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암군 너머로 부봉과 월악산이...
(1,017m) (939m)
◈산행코스:조령휴게소~절골~촛대바위~조령산~안부~신선암봉~공기돌바위~청암사~절골~신풍리 (7시간)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전국에 걸쳐 올들어 처음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그런 사실도 모른채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새들도 한 번에 넘기가 힘들어 쉬어 간다는
조령의 조령산을 갔으니...
백두대간을 하시는 분들이 가장 힘든 곳 중 하나로 주저없이 꼽는 난코스 중의 하나인
조령산 암릉엔 7시간여의 산행내내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 볼 수 없없고
고요가 흐르는 숲속엔 무더위와 싸우는 산객의 거친 숨소리만 하나만 있을뿐...
이런 행운을 지난해 남설악의 점봉과 안산에서 세번 연속으로 맛보고 조령산에서 또~ ♬♪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통째로 산을 전세 낸다는 것이 비용도 비용이지만
요즈음은 경쟁이 치열해서 좀처럼 구하기가 힘든데 오늘 무더위를 뚫고 내려온 보람이 있습니다~
전국에 내려진 폭염특보가 한몫 했음은 당연하구요.
△예전의 영광은 사라지고 쓸쓸하게 변해버린 (구)조령휴게소
예전엔 충주에서 문경이나 상주,예천을 가려면
수안보를 지나 구불구불한 이화령 고개를 넘는 3번 국도를 따르는 길밖에 없었는데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놓이고 조령과 이화령에 터널이 뚫리면서
힘들게 이화령을 넘을 일이 없어져서 그 옛날 많은 차량들로 북적대던 조령휴게소는 물론
주유소 건물도 무너질 듯 황량한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개발되면 더불어 주변의 땅값도 오르고 같이 발전하기 마련인데 반해
큰 도로가 뚫리면 주변에 꼭 피해를 입는 지역이 생겨나는 아이러니...
조령휴게소가 대표적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오늘의 날씨를 예견해 주는 듯 심상치 않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승용차에서 내리니 훅하고 밀려오는 지열에 많이 놀랐습니다.
신발을 갈아신고 산행 채비를 하는 짧은 시간에 벌써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니
오늘 산행은 물론 더위와도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겨우 마을을 지나 촛대바위 등산로 초입에 다다랐을 뿐인데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안경을 적셔 시야를 방해합니다~
▲조령산 산행개념 지도
△확인하지 못한 버섯...
깊은 나무 구멍속에 버섯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어떤 버섯인지 따서 확인해 보고 싶지만 막상 손을 넣어 보기가 망설여 집니다.
굴안이 컴컴해서 보이지도 않는데 덥석 손을 집어 넣었다가 물컹하고 비얌이 잡혀 나올지도 모르고~
실제로 어떤 동물이 굴을 이용 했는지는 모르지만 굴 입구에 자라는
잡초의 뿌리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구요.
촛대바위능선 초입에는 때를 만난 엄청난 수의 매미들이
한꺼번에 경쟁적으로 울어대는데 지난번 용문산 산행 때와는 달리 오늘은 매미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고 무더운 날씨 탓인지 더 끈적거려 옵니다~
시끄럽게 들리던 매미소리도 이 지역을 벗어나니 거짓말처럼 한마리도 울지 않네요.
제 불편한 속마음을 영리한 매미들이 읽었나요?
△계속 이어지는 송림지대
△아름다운 풍경들
△조망이 열리며 연풍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암릉지대 풍경
촛대바위 능선을 거쳐 조령산, 신선암봉을 향하는 데는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무수한 로프지대를 거쳐야 하지만 오늘은 로프 한번 잡지않고
산행을 끝내자는 쓸데없는(?) 나만의 목표를 하나 정했습니다~
아니 목표가 둘입니다.
폭염과도 싸워서 이겨야 하구요~
△신풍마을이 보이는 능선에 오르면 좀 나을줄 알았는데 대단한 무더위입니다
△촛대바위능선 풍경
△풍경
△풍경
△바위산의 소나무는 하나같이 모두 다 명풍송 입니다
△촛대바위 끝이 저렇게 뭉툭한데 어디 양초나 꽂을 수 있겠어요?
△무더위에 몸은 힘들지만 눈은 즐거운...
△이런 맛에 산에 오르지요~
△이름 그대로인 신선암봉이 펼쳐져 보입니다
△좋아하는 풍경들...
△풍경
△흔할 것 같은데 딱 한포기 산비비추
△정상 직전의 헬리포트
△하늘나리 △동자꽃 △원추리
△산비비추
△3면이 숲으로 막혀있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별로입니다
△정상을 내려서면서 부터 펼쳐지는 멋진 조망이 조령산의 자랑입니다
△신선암봉 너머로 대간의 신선봉과 마패봉이...
△멀리 월악산 영봉이~
△풍경
△신선암봉
△지난달 저 부봉을 산행할 때도 오늘처럼 날씨가 무더웠는데...
△조령암릉 풍경
△923봉 전경
△외솜다리꽃
△큰까치수영 △외솜다리꽃 △은꿩의다리
△조령산 산행 중 제일 위험한 곳 입니다
좌측으로 그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높은 절벽위에 두 줄의 로프가 내려진 경사도가 있는
슬랩지대 상부를 오로지 이 로프에 의지해 올라야 하는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대간산행 때 이 지역을 야간에 통과 한다면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비가 내린다거나 내린 눈이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시에도 항상 조심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항상 주의해서 통과해야 하는 암릉구간...
26년 전 어느 초겨울에 사전지식도 없이 많은 직장 산악회원들을 데리고
이곳을 통과할 때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그 당시에는 길도 지금같이 뚜렷하게 나 있지도 않았음은 물론이고
위험지역에 보조로프 설치된 곳이 한 곳도 없었으니...
△부봉이 보이는 풍경
△산세가 참 아름답지 않나요~
△주흘산영봉
△이 주인을 찾습니다~
얼마나 조령산행이 힘이 들었으면 저 것이 떨어진줄도 모르고 그냥 갔을까요.
섯불리 주인을 찾아 준다고 소문을 냈다간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주인이 스스로 찾아가기 전 까지 참아야 합니다~
△신선암봉 오르는 슬랩지대
△신선암봉 정상보다도 오히려 이 부근에서의 조망이 훨씬 더 좋습니다
△지나온 조령산 정상이...
사방이 깍아지른 듯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신선암봉은 빼어난 조망에
높이도 정상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이 산의 주인인 조령산(1,017m)이 육산에다 조망도 별로여서
오히려 신선암봉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어도 조령산은 모른척 하고 있습니다~
이 바위 뒤가 신선암봉 정상이고
조령3관문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이 공기돌바위를 거쳐서 절골로 내려서게 됩니다.
△신선암봉 정상
△풍경
△신선암봉 남벽
△풍경
한방 이론에 보면 여름엔 땀도 많이 흘리고
더위도 경험해야만 다가오는 가을에 기(氣)를 거둬들여 더 건강해 진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저는 좋은 보약을 먹은 셈이지요~
△공기돌바위
둥글고 커다란 공기돌을 받치고 있는 저 굄목들이 빠지면 큰일 납니다.
비록 굄목이 오래되어 썩었어도 그 힘으로
공기돌바위가 굴러 내리지 않고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니까요~
바로 계곡 아래에는 청암사가 위치하고 있어요~
△신선봉에서 마패봉을 지나 월악산으로 길게 이어지는 스카이라인...
△절골로 내려서며 올려다 본 조령산 정상부
△촛대바위 능선에서 이어지는 조령능선
△풍경
△줄기나 잎은 꼭 진달래를 닮았는데 꽃이 참 예뻐요
△청암사 아래 너럭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그동안의 정적을 깨웁니다~
숲이 우거진 높은 산에서도 오늘 이렇게 무더위를 느끼는데
온통 회색빛 아파트와 빌딩숲으로 뒤덮힌 도심에서의 더위는 어떠할지 상상이 갑니다.
폭염에 산새의 지저귐과 매미소리도 사라진 청암사 능선을 내려오는데
그동안의 정적을 깨며 들려오기 시작하는 시원한 물소리는
발걸음을 빨라지게 만듭니다.
△양옆의 송림이 좋은 절골 하산길
맑고 깨끗한 옥수가 흐르는 계류 합수점에서 몸을 씻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으니
종일 무더위에 지친 몸에 다시 생기가 돌면서
아침에 아파트 계단을 내려설 때의 살짝 들떳던 산행 기대감으로 돌아가
송림의 숲속을 거니는 발걸음은 구름위를 걷습니다~
△내려와 올려다 본 산세는 그리 험해 보이지 않는데...
길을 건너 승용차를 세워둔 휴게소로 향하는데
할머니와 같이 느티나무아래 평상에서 쉬고 있던 대여섯 살 정도된 계집아이가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아저씨 쉬었다가 식사하고 가세요~"
"우리집이 맛있는 거 제일 잘 해요~" 라며 소리칩니다.
아침에 차를 세워둔 구멍가게겸 작은 식당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막국수를 부탁해 놓았기에 망설이다가
발길을 돌리니까 "거봐 그냥 가잖아..." 라며 할머니에게 막 투정을 부리네요.
아마 할머니가 가만히 있어도 우리집으로 올거라고 했나봅니다~
그 어린 꼬마숙녀에게 더욱 미안 했던건 이 다음 입니다.
딱 두 집 뿐인 근처 식당에서 시원한 막국수를 시켜 평상에 앉아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끄는 외발손수레를 타고 집으로 가던 그 꼬마가 식사를 하고 있는 저를 본 것이지요.
"거봐 할머니, 아까 그 아저씨 여기서 밥먹고 있잖아~~" 라며 울먹입니다.
할머니 속상해~
생각컨데 아이 엄마가 그 허름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나 봅니다.
평소에 얼마나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되면
저 어린꼬마가 벌써 호객(號客)을 알아 버리다니 씁쓸합니다.
다시 연풍을 지나갈 일이 생기면 일부러 들러서라도 꼭 밥 한그릇 팔아주어야 겠습니다~
그 꼬마의 정성을 생각 해서라도...
(조령휴게소에서 다리건너 바로 우측에 있는...)
황량하게 변해버린 조령휴게소의 모습과
앙증맞은 어린꼬마의 외침이 오버랩 되어 운전하여 올라오는 내내
머리속에 잔영으로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꼬마야 미안하다~
☆ 넉 달째 '뷰'에 송고를 하지 않는데도 '우불딱지'를 떼어가지 않고 있네요~
모든 것에서 속히 자유롭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