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씨앗이 들어있는 뿔 모양의 풋고추만한 덜익은 열매껍질을 벗기면 하얀 솜털에 싸인 씨앗들이 나오는데,
이것들을 입에 넣고 씹으면 아주 달착지근한 맛이나서 어릴적 산기슭을 돌아다니며
별미로 따 먹었던 나에게는 추억이 어린 식물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 날도 개울에서 미역을 감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박주가리 덩굴을 발견하고
잎사이에 가려있는 풋열매를 몇개 따려고 덩굴사이로 손을 집어 넣다가 그만, 기겁을 하고 손을 빼내고 말았다.
그 덩굴 아래에는 또아리를 틀고있는 아주 커다란 살모사 한마리가 갈라진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꼬리를 세우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후로는 박주가리 덩굴을 만나도 그 뱀이 생각나서 쉽게 접근조차 하지를 않았다.
<박주가리/ 박주가리과>
산기슭이나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가 땅속으로 아주 길게 벋는다,
줄기는 2~3m 길이로 벋으며 다른 물체을 감고 오르며 자라며 줄기에 마주나는 잎은 긴 심장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잎자루가 길며 줄기나 잎을 자르면 우유 같은 흰 즙액이 흘러 나온다.
7~8월에 잎겨드랑이의 총상꽃차례에 연보라색 꽃이 모여서 피는데 꽃부리는 넓은 종 모양이며 5개로
깊게 갈라지는 꽃잎 안쪽에 털이 많이 나 있다.
뿔 모양의 열매는 익으면 박처럼 쪼개지며 긴 흰 털이 달린 씨가 나와 바람에 날려 퍼지는데
이것을 솜 대신에 도장밥이나 바늘쌈지로 쓰기도 했다.
이른 봄에 연한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