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산간지방에 27년 만에 11월 중 가장 큰 눈이 내렸다는 지난주 금요일,
전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대관령에는 내일 새벽에도 많은 눈이 예상되고 오후에는 또다시 영동지방 전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질 거라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올겨울 처음으로 맞이하는 눈산행도 하고 멋진 풍차들이 늘어선 선자령의
이국적인 아름다운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소 무모하지만 이른 새벽 자동차를 몰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갑니다.
가다가 도로가 막히거나 통제가 되면 되돌아 오자는 생각으로요~
둔내터널을 지나면서 차창밖으로 많은 눈이 쌓인 하얀 들판의 풍경들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입니다.
엇그제 까지만 해도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던 산들이 온통 하얀 설옷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겨울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치 소풍떠나는 아이처럼 마음이 마냥 들뜨고 흥분됩니다.
선자령산행 들머리인 영동고속도로 구 대관령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미처 제설작업을 하지않아
자동차를 4륜구동으로 전환시키고도 바퀴가 헛돌며 미끄러져서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제설작업이 끝난 도로변 한켠에 주차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로 소통이 우선이라 그런지 넓은 휴게소 주차장에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들머리에서 우측의 임도를 따라 오르면 길도 넓고 고생도 덜할 것 같은데 여기서 욕심이 발동합니다.
먼저 지나간 이의 발자국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계곡길 입구에서 주저하는 아내를 보면서
오늘 선자령에 온 목적은 첫눈을 밟아보기 위해 온 것이니
힘들더라도 계곡을 따라서 오르자고 모처럼 따라온 아내를 설득합니다.
스패츠 등을 착용하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산악회원 30여 명이 모여 의견을 나누더니
우리가 오르려던 계곡길로 올라가자고 하네요.
그래야 첫눈을 실컷 밟을수 있다면서요~
한마디로 구세주를 만난 것이죠.
러셀이 되었있지 않은 무릎까지 빠지는 이런 습설의 눈을 헤치고 맨 앞에서 러셀을 하는 일은 정말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고 힘드는 작업이라 교대로 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앞서간 이들이 모르고 그만
이렇게 큰 호빵 하나를 개울가에 흘리고 갔네요~♬
뉴스에서는 50~60cm의 눈이 내렸다고 하는데
계곡에는 이미 이정표의 절반이 가리도록 1미터 가까이 쌓인 것 같습니다.
△눈이 호사하는 오늘입니다.
이 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산행이 어떠 했을지는 뻔합니다.
아마 중간에서 포기를 하고 되돌아 내려와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둘이서 무릎까지 빠지는 습설의 눈길을 뚫으며 장시간에 걸쳐 앞으로 전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런게 바로 설국의 풍경입니다
평소 무릎이 좋지않아 그동안 산행을 따라 나서지 못한 옆지기는 힘들어 하면서도
모처럼 마주하는 설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힘을 얻었는지 잘도 갑니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높이 발걸음을 떼어 놓는 것이 어려울 텐데도 말입니다~ㅎ
대관령목장지 드넓은 초지위에 지어진 드라마를 촬영 했다던 세트장은 정말 그림같은 멋진 풍경입니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으니 어떤 드라마에 나왔던 장면인지도 모르구요~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데
설경이 빗어내는 주변의 멋진 풍광 영향인지 거부를 하지 않네요~
나무들도 얼어서 가지에 내려 앉은 눈이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꽁꽁 얼어붙고 있네요.
능선길 보다는 눈도 깊게 쌓이고 몇 배는 더 힘들지만
얼지 않은 도랑에서 쫄쫄쫄 들려오는 물소리는 더욱 낭낭하고 맑기만 합니다.
잣나무 조림지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부러진 것들도 아주 많고 아예 송두리채 땅바닥에 누워버린 나무도 있습니다.
스틱으로 털어도 떨어지지 않아요.
산악회원들을 멀찍이 뒤에 떨어져 놀면서 따라 가는데
갈수록 산행속도가 점점 더뎌지는 것을 보니 이들도 이제는 많이 지치기 시작했나 봅니다.
무릎이상 빠지는 이런 습설의 눈을 맨앞에서 러셀를 하는 작업은 서로 교대를 한다고 하여도 체력 소모가 엄청나거든요.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가는데 조금 미안합니다.
드디어 힘든 계곡길이 끝나고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 다다랐는데
엄청나게 쌓인 눈길을 더이상 헤쳐 나가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 했는지 선자령을 800미터 앞두고
산악대장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포기하고 우회를 결정합니다.
우리도 소속은 다르지만 산악대장이 결정한 일이니 따라야지요~♪
쉬익~쉬익!
거대한 풍차 날개가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는데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눈발에 가려서 바로 코앞의 풍차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풍차가 돌아가는 선자령의 이국적인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대를 걸고 올랐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욕심을 더 부리면 안 되지요.
무릎까지 빠지는 첫눈을 밟는 행운과 설경을 맘껏 누렸는데 멋진 조망까지 바란다면
정말 염치가 없는 것이고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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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능선에는 거대한 풍차가 돌아 가도록 세찬바람이 불어칠 것이기에
언덕아래에 눈구덩을 파서 늦은 점심을 끝내고 선자령 능선에 오르니 다른 산악회원들은 이미 다
언덕을 내려가고 아무도 없는데 아저씨 한 분만 홀로 오르고 계시네요.
눈 산행을 같이한 산악회원들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지도 못했는데...
날씨가 맑았으면 위 사진처럼 푸른 하늘아래 풍차가 돌아가는
멋진 모습을 불 수가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오늘은 눈도 엄청많이 쌓였기에 날씨만 좋았다면 저 모습 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웠을 것 같고...
풍차가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는데 바로 풍차밑에 있어도 날개가 보이지 않도록 짙은 눈구름에 덮혀 있어요.
△풍경
△풍경
△풍경
눈이 깊게 쌓인 계곡길을 힘들게 올라와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잘 다져진
능선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편하고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퍼부어 대는 눈보라 속을 뚫고 설화가 핀 나무터널을 지날땐 꿈속을 거니는 듯 합니다.
△풍경
△풍경
△풍경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들은 모두 하얗게 얼었어요
△풍경
불가사리는 원래 바다속에 있어야 하는데
왜 높은 산으로 올라와 나뭇가지에 붙어 이렇게 얼음덩이로 변했는지~
△사람들이 지나간 눈길이 마치 봅슬레이 경기장 같아요
△이렇게 꿈만 같았던 선자령 눈꽃 산행을 마쳤습니다
대관령에
27년 만에 11월 중 가장 큰 눈이 내렸다는 지난 주말,
운좋게 기회가 다아서 올겨울의 첫눈 산행을 멋진 선자령에서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산악인들이 고대하며 기다리던 설화의 계절이 돌아 왔는데 동계용 준비를 잘해서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겨울산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차 눈발이 굵어지며 도로에 쌓여가는 미끄러운 대관령도로를 조심스럽게 벗어나
횡계 톨케이트를 통과하니 그동안 긴장됐던 마음이 비로소 풀리면서
오늘 눈속을 걸으며 보고 느꼈던 선자령 설국의 멋진 장면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행복감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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