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는 도는데...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도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쫏길 뿐
숫놈이라 쫏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5월/ 김영랑>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5월의 시/ 이해인>
'<詩 휴게실> > 봄, 여름 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김춘수) (0) | 2010.05.30 |
---|---|
당신의 봄은 얼마짜리 입니까? (0) | 2010.05.10 |
낙화 시 3편 (0) | 2010.04.29 |
물의 꽃 (정호승) (0) | 2010.04.28 |
목련꽃 시 6편 (0) | 2010.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