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광덕고개~백운산~삼각봉~도마치봉~도마봉~신로봉~국망봉~이동 생수공장
(904m) (910m) (937m) (883m) (999m) (1,168m)
저녁에는 산정호수 팬션에서 동기생 70여 명이 참석하는 1박 2일 정기모임이 있는 날인데
평소에 뜻이 맞는 친구 셋이서 한북정맥 제3,4 구간인 백운산에서 국망봉을 잇는 능선종주를 하기로 합니다.
청주에서 새벽에 올라오는 친구가 부득부득 건대입구, 저희집 부근까지 차를 가지고 온다고 하네요~
포천 이동에 먼저 도착해 있는 친구와 조우하여 승용차 한 대는 이동크리스탈 생수공장 앞에 세워두고
승용차 한 대에 다시 옮겨타고 산행 깃점인 광덕고개로 이동을 합니다.
전날부터 비가 내려서 등로에 먼지 하나 일지않고 풀내음이 가득한
된 비알길을 한참 오르니 광덕산 관측소 너머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 잔뜩 찌푸린 하늘이 보입니다.
희망사항 이지만 산행내내 비만 뿌리지 않는다면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보다 오히려
산행 하기에 아주 적당한 날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고지가 높은 탓인지 이제서야 한창 고운 꽃은 피우려는 붉은병꽃과
노랑병꽃나무는 앞다퉈 꿀벌과 나비를 유혹하려 하고 있네요.
광덕고개에서 백운산에 이르는 능선에는 야생화가 별로 없지만
넓은 얼레지 군락지는 이미 꽃들이 다 지고 난 후여서 본격적인 야생화를 보려면 백운산을 지나
국망봉에 이르는 능선길에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 붉은 열매를 닮은 것은 열매가 아니고 참나무 이파리에 지은 '충녕'이라는 벌레집 입니다~
백운산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피나물 군락지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을 하는데
빗방울을 머금은 꽃잎은 축 늘어져 사진을 담기에는 예쁘지 않지만 노란 카펫을 깔아 놓은 듯 장관입니다.
아직은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6월 초에 찾으면 야생화로 수놓은 꽃밭을 걷는
즐거움을 맘껏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바람난 여인인 얼레지꽃을 과연 오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왔는데
대부분의 얼레지는 이미 다 지고 없고, 몇 개만 남았는데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라
조금은 실망을 했습니다.
아마 "바람난 여인" 이라고 버림을 받아 백운산을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정말로 고생한 코가 큰 친구입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광덕고개 휴게소에서 감자전에 막걸리를 두 병을 나눠 마셨는데
평소에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도 두 잔을 받아 마시더니 그만 탈이 났지뭡니까.
산을 아주 잘 타는 친구인데 뒤로 처지기 시작하더니 자기는 백운산에서 흑룡사로 그냥 내려가겠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려서 도저히 가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둘이서만 다녀오라니
처음부터 일정이 틀어지는 느낌이네요.
어르고 달래고 짐을 내가 대신 짊어지고 쉬엄쉬엄 어떻게 도마치봉까지 오니 이제서야 제 컨디션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 같다고 하여 한시름을 놓았습니다~
등로 옆으로는 둥글레와 은방울풀이 지천인데
아직 꽃망을 터트리지 않아서 쟁강쟁강 울리는 은은한 방울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둥글레꽃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여 허리를 굽혀 눈인사를 하게 만듭니다.
가늘게 내리던 비가 점차 굵어지면서
그나마 조금씩 보이던 조망도 점점 어렵게 만드네요.
산괴불주머니와 피나물이 산자락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가운데
가끔 진자주색 미치광이풀도 보이는데 카메라가 비에 젖을까봐 꺼내기가 두렵습니다.
잠시 비가 약해진 틈을 타 석룡산과 화악산이 보이는 도마봉에서
칭구가 기어코 저를 카메라 앞에 불러 세우네요~
비를 머금은 꿩고비...
이런 초원길 이라면 며칠을 계속 걸어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누구랑 갈까요.
셋이면 심심하지 않아서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라라면 서로 손잡기에 좋고,
혼자가면 내 마음대로라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온갖 나무와 새, 들꽃과 나비, 제가 제일좋아 하는 바위 등을
몽땅 내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단 둘이만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아주 좋지요~
그러나 오늘은 심심하지 않게 셋이서 왔습니다~ㅎ
홀아비꽃대는 오지않는 주막집 과부를 기다리고....
이렇게 많은 둥글레가 야산에 자생하고 있었다면
아마 흔적도 없이 이미 누군가가 다 캐어 갔을겁니다.
두릅을 따느라 항상 뒤쳐져 가는 저를 신로봉이 보이는 헬기장에 쉬면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미안해서 오늘 우중 산행을 함께해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기념사진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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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우측 백운산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길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신로봉 정상을 찍고 내려오니 국망봉에서 온다는 팀 3명이
오늘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사람들입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니 그들은 신로령에서 바로 이동으로 하산을 한다고 하네요.
국망봉의 야생화...
국망봉 오름길을 앞두고
후두둑,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재빨리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카메라는 곧 지퍼백 속으로 숨어듭니다.
정상에서 사진도 담지 못하고
거의 다 내려오니 비가 다시 약해지면서 고운 금낭화와도 눈을 맞출 수 있습니다.
눈이 아니고 입을 맞추려다간 정말 큰일납니다.
왜냐하면 벌에게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종일 비가 내려서인지 계류에는
수량도 많고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도
장거리 산행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 주기에 그만입니다.
꽃잎을 떨군 돌단풍의 열매도 꽃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우중 산행으로 엉망이 된 신발과 바지가랑이에 뭍은 흙 등을 씻어내며
힘든 종주 산행을 함께한 친구들 어깨를 주물러 주며 서로를 격려합니다.
궂은 날씨가 예견됨에도 기꺼이 산행에 동참해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며
한북정맥 3,4구간인 백운산,도마치봉,신로봉,국망봉 종주를 마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눈을 돌려보니 이른 봄, 바위틈에 곱게 피었다가
이미 지고 꽃을 닮은 씨앗방만 수북히 매달고 있던 돌단풍도
정말로 수고 했다고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주네요~
지방을 다녀오느라 답방이 늦어졌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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