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까?

머루랑 2008. 12. 2. 19:04

  <첫눈/ 정양, 겨울 호수/ 홍연희, 눈 오는 밤에/ 정호승,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박남준, 어여쁜 눈사람이되어

   /이해인, 그리움이 그리워/ 김광섭, 흰 눈이 내리는 날/ 이해인, 설일/ 유치환,첫 눈 오는 날/ 정호승, 눈 내리는

    날/ 진동주, 우리가 눈발 이라면/ 안도현, 눈 내리는 날/ 금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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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 버리는 저 첫눈을 보아라~

 

  

<첫눈/ 정 양>

 

한번 빚진 도깨비는

갚아도 갚아도 갚는 것을

금방 잊어 버리고

한평생 그걸

갚는다고 한다.

 

먹어도 먹어도 허천나던

흉년의 허기도

그 비슷했던가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소용없는 사람아

 

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 버리는

저 첫눈 보아라

 

    몇 평생 갚아도 모자랄

폭폭한 빚더미 처럼

먼 산마루에만

 

  희끗거리며 눈이 쌓인다. 

 

 

 

 

 

  북풍받이로 둥글게 앉아 설월(雪月) 받고픈 간절한 심정

   

<겨울 호수/ 홍연희> 

 

북풍받이로 둥글게 앉아

설월(雪月) 받고픈 간절한 심정

 

쥐어 짠 눈물은

도도히 자태만 거느리고

품고 있는 것은 마른 나목 뿐

 

바람조차 머무르지 못하니

설화로 정원 꾸미고파

혹한을 불러 잠재운다

 

설렁 부는 바람으로도

한천(寒天)은 꽃잎 날리니

화중화(花中花)로 달맞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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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는 연신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눈 오는 밤에/ 김용호>

 

오누이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덩자가 촛불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매

바깥은 연신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매의 옛이야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당신이 내게 오시며 새겨놓을 하얀 눈길 위 발자국 어디쯤이어요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박남준>

첫눈 오시는 날
당신의 떠나가던 멀어가던 발자국 햐얀 눈길에는
먼 기다림이 남아 노을 노을졌습니다.

붉게 타던 봉숭아 꽃물 손톱 끝에 매달려
이렇게 이렇게도 가물거리는데
당신이 내게 오시며 새겨놓을
하얀 눈길 위 발자국 어디쯤이어요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첫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리면, 뽀오얀 미소 짓던 네가 내 곁에 서는 날

 

  

<눈 내리는 날/ 금노을>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리면

 

뽀오얀 미소 짓던 네가

 

내 곁에 서는 날

 

 

내 마음에 하얀  눈발이 서면

 

소리없이 눈물 짓는 내가

 

네 곁에 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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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겨울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려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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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여쁜 눈사람이 되어 당신의 가슴속에 녹아 버리고 싶어라~~

  

 

 <어여쁜 눈사람이 되어/ 이해인>

 

부질없는 근심도

끈적거리는 우울도

모두 눈 속에 녹아라

 

어둠을 걷고

밝게 웃는 하얀 세상에

나는 다시 살고 싶어라

 

나는 당신의 어여쁜

눈사람이 되어

당신의 가슴 속에서

녹아버리고 싶어라

 

 

 

 

 

 

 우리가 눈발 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우리가 눈발 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 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못든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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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마주앉아 한 잔술 나누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그리움이 그리워/ 김광섭>

 

그리움과 마주앉아

한 잔술 나누며

"당신은 누구요" 물었다

 

삶의 그림자이고

영혼의 속옷이라는 대답에

시큰한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그리움을

죽도록 그리워 하는가보다

 

멀리서인 듯

물 소리, 발자국 소리, 상여 요령 소리가

바람처럼 울며 지나간다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 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흰 눈 내리는 날/ 이해인>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 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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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오얀 눈이 쌓이는 날은 한 오솔길이 천상의 언덕배기로 그대로 나있고...

  

 

 <설일(雪日)/ 유치환>

 

하늘도 땅도 가림할 수 없어

보오얀히 적설(積雪)하는 날은

한 오솔길이 그대로

먼 천상(天上) 언덕배기로 잇다라 있어

그 길을 찾아 가면

그 날 통곡하고 떠난 나의 청춘이

돌아가신 어머님과 둘이 살고 있어

밖에서 찾으면

미닫이 가만히 밀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는 얼굴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언덕에 홀로 서서 사랑 노래 불러주던 그대 모습 그려봅니다

 

 <눈 내리는 날/ 진동주>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언덕에 홀로 서서
사랑 노래 불러주던 그대 모습 그려봅니다
저 멀리 푸른 바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그대의 못다한 이야기 이야기들
기약없이 멀어져간 그대 눈빛 별이 되어 비추이리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솔밭길을 홀로 걸으면
스쳐가는 바람결 따라 그대 음성 들려옵니다
저 멀리 수평선 위에 갈매기 은빛 나래는
그대의 애달픈 이야기 이야기들
솔바람이 실어다준 그대 향기 눈꽃 되어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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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첫 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첫 눈 오는 날/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 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 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