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기타 지방

아! 민주지산~~

머루랑 2010. 3. 7. 18:46

 △눈보라치는 정상에서 친구와(왼쪽 모자쓴 이가 쥔장)

 

들은 참 변덕스럽다.

뜨거운 정열의 여름을 그리워 하다가는 여름 한 복판에서는 선선한 가을의 밤을 그리워 하기도 하고,

눈 내리는 하얀 겨울의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다가도 꽁꽁 여민 목도리 사이로 스며드는 추위에는 

자라목을 만들며 따스한 햇살이 볼을 간지럽히는 봄날을 그리워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봄이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겨울이 지겨워진 것도 아니고 유난히 추위에 약한 것도 아니지만 봄은 그립다.

반기지 않아도 찾아올 봄 이지만, 서울에서 내려오는 딸아이 마중 나가는 아비처럼

봄을 맞으러 모처럼 군대 동기들과 민주지산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청청 물한계곡 표지석  

 

간 비가 내려 봄기운이 완연한 주말새벽, 충청도 산골로 향하는 길 이정표 곳곳,

가슴을 셀레이게 하는 너무나도 익숙한 지명들이 있습니다. 

청주, 대전, 보은, 옥천, 영동, 황간....

개인적인 연고가 있어서 인지 더욱 아련한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고향 주변의 이름들 입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 이름 석자 역시 소중한 행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습기찬 차창에 수줍게 이름을 적어놓고 글씨 사이로 봄이 내리는 세상밖을 내다봅니다.  

 

   

 △쪽새골 오르는 길목에는 겨우내 눈 이불을 덮고있던 갈잎들이 봄 마중을 나왔습니다  

   

 

 △봄비로 세수를 마친 갈잎들은 지난 가을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원래 수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지난주 계속내린 봄비로 계곡이 요란합니다 

 

 

 

▽산악회 리본들로 나뭇가지에는 이미 봄꽃들이 피었습니다.

 

 △민주지산의 봄은 아직 멀었나 봅니다.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민주지산의 겨울이 아지니요.

이 1,240 고지가 넘는데 아무리 절기상 경칩이라 한들 높은 산들은 꿈쩍이나 하겠어요.

 

사실 산행을 준비하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조금은 망설였지만

그 높은 산에 설마 비가 내리겠냐는 생각으로 친구들을 꼬드겨서 올랐는데

역시 제 예상은 적중 했습니다. 

 

   

 △산 아래쪽은 초봄의 풍경인데 능선에는 아직도 한겨울입니다

 

정상에서 시산제 지낸다고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오는

어느 직장산악회의 가족들이 몇 명 있었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운동화에 가벼운 복장차림 이었는데 젊은 부모들의 안일함은 꾸짖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사고없이 안전하게 산을 내려갔는지 궁금합니다)

 

  

 △봄맞이 산행가자는 저를 따라나선 친구들 세찬 눈보라속에 고생이 많습니다 

 

  

 △짙은 운무로 앞뒤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계가 아주 불량합니다  

 

  

 

 △꼭 12년전, 나의 20년 후배들이 훈련중 동사를 하고서 후에 생겨난 무인대피소

 

이 넘치도록 막걸리를 가득 채운 다음,

안타깝게 스러져간 나의 '전사 20년 후배들'에게 묵념을 합니다.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던 진달래꽃과 함께 어느 봄날, 하얀 얼음꽃으로 떨어져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져간 젊은 특전사 영혼들에게 안녕을 고합니다.

미처 피워내지 못했던 그 커다란 꿈들은 또 다른 후배들이 이루어 주겠지만... 

 

  

! ~~

 

△국방홍보원 드라마 TV 호국관 - 아! 민주지산의 자료사진 중 일부입니다 
 

최강이라는 특전사소속 제5공수특전여단(흑룡부대)의 특전요원 6명이

훈련중 사망을 했다는 소식은 온 세상에 큰 충격을 주고도 남았었다. 

당시 천리행군의 막바지였던 흑룡부대 요원들은 무주군 용화리에서 민주지산을 넘어 황간 방면으로

산악행군 중, 민주지산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성 비를 만나면서 

몸이 비에 흠뻑 젖어버리고 며칠간의 천리행군으로 이미 체력들은 고갈 되었으며 

체온은 급격하게 저하되었고 6부 능선에 다다라서는 더욱 악화된 날씨로 인해 세차게 불어오는

눈보라와 함께 폭설까지 쏟아지는 악천후로 한치앞의 전방도 구분할 수 없는 

최악의 날씨로 급변 하고야 말았다.

 

△대위 1명, 중사 1명, 하사 4명 등 모두 6명의 특전요원이 이 사고로 순직했다

△1998년 6일6일 현충일에 K-1 TV로 방영

  

세계 최강이라는 특수전요원이 1명도 아니고 6명씩이나 집단으로 사망 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의문점만 심어 주었다.

각종 특수훈련만을 도맡아 받는 특수요원들이 어떻게 6명이나 그 것도 한겨울이 아닌 진달래가

꽃망울을 하나 둘씩 터트리기 시작하는 4월의 첫날에 말이다. 

까지 이르게 된 데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는 싯점에서의 모든 산행은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하겠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민가를 피해서 은밀하게 주로 야간에만 산악을 따라 행군을

해야하는 힘든 천리행군의 특성상 숫가락 하나의 무게도 무겁게 느껴지는 요원들의 심리에 비교적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개인 판쵸우의와 야영계획이 없었기에 이 날은 필요없는 텐트 등을

다음 집결지로 가는 차량에 미리 실어 보내어 버려서 악천후에 꼼짝없이 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이다.

 

(당시에는 동절기가 끝나면서 동내의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가 나려니까 기온 급강하로 인해 무전기 배터리까지 성능이 저하되고 

송화 유니트 결빙으로 통신장애까지 발생되어 구조요청을 하지도 못하는 악재가 겹쳐서 일어났다.

 

또한 미숙한 지휘관의 판단력 부족과 특수전부대 생활이 비교적으로 짧았던 팀장과

신참 부사관들이 주로 희생을 당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후배들의 영령에 명복을 빈다_()_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눈보라가 엄청납니다

 

  

 △천리행군 훈련중 순직한 울 후배들의 넋을 기리며 정상에 묵념으로 발자취를 남깁니다

 

  

 

 △눈폭탄을 맞은 노간주나무에게는 시련 이겠지만 인간에게는 즐거움입니다 

 

  

 

 △오늘 산에서 선명하게 마주한 것이라곤 이 바위밖에 없는 아주 답답했던 산행~~ 

 

운무로 인하여 정상에서 그만 석기봉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무주군 윗중고개 마을로 내려오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고야 말았습니다.

시야가 전혀 없어서 많은 이들이 내려간 흔적을 따르다보니 눈앞이 잘 보이지 않는 등로 끝에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내려 오고야 말았습니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쩝니까 한시간 가까이 내려 왔는데...

윗중마을 입구에서 정상과 석기봉사이의 계곡길을 찾아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산 아래라 그런지 이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기분 나쁘도록 운무가 짙게서린 비에젖은 조리대숲을 헤치며 오늘 두번째(?) 산을 오릅니다~ㅎ      

 

  

 △윗중 마을에서 주능선을 찾아 오르는 길의 산죽지대에서는 특수훈련을 많이 받았던 친구들도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두번째로 오르는 능선에는 봄기운이 감도는 산 아래와 달리 겨울이 다시 시작됩니다

 

산 아래까지 내려 갔다가 찬비를 맞으며 한시간 이상 산죽을 뚫고 능선에 다시 오릅니다.

 

눈까지 동반한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꽃다운 청춘을 피워보지도 못한채

민주지산 눈보라 속에서 사투를 벌이다 

밤새 숨져간 안타까운 후배들의 고통을 헤아려봅니다~ㅠㅠ  

 

 

 △윗중 마을에서 산죽군락지를 1시간 이상을 힘들게 올라 능선에 다시 서니 눈보라가 장난이 아닙니다 

 

 

 △며칠간 간간이 내리는 봄비에 푸른빛으로 변해가던 이끼가 덮힌 나무도 꽁꽁 얼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습관은 내가 만들지만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평생토록 나를 지배합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은

만병을 고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기본입니다.      

 

  

 △경칩을 맞아 봄인사 하러 나왔던 개구리도 꽃샘추위에 서둘러 다시 굴을 찾아 듭니다

 

 

 △산의 정상부와 달리 계곡아래는 작은 폭포들이 아름다운 선율로 봄노래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얼음장 아래에도 있고

보도 블록 밑에도 있고

가슴 속에도 있다

 

봄을 찾아

얼음장 밑을 들여다보고

보도 블록 아래를 들추어 보고

내 가슴 속을 뒤지어 보아도

봄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속에서

나는

봄을 보았다

 

봄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 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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