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성골
설악은 단풍이 절정 이라는데 인파에 휩쓸려 앞사람 엉덩이만 바라보고 올 생각은 전혀 없고
그렇다고 설악의 가을을 그냥 넘긴다는 것도 설악이나 머루랑이나 서운해 할 것 같고
그래서 오늘도 그림자랑 호젓하게 저물어 가는 설악의 가을을 맘껏 누리려 소리소문 없이 떠납니다.
겨우 한자리 남은 좌석을 마지막으로 예약 했는데 평일인데도 만석이라니...
동서울에서 1시간 40분이 걸려 원통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달랑 저 혼자인데 "저 사람은 어디 가는데 여기서 내리지?" 라며 속삭이는
사람들의 소리를 뒤로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건너편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잡아 타고서 옥녀네 탕!
△설악산 옥녀탕
성골의 들머리인 옥녀탕은 도로에서도 잘 보이는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곳이니
이곳은 탕을 가로질러 신속히 벼랑길을 타고 올라서야 하는데
그래도 할 짓은 다 한다~
△옥녀탕
옥녀탕을 가로질러 미끄러운 벼랑길을 오르다가
누군가가 떨어뜨린 스틱 한짝이 옥녀탕속 벽에 그대로 꽂혀 있네요.
어쩌나 내려 갈 수도 없었을 테고~
△계곡 아래까지 내려온 단풍
오늘은 앞서 지나간 사람이 없으니
성가시게 얼굴에 걸리는 거미줄이 신경 쓰이지만
간간히 나타나는 붉은 단풍에 시선을 빼앗기며 스틱을 휘저으며 나아간다.
△생각보다 올 단풍빛은 덜하다
△한계고성
한계고성 릿지길로 오르려면 이 지점에서 계류를 건너서
우측으로 올라야 하는데 오늘은 성골로 오를 것이다.
△적송지대도 지나고..
보일듯 말듯 계곡 우측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던 등로는
이제 여기서 부터는 사라지고 계곡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계곡트레킹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건천이라 물이 흐르지 않으니 미끄럽지 않고 커다란 바윗돌을 피해 오르는 재미도 있다.
△아랫쪽이 이 정도면 위는 단풍이 이미 졌을 것이다
△태풍에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해 어수선한 계곡은 원시적 분위기라 좋다
... ...
△아침 햇살을 받은 선홍빛 단풍이 예쁘다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걸으면 보이기 시작하는 암봉.
성골을 대표하는 암봉으로 여기서 부터 성골 안부에 올라서기 까지 계속하여
나타나는 절경에 앞과 뒤를 번갈아 돌아 보느라 자연히 산행시간이 지체되는 곳이다.
△풍경
△성골의 단풍은 화려함은 없지만 눈길을 계속 붙잡아 두기에는 충분하다
△바위만 보면 오르고 싶은 머루...
△돌아보면 숲에 가려 있던 가리산과 주걱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오색단풍
△걷는 것보다 뒤돌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성골을 오를 때마다 쉬어가는 단풍나무 아래 너럭바위
기온이 내려 갔다고는 하지만 양쪽이 막혀 있는 계곡에는
가을 햇볕까지 따갑게 내리쬐니 이마에 땀이 솟는다.
배낭 고리에 안경을 벗어 걸고 땀을 닦으며 주변 풍광을 즐기며 함참을 쉬다가
다시 배낭을 짊어졌는데 눈앞이 침침하고 어두운게 아닌가.
아뿔사 안경을 배낭 고리에 그냥 걸어 둔채로 배낭을 짊어졌는데 그만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작년 가을에도 관악산에서 하산 중 똑같은 실수로 안경을 잃어 버리고 찾지 못했는데~ㅋ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부릅뜨고 발밑에서 부터 더듬어 내려가며
안경을 찾아 바위틈 사이를 누비기를 한참,
정말 거짓말 처럼 어느 한곳 손상도 없이 저 아래 바위 틈에 안경이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5~6미터 되는 바위 너덜을 날아가 굴러 떨어졌는 데도...
감사하며 더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얼마나 지켜질지~♪
물론 흙길 보다는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징검다리 건너듯 살펴가며 바윗돌을 하니씩 건너 뛰는 재미도 있다.
△지나온 풍광이 아름다워 계속 뒤돌아 보게 되고...
△보고...
△또 돌아보고...
△자꾸만 뒤돌아 보게 만드는 가리산쪽 풍경
△성골의 건폭
그동안 힘들게 이어지던 계곡 너덜은 정면으로 바라 보이는 건폭 직전
커다란 바위밑에 샘물이 흐르는 지점에서 끝나고 이제 부터는 우측 급사면을 치고 올라야 한다
여기서 부터가 바로 안산을 이루는 거대한 깍아지른 바위군의
바로 벼랑 아랫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다.
△다시 이어지는 단풍터널
△늦은 감은 있지만 단풍이 그런대로~
단풍이 아니라 홍매화,
환장하게 고운 설악의 가을날 입니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것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면 나뭇잎이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일부러 안토시아닌이란 붉은 색소를 만드는 것이 단풍인데 이 안토시아닌은
엽록소가 파괴된 뒤에도 태양광선으로부터 잎을 보호하는 역활을 한다.
하지만 온난화 탓에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지 않으면 나뭇잎은 안토시아닌을 만들지 않아
단풍빛이 곱지 않은 것인데 올해의 설악 단풍이 바로 그렇다~
△붉은 단풍사이로 거대한 안산의 직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 해 전인가 절벽에서 실족하여 떨어진 어린산양의 사체가 있었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산양의 사체를 너구리 등 다른 동물들이 뜯어 먹고는
등가죽과 머리통만 남아있는 것을 수습해 돌무덤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안산의 기묘한 침봉군들
△저 숲속에 고양이가 숨어있다
△고양이바위
△까마득한 안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만약에 누군가 저 위에서 실수로 동전만한 바위조각 하나라도
떨어뜨리는 날에는 밑을 지나던 사람이 맞으면 크나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안산 정상에 오른 이들은 항상 발밑을 조심 해야만 한다.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고양이~
△아직도 시선보다 높게 보이는 가리산
△안산의 치마바위
△안산 정상부를 이루는 절벽(절벽의 중간 테라스 부분이 아마 산양들의 은신처일 것이다)
△오색 단풍은 이미 졌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성골...
△안부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성골
성골 안부로 올라서서 굳이 안산 정상을 밟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발길이 이끄는 대로 정상에 오르니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오늘도 역시 사람의 인기척 하나 없는 정상에서 설악의 氣를
가슴으로 머리로 흠뻑 받아 들이며 모처럼 주어진 가을날의 자유를 만끽한다.
△안산 정상
△안산 (1,430m)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머리를 보호해 주던 모자가 고마워 너도 한장~
△정상에서 바라보는 치마바위
안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뛰어 나지만
보다 훌륭한 조망처는 동쪽의 암릉지대를 조금 내려가면 북쪽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탁 트인 조망바위가 나오는데 그 유명한 고양이 바위도 이곳에 서야 잘 보인다.
바로 앞의 1,395봉을 지나 서북능선의 대장 귀때기청과
그 끄트머리에 대청이 보인다.
△건너편으로 한계고성 릿지능선
△고양이바위
가을날 이곳에서의 풍광이 압권인데 오늘은 그저그저 그렇다.
그러나 이게 어딘가
이 정도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인 것을...
△치마바위 뒤로 멀리 산행 날머리인 한계삼거리가 보인다
△조망바위에서 배낭을 놓아둔 정상으로 다시 오른다
△안산에서...
안산은 오늘로서 여섯번째 오지만 이곳이나 산행 중에 사람을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아쉽게도(?) 그 기록이 오늘 깨졌다.
정상에 배낭을 벗어 놓고 전망대로 내려가 고양이바위를 담고 올라오니
젊은 사람이 쉬고 있다가 반갑게 맞는다.
장수대에서 시작하여 탕수동계곡으로 하산을 하려는데 안산은 처음이라 내려가는 지점을 잘 모른단다.
하산 지점을 알려주고 먼저 자리를 뜨려는데 "사진 하나 찍어 드릴까요?" 라고 물어와
평소 인증샷 같은 것은 하지 않는 머루랑이 이지만
호의를 거절하기도 그래서 어색하게 한방!
1,257봉을 지나 모란골을 경유하여 한계삼거리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모란골 사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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