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수변, 만추, 가을빛, 기다림, 고양이, 봄눈, 여름, 노을, 조각잠2>
꽃/
안개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그가 말했다.
수은등 밑에 서성이는
안개는
더욱 슬프다고
미농지처럼 구겨져
울고 있었다.
젖은 기적 소리가
멀리서 왔다.
수변/ |
벽 속에도
벽 밖에도
담장에도 굴뚝에도
달마만 보였다.
구들장에도 서까래에도
하늘에도 땅에도
그리운 별은 또 어떻고.
버혀도 버혀도
달마는
비처럼 내렸다.
話頭를 놓았다.
달마도 벽도
간 곳이 없다.
만추/
영혼이 없는 육체를 보았습니까.
그는 영혼을 호주머니 속에 넣어둡니다.
마른 풀씨처럼
불을 붙이면
연기도 없이 지워질 몸은,
차곡차곡 접어서
서랍 속 흰 빨래 옆에 가지런히 놓아둡니다.
가끔은 주머니를 털고
술잔 속에
담배연기 속에
우리들 손등 위에 가만히
그의 영혼을 옮겨 놓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서랍 속으로 들어가
이 세상과 분리됩니다.
우리가 그를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을빛/
밥이 보다 요긴했던 시대
기다림/
어느 날은 속삭이듯
고양이/
벽에 검둥산 하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뜨고요
샘밭에 가면
허공에 새 한 마리
안개가 우는 소리를
은유의 마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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