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에서의 관악산 일몰
◈산행코스 : 경기대 정문~문암재~형제봉~광교산(시루봉)~노루목~백운산~고분재~바라산~우담산(발화산)~영심봉~
하오고개~국사봉~이수봉~석기봉~만경대(청계산)~매봉~옥녀봉~돌바위산~양재화물터미널
◈산행거리 : 도상 27km(실제 30km), 산행시간 : 10시간 10분 (09:20~19:30)
△09:20 - 산행초입부(경기대 정문)
설 연휴에 쌓인 피로(?)도 풀겸 겨울이 가기 전 가까운 곳에서
중거리 산행지를 물색하다가 전부터 맘에 두고 있었던 한곳을 생각해 내곤 쾌재를 부릅니다.
바로 수원의 광교산에서 의왕시의 백운산을 거쳐 서초동의 청계산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27km의 광청종주(광교산~청계산)를 하는 겁니다.
서울 동부권에서는 잠실에서 1007번이나 1007-1번을 광역버스를 타면 판교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경기대 후문에 50분이면 도착하니 편리합니다.
경기대 캠퍼스를 중앙으로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산행입구가 보입니다.
물론 이정표는 없지만 광교산 입구로 널리 알려진 반딧불이 화장실까지 가지않고 오르는 지름길이죠.
△반딧불이 삼거리
△능선 사면길
얼음이 풀리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가 모레인데 아직도 산에는
이렇듯 눈이 쌓여 있어서 많이 미끄럽습니다.
녹은 눈이 얼어서 미끄러운 능선길을 피해 북쪽 사면길로 오르면 눈은 더 많지만
오히려 덜 미끄럽고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좋네요.
△형제봉 직전의 암봉
△암봉에서의 조망
△풍경
△코가 큰 아저씨~~
△형제봉과 케언
광교산을 가려면 형제봉에서 바로 왼쪽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멀리 지나치며 형제봉을 담고는 아무 생각없이 능선길을 따라 케언이 보이는 암봉에 오르니
이런, 광교산과 통신대를 연결하는 백운산 능선이 지나쳐 보이는게 아닌가.
형제봉에서는 숲에 가려져 있는 갈림길을 보지 못한 거다.
커다란 이정목도 서 있던데~
△광교산 가는길
△광교산에 서면 백운산(위)과 관악산이 보인다
광교산 정상에 오르니 서너 명의 산객들이 모여 앉아 막걸리 파티를 벌이고 있다가
내게도 한잔 권하는데 나도 오늘은 두 병을 넣어가지고 왔는데~
내가 온줄 알고는 애들이 또 몰려오니 어쩌나.
청계산까지 갈 길이 아직 멀지만 같이 놀아 줘야지~
아니 내가 놀아주는게 아니라 엄연히 말하면 새들이 나랑 놀아 준다는게 더 맞겠지~♬
△광교산 박새
△곤줄박이도...
△곤줄박이 뒤로 보이는 산이 청계산
누군가가 새들을 위해 바닥에 좁쌀을 뿌려 놓았는데 내가 땅콩을 꺼내들고
새들을 부르자 모두 내게로 모여든다.
줄을 서시요. 줄을~
땅콩은 충분하니 싸우지 말고 차례로 줄을 서시요~
△산행을 시작했던 광교저수지가 멀리 보인다
△노루목 대피소는 패스하여 백운산으로 간다
△억새밭지대
△송신소 우회길
△백운산 직전의 통신대 입구
△백운산 정상의 통신대
△모여라, 얘들아 다들 모여라~
△다들 모였는대 뭘 주실꺼죠?
바람도 불지않는 따스한 햇살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고 갈까 하다가 아직은 시장기가 없어서 좀 더 가기로 하고 간식을 꺼내니 새들이 난리가 났다.
누군가 약밥을 조금 떼어서 바위돌에 올려 놓았는데 그대로인 것을 보니
이 녀석들의 식성이 까다로운 것인지 아니면 배가 부른 것인지...
그게 아니라는 것은 곧 드러났지만~
땅콩을 내밀자 나뭇가지에 앉아 기회를 엿보던 놈들이 일제히 내려오며
먹이를 먼저 물어가려 한바탕 작은 소란이 인다.
대충잡아도 10여 마리는 넘어 보이는데 동고비,곤줄박이는 물론 박새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다.
간식 먹는 것도 잊은채 녀석들과 놀다보니 금쪽 같은 시간 40분을 날려 버렸다.
오늘은 갈 길도 먼데 이러고 있으니...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
새들에게 나눠 줄게 없는 사람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아마 그게 아니고 참 할일 없는 사람이라 속으로 욕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행동은 야성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겐 자연과 소통한다는 작은 즐거움이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새들에게 모이 나눠 주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새들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
△곤줄박이 동고비의 재롱에 시간은 쉼없이 흐르고...
△새들과 노는 겨울산행이 좋다~
아저씨 손가락은 어쩌다 다쳤어유?
바닥은 많이 미끄럽지만 아이젠도 하지않고 날씨가 따뜻해 손가락장갑으로 바꿔끼고 걷다가
그만 미끌하면서 나무를 짚었는데 공교롭게도 맨살이 드러난 손톱 위가
약간 까지면서 제법 피도 흘렸다.
△백운산정상
△백운산에 서면 안산,군포,안양,의왕시가 모두 한눈에...
△수리산과 태을봉(우측)을 당겨서
△길에서 만나는 새들과 노느라 갈길이 바쁜 것도 다 잊었다
△길 만큼이나 표지판도 참 예쁘다
△주변을 맴도는 새들은 다 불러 모은다~
△이런 즐거움도 없으면 뭣하러 힘들게 산에 오르남~
에라 모르겠다.
기왕에 늦은거 길에서 만나는 새들이랑 좀더 놀다 가야지.
산행시간 단축해서 어디 내세울 것도 아니고~
△바라산 가는길
△뒤로는 지나쳐온 백운산 능선이
△바라산에서... 백운호수와 인양시가지
백운산에서 국사봉까지는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한 그림자와 단 둘이 하는 외로운 산행,
아참, 가끔 다가오는 새들이 있었구만~
△관악산과 청계산도 보인다
△고분재로 내려가는 365계단
광교산에서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광청종주'시에는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만큼 체력 소모도 크기에 체력 안배를 잘 해야한다.
보기와 달리 의외로 힘이 든다는 것을 모든 경험자들이 말하는 걸 새겨 들어야.
특히 길이 미끄러운 겨울철에는 더...
△하오고개 육교
최근에 저 육교가 놓이면서 2~3km를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육교가 생기기 전에는 백운호수 쪽으로 내려가다 고속도로밑 굴다리를 통과 하거나
6~7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위험한 무단횡단을 감행해야 했으니...
△안양판교로
불과 5~6년 전 까지는 이 도로를 따라 잔차 라이딩을 즐겼었다.
이렇게 위험한 도로인 줄도 모르고...
뚝섬유원지에서 시작하여 여의도와 안양천을 경유하여 백운호수를 한바퀴 돌아 청계동 윗길에서
새터마을로 빠져나와서 이 도로를 타고 하오고개를 넘어서 판교신도시와 분당을 거쳐 탄천을 따라
뚝섬유원지로 다시 돌아오는 100km 가까운 라이딩을 즐겼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한창 청춘 이었는데~
△판교신도시 뒤로 보이는 산은 분당의 고불산과 문형산
△풍경
얼어있는 길이 걷는 데는 더 나은데 하오고개를 넘어서 부터 국사봉 오르는 양지쪽 된비알 구간은
눈이 녹아 내리면서 완전 진흙탕 논바닥으로 변해 있어서 그걸 피해가며
미끄러지지 않게 오르느라 몇 배는 더 힘이 드는데 막걸리를 겻들인 늦은 식사를
하오고개에서 마친 것도 한몪을 했다.
진흙탕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선 절대로 집에 못 간다.
건대입구까지 13km를 추가로 더 걸어가야 한다~
△지나온 능선
△국사봉
△국사봉에사 바라 보이는 관악산
국사봉이 가까워지면서 한낮에 녹았던 얼음이 다시 얼기 시작하는데
길은 미끄럽고 차가운 바람까지 불어오기 시작하니 그동안 느긋하던 발길이 바빠졌다.
국사봉에 올라 숨을 고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청계사쪽에서 오른다는 한사람과
곧이어 수지에서 시작했다는 젊은이가 함께 도착한다.
그러니까 그 젊은이는 백운산에서 부터는 눈위에 찍힌 내 발자국을 계속 따라온 것이라는데
양재 화물터미널로 함께 내려 가자고 하니 대답이 없다~
△청계산 가는길
△망경대(청계산)
간이매점도 철시해 버린 이수봉서 옛골로 내려간다는 두 명을 더 만나고는
이후 산행을 마칠때 까지는 내 그림자랑 같이 간다.
그 많던 산새들도 모두 잠자러 마을주변의 덤불속으로 숨어든 후라 산정엔 깊은 적막만이 흐르고.
△매봉의 일몰
△해거름녘의 양재동일대 풍경
△마의 청계산 1,500계단은 눈에 파뭍혀 오히려 도움이 된다
△지나온 매봉
주변은 어두운데 사진도 밝게 나오고 눈이 쌓여 있어서 인지 길도 잘 보인다.
하얀 것은 길이고 검은 것은 나무...
△관악산도 어둠속으로 숨어들고...
원래 밤눈이 밝은 탓도 있지만
배낭에서 헤드랜턴을 꺼내 쓰기가 귀찮아 그냥 참고 내려 가다가 까암짝!
옥녀봉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커다란 무덤 한기가 있는데 무덤앞에 웬 하얀 소복차림의 사람이 앉아 있는게 아닌가.
어려서 부터 밤길을 홀로 걷거나 산길을 타는데는 이십리길 아버지 장마중 다니느라 이미 단련이 되어서
밤길에 무서움을 타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새가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밤길 무덤가에
소복차림의 사람이 불쑥 나타난다면 그리 썩 유쾌한 일은 아니죠~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그 소복여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세상에...
하얗게 보이던 것은 소복여인이 아니라 애들만한 눈사람이었으니...
누군가 묘지앞에 눈사람을 하나 만들어 놓은 것.
아마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설날에 성묘를 왔다가 조상님이 외로울 것 같아서
눈사람을 하나 만들어 놓고 갔는데 공교롭게도 묘지 주변의 눈을 쓸어낸 부분이
햇볕에 녹으면서 그곳만 잔디가 훤하게 드러나 눈사람이 소복여인처럼 보인 것이다.
묘지 한가운데에 허연 눈사람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캄캄한 한밤중에 보면 누구라도~~
△이미 어둠이 내린 옥녀봉에서
봉우리 모양이 이뻐서 옥녀봉이란 이름을 얻은 옥녀봉에 가까이 오니 이건 또 뭔가??
옥녀봉에는 옥녀가 없다는걸 이미 다 아는데 희미한 달빛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는 검은 물체가 보이는게 아닌가.
내가 마음이 심약해졌나 오늘은 이상한 것들만 보이네.
결론은 혼자 운동하러 올라온 근처 주민인 모양인데 어두워서 얼굴을 구분할 순 없지만
대충 40대 후반의 남자가 빠른 속도로 양팔로 허공을 휘저으며 공터를 맴돌고 있다.
내심 저녁운동 나온 '옥녀'이길 바랐는데~
랜턴없이 버티다가 너무 어두워서 결국은 이곳에서 부터 헤드랜턴을 착용을 하고
미끄러운 산길을 살살 내려갑니다.
△초승달님을 찍었는데 요렇게 나왔네요~♬
△ㅇㅇ전자와 하이브랜드빌딩 불빛이 등대 역활을 한다
△19:30 - 오늘의 종착지인 양재화물터미널은 어둠에 뭍히고...
연휴동안 기름진 음식으로 인해 편하지 않은 뱃속을 달래려고 떠난 광청종주.
처음부터 종주개념 보다는 가볍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떠난 산행이기에 예상은 했지만 좀 늘어진 산행이 되었다.
산행내 등산로에 얼어붙은 눈은 많이 미끄러웠고 때론 눈이 녹으면서 생긴 진흙탕은 피해서
돌아가야 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데 거기에다 산행 중 만나는 온갖 새들을
손으로 불러 올리며 마냥 놀았으니 산행 막바지에는 야간산행이 되고야 말았다~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시간을 단축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 오늘의 산행에 불만은 없다.
열심히 걸으면 산행 시간을 한두시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무작정 앞만 보고 걷는
느낌이 전혀 없는 그런 밍밍한 산행은 앞으로도 피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 자신이 피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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