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몰아친 비바람에 떨어져 길위에 나뒹구는 낙엽들~
◈산행코스 : 상판리 장재울~아재비고개~명지3봉~명지2봉~비밀지역~도대리(8시간 30분-버섯을
따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됨)
아직은 좀 이른감이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명지산으로 버섯산행을 떠나기 위해 동서울에서 청
평으로 떠나는 6시 20분 첫차를 타고 앞이 안 보이도록 퍼부어 대는 소낙비 속에 계획대로 출발을 합니다.
작년에 서울 지방에 22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는 날에도 산행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왠만한 비에는 끄떡
도 없습니다. 버스가 서울을 출발하여 마석을 지나는 동안에도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세차게 내리니 잠시
고민을 합니다. 계속하여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면 오늘 명지산 버섯산행은 접고 운악산행이나 하자고....
45분 정도 걸려서 청평에 도착하니 바로 7시 5분에 출발하는 현리행 버스가 있어서 1분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하여 현리로 출발합니다. 현리터미널에서 상판리로 가는 버스는 8시 50분에 있으니 앞으로 1시간
20분을 더 기다려야해 그냥 청량리에서 꽃동네까지 운행하는 좌석버스로 또 갈아타고 삼거리에서 내려서
종점까지 걸어 들어가기로 하고 차에 오르니 어느덧 비가 잦아들면서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산위로 올라 간다는 것은 곧 비가 그친다는 징조죠.
△운악산 현등사 입구를 지나는데 차창 너머 운악산에도 비가 개이고 있네요
△꽃동네로 갈라지는 상판리 삼거리에서 내리니 구름모자를 쓴 운악산이 멀리 보입니다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장재울까지는 약 9km를 더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닙니다.
지나는 차라도 있으면 세워서 타고 가려는데 정말로 포터 한대가 달려 옵니다.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 사정을
이야기하니 젊은농부 아저씨가 선뜻 차에 타라고 합니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자기는 종점까지는 가지않고 중간 마을까지만 가니 거기서 부터는 걸으시라고 말합니다~
△빗방울을 머금은 달맞이꽃은 햇볕이 비추면 이내 시들고 말겠죠
△군데군데 벌개미취도 이쁘게 피어서 도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비가 내려서 깨끗해진 도로위에 살짝 내려앉은 갈잎에 눈길이 한참 머물고...
△이른아침 종점으로 향하는 길은 오가는 차량이 하나도 없어 꼼짝없이 4km를 걸었습니다. 귀목고개에는 흰구름이 걸려있네요
△장재울의 명물인 노송 한그루. 작고 아담한 농가와 아주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언제나 맑은 물이지만 숲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깨끗하고 맑게 보이네요
노송이 있는 농가에서 조금 오르면 왼편으로 커피를 파는 농가가 보이고 바로 직진하면 귀목고개로
오르게 되고 아재비고개로 가려면 쓰레기를 태운 흔적이 있는 작은 공터에서 덤불로 뒤덮힌 숲길을 헤치
며 진행해야 하는데 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초보자는 입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고 설혹 입구를 용케 찾는다 하여도 이내 포기하고 돌라설 겁니다. 왜냐
하면 빗방울을 머금은 풀잎을 스틱으로 쳐내면서 물방울을 떨구어 가며 키를 덮는 수풀을 헤쳐나갈 엄두가
나질않기 때문입니다. 25~30분을 이런 길을 가야하니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숲길은 점점 희미해져 가구요.
△저런 숲속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정말 발아래 길은 있기나 한것인지 조금 불안합니다
△수풀이 우거진 지역을 고생하며 벗어나니 그 보상인지 길옆에는 바람에 떨어진 다래가 수북합니다
△비에 젖은 날개가 무거워 날지 못하는 참매미를 잡아서 스틱에 앉혀 놓으니 잠시 후 인사도 없이 포르륵 날아가 버리네요~
△고요한 큰드레골 아침을 작은 폭포가 깨우고 있습니다
△작은 종들이 모여서 방울을 울려대는 것 같은데 어쩐 일인지 제 귀에는 고운 방울소리가 들려오지 않습니다~
△호두와 비슷한 가래열매를 한참 주워담다 보니 40여 알이 넘는데 메고 올라갈 일이 걱정입니다
△운지버섯도 군락지를 만나서 두 봉지나 따서 넣었는데 부피만 크고 무게는 별로 없습니다.
△버섯의 여왕인 노랑 망태버섯도 만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입니다
망태버섯은 보통 동이 터 오는 무렵부터 빠르게 자라기 시작하여 완전히 만개한 다음, 아름다운 여왕의
모습을 드러낸 후 약 두 시간 가량을 화려한 자태를 뽐내다가 이내 사그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본
이들이 드문 것이랍니다. 8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는, 그래서 망태버섯을 하루살이버섯 이라고도 합니다.
△다래덩굴이 휘감고 올라간 나뭇가지 사이로 손바닥만한 하늘이 겨우 열립니다
△팔월의 숲속에선 아름답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네요. 꿩의 꼬리를 닮은 꿩고비입니다.
△둥근이질풀
아재비고개에 이르면 얼굴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수풀이 우거진 방화선을 따라 명지 2봉까지 길게 된비알
길을 올라야 하는데 뙈약볕에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후끈후끈 올라오는 지열에 얼굴을 때리는 수풀을 피해
가며 오르는 다소 힘든구간 이지만 나름의 행복을 맛볼 수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방화선에서 명지 2봉까지는 둥근이질풀, 동자꽃, 물봉선, 모싯대, 어수리, 여로, 송장풀 등등 온갖 야생
화가 군락으로 피어 있어서 말 그대로 명지산에서 천상의 화원을 연출하고 있으니까요~
△물봉선
△노랑 물봉선
△미역줄나무
△슬픈 전설의 동자꽃
△절굿대
△붉은 송이풀
△참취나물
△참나무 충영(벌레집)
△여로
△잔대
△모시대
△명지 3봉 직전의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상판리와 멀리 구름에 덮힌 운악산
△가운데 뾰족한 작은 봉우리가 청계산입니다
△중앙의 봉우리는 귀목봉
△결사돌파대 바위가 있는 명지 3봉의 이정표
△명지 3봉에서 바라보이는 연인산은 구름에 덮혀 있네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는 사과나무가 많은 백둔리 마을이 보입니다
△명지주봉(1,267m) 너머엔 경기의 초고봉인 화악산(1,468m)이 있는데 구름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아요~
△아재비고개부터 얼마나 뙈약볕 길을 올랐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네요~바위에 놓고 셀카! 절대로 술마신 것이 아니랍니다~♬
△언제나 그 푸르름을 잃지않는 구상나무
△금강초롱
예전엔 금강초롱이 명지산의 대표격을 유지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곳곳에 아주 많았었는데 지금은 눈을 씻
고 잘 살펴봐야만 겨우 몇 개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희귀한 존재가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 나무는 무슨 시련을 당했기에 저렇게 허리가 굽었을까요
△화악산 다음으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인 명지산은 숲의 깊이 또한 대단합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산행인 석이버섯 군락지에 도착하여 심봤다를 크게 외칩니다
△해발 1,000고지 이상의 양지바른 바위벼랑에서 자라는 석이버섯은 아주 귀해서 그 값을 매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휘귀한 버섯입니다
△올 여름 충분히 내려준 비로 인하여 석이가 아주 탐스럽게 잘 자랐습니다
높은 바위절벽에 붙어 자라는 석이는 귀하기도 하지만 일년에 고작 몇 밀리밖에 자라지 않아서 사진에
보이는 저 정도의 크기로 자라려면 적어도 20년은 자라야합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 또한 금값인
중국산이 600그램에 4만원을 능가 한다고 하니 국내산인 석이의 그 가치를 아시겠죠?
△싸리버섯도 많이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벌써 사그러들고 있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청설모가 떨구어내는 아직 여물지도 않은 잣송이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져 구릅니다~
버섯을 찾는다고 길도아닌 험로를 오르내리느라 등산화와 바짓가랑이가 논일을 끝낸 농부마냥 흙
투성이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바위절벽을 로프에 매달려 버섯을 따느라 한참을 고생
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행복한 산행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자연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접근하면 원하는 만큼의 것들은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인간에게는 없어서
는 안될 아주 고마운 존재지요. 오늘 자연에게서 선물받은 품목은 다래 몇 주먹, 운지버섯 두 봉지, 가래
열매 40여 알, 싸리버섯 한봉지, 석이버섯 4kg 등등 많고 많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큰 선물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반겨 맞아주는 자연의 따뜻하고 너른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 이겠지요~♪♬
'<山이 좋아서> > 수도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평 봉미산 (0) | 2010.09.30 |
---|---|
운길산 (0) | 2010.09.01 |
화야산 (광산터능선) (0) | 2010.06.30 |
고동산 (산나물 산행) (0) | 2010.06.19 |
추읍산 (용문) (0) | 2010.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