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를 타고 작은 폭포를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빗물
◈ 산행코스 : 하남시 천현동 ~ 벌봉 ~ 동장대지 ~ 북문 ~ 남한산성 서문 ~ 마천동종점
장마가 시작되고 비다운 비가 내립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에 200mm가 넘는 호우경보가 내려진 29일,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붓는 상황에서 남한산 폭우맞이 종주산행을 위해
우중산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챙기는 마음이 매우 흥분됩니다.
이미 북한산 국립공원을 비롯한 도봉산,수락산,불암산,관악산 등 서울근교의 모든 산들은
호우로 인한 입산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어 상대적으로 통제를 하지 않을 것 같은 남한산으로 갑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퍼붓는 상황에서
동서울 터미널에서 경기도 광주행 13번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오늘의 남한산 산행기점인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마방집) 정류장에 내리기에 앞서
버스안에서 우모복에 스틱을 챙기는 등 우장 등을 챙기며 준비하니
버스기사께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뒤돌아 봅니다.
몇 안 되는 승객들 또한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속으로는 끌끌끌 혀를 차는 눈치이구요~
△중부고속도로 굴다리를 빠져나와 경사진 숲길을 오르는데 이미 등산로는 작은 도랑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무모한 산행이지만 벼르고 벼르던 폭우속 나홀로 산행...
정상적이라면 산행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비가 내린다거나
폭우, 호우가 예상되면 당연히 계획을 수정하고 산행을 취소 하는 것이 맞지만,
2년 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 이 코스를 올라봤기에 오늘도 폭우가 내린다고 하여
일부러 폭우가 내리는 날을 맞춰 우중 산행을 급하게 잡았읍니다.
△폭우와 함께 바람도 세차 산소옆 노송의 가지도 부러져 내렸습니다
막상 폭우속 산행을 실행하려니 염려가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물을 건너야 하는 위험한 계곡이나 큰 도랑이 없는 남한산 능선길을 택한 것도
폭우속 산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줄여 보자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천현동에서 벌봉에 이르는 7km의 긴 능선에는 위험한 곳이 없고 벌봉부터는 산성길 입니다.
쥐봉을 넘어서면 공동묘지 지역이 나오는데 무덤속 혼령들이 일제히 나와서
"정신 나간 한 녀석이 지나간다며~"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저 묘지 옆 노송 아래서 가끔 간식도 먹으면서 쉬어 가기도 했던 곳인데,
오늘은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는 상황이라 큰 나무밑은 위험해 그냥 지나칩니다.
△폭풍우에 죽은 나무들과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내리는 아주 위험한 산길~
언제부터 제가 비를 좋아 했는지는 모릅니다.
어릴적 며칠씩 계속되는 장맛비를 앞마루에 걸터 앉아서 추녀끝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에
방울방울 생기는 물방울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다른 빗방울에 맞아 터지고
다시 생기기를 반복하는 비 오는 날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참 즐겼었는데...
그렇다고 비에 관하여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얌전히 내리는 비 보다는 요란하게 내리는 호우성 비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은 칙칙하고 기분이 우울 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비 내리는 날을 맞이합니다.
△등산화 속에 진흙탕물이 들어가서 논바닥을 걷는 느낌입니다
이런 폭우가 쏟아지는 날의 산행에서 제일 어려운 점은 뭐니뭐니 해도
배낭속의 간식이나 물 등을 마음대로 꺼내 먹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폭우가 다소 약해지기만을 기다려 보지만 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 오를수록 빗줄기는
더 거세지며 말 그대로 장대비라는 말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날입니다~
전투력이 세계 최강이라는 '특전사'에서 복무할 때도 이런 날은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ㅎㅎ
△등산로는 도랑으로 변한지 오래입니다
벌봉정상이 가까워질 수록 비는 더욱 세차게 쏟아져 내려 양동이로 퍼붓는 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어차피 제대로 휴식도 하지 못해서 잠시 비를 피했다 가기로 하고 작은 신갈나무 아래에 쭈그려 앉아
나뭇잎이 찢어질 정도로 세차게 내리꼿는 비를 구경하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그러나 불안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구요.
지금까지 인적은 고사하고 사냥나온 두꺼비 두 마리를 본 것 외에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를 본 것이 없고 평소 두려움을 모르는 자신이지만 조금 걱정이 됩니다.
이후 부터는 비닐 지퍼백 속의 디카도 더 이상 꺼낼 수 없는 최악의 물폭탄 입니다~
△지난 달 산행 때 찍은 벌봉암문 입니다
천현동에서 벌봉에 이르는 7km의 환상의 숲길 코스를 산행하며 한 번 밖에 쉬지를 못하여
저 벌봉의 암문안에서 휴식을 할 계획으로 참고 올라왔는데, 아뿔싸!
강한 비바람에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날리는 등 암문부근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있습니다.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 암문안에서의 휴식은 포기하고 다시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득 어느 인기 여가수의 노랫말이 떠오르네요.
미쳤어! 오늘 내가 정말 미쳤어~♬
쫘르릉~ 꽝!
머리 위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반사적으로 스틱을 짧게 접어 듭니다.
△동장대 가기 전의 암문-지난 봄 산행 때의 사진
벌봉암문을 나와 봉암성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작은 골짜기에는
위험할 정도로 물이 많이 불어나 주먹만한 바윗돌이 마구 구르며 흙탕물이 쏟아져 내립니다.
저 암문안에는 다행이 비가 많이 들이치지 않아 성벽 틈새에 스틱을 끼운 다음,
젖은 우의와 배낭을 벗어 걸어놓고 쭈그려 앉아 과일과 빵 등으로 간단하게 허기를 달랩니다.
점심식사를 할 주변 여건이 안 되어 점심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5시간이 넘는 13km의 남한산 폭우속 산행 중에서 비를 맞지않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 바로 저 암문속 이었습니다.
△인적이 끊겨져 버린 산성길을 전세내어 홀로 걷는 이 기분을 알기나 할까~♬
폭우에 성벽아래 토사가 무너져 내린 곳을 지나 연주옹성 부근에 다다르니 비가 잠시 주춤하며
뿌우연 안개속에 시야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인적이라곤 찾을 수 없고 정적만이 흐릅니다.
하긴 이런 악천후 날씨에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나온 인간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 하겠지만...
그렇다면 오늘 나는 무엇인가??
호우경보가 내린 날을 일부러 잡아서 그것도 여럿이 아닌, 무모하게 나홀로 산행을 감행한 나를
사람들은 아마 미쳤거나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라 하겠지~♬
△종일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가지의 손상없이 잘 버텨낸 노송들이 대견스럽네요
△폭우가 잠시 물러간 남한산성 서문 위로 안개가 걷혀가고 있습니다
악천후에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종일 걱정을 하고 있을 옆지기에게
늦은 안부를 전하니 "가다가 되돌아올 줄 알았답니다~"
(되돌아갈 것 같았으면 아예 나서지도 않았지요...ㅎ)
△서문에서 마천동으로 내려서는 길...
남한산성 서문을 내려선지 얼마되지 않아서 잠시 물러간 듯 하던 폭우가
또 다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부어대기 시작을 합니다.
그러나 급경사의 등산로가 생각보다 미끄럽지가 않네요.
왜냐하면 폭우에 겉표면의 흙들이 모두 파여져 나가고 단단한 원래의 속살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돌계단 등산로를 따라 흘러내리는 빗물이 위험 하기만 합니다
5시간 넘게 폭우가 쏟아지는 산행내내 사람하나 만날 수 없었던 조금은 외롭고,
때론 두려웠던 폭우속 남한산 나홀로 산행!
이 강열한 희열과 마침내 해 내고야 말았다는 성취감 대문에 아마 또 할 것 같습니다~♬
'무모한 도전' 이었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나를 받아주고 품어준 대자연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인적이 끊긴 등산로엔 폭우가 만들어낸 작은 피아노 폭포에선 고운 노래 소리만 들려옵니다
비 오는 날이 좋다.
찢긴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라면 더욱 좋다.
소낙비 내릴 때 흥분 하는 물고기처럼
비가 내리면 떠는 가슴울림...
소낙비 내리던 어느 여름 날
발가벗고 멱감던,
맨살을 두들기고 달아나던
빗방울의 그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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