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코스 : 백담사~영시암~수렴대피소~곡백운~백운폭포~책바위~심마니터~서북릉~도둑바위골~한계령
길을 보면 떠나고 싶다.
산을 보면 오르고 싶다.
예전에 갔던 길은 다시 가보고 싶고
가보지 않은 길은 더 가보고 싶다.
세월이 흘러도 그 길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그 길을 걷는 이만 바뀌어 있을뿐...
그래서일까 오늘은 마치 처음 오는 길 같다.
내가 나이를 들어감일까~♪♬
△그동안 내리던 비는 이슬비로 변하고 안개가 짙어진다
△너무나 높고 너무 맑아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자켓위에 우의를 걸쳐 입었는데도 춥게 느껴진다
△손가락 장갑이 젖어서 손도 시려오고...
△가운데 너럭바위를 타고 넘는다
저 나무는 전생에 무슨 큰 잘못을 지었기에
송두리째 뽑혀져 거꾸로 쳐박히는 벌을 받아야만 했는지 안쓰럽다.
자연의 힘은 위대하고
때론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올라온 뒷쪽이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별거 아니겠지만
오늘 같이 노면이 비에 젖어 있으면 신경을 많이 쓰면서 올라야 한다.
△운무속 풍경
△와폭을 올라 구상나무 왼쪽으로 오른다
△책바위 아래 와폭지대
책바위에서 바로 직진하면 귀청골이고
서북능선으로 올라가려면 구상나무를 우측으로 끼고 좌측 계곡으로 오른다.
△바위 모양이 책을 켜켜이 쌓아 놓은 듯하여 책바위란다
오늘 이런 풍광을 보여주려 나를 설악으로 이끌었나 보다.
맑은 날이야 많지만 가을날 이런 몽환적 장면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가 않은데
이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선 자연이 주는 복이다.
△기계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주 계곡에 비해 현저히 수량이 줄어든 건골에 접어들어
식사할 자리를 찾아 보지만 마땅히 이슬비를 피할만한 곳이 없어 심마니터에서
김밥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는다.
△자연이 살아있는
△이끼풀은 가을비를 맞아 푸르름이 더하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부터 등로에 낙엽이 쌓여서 안 그래도 희미하게 남아있던 등로가 보이지않아
좌우로 몇 번을 오가다 주목나루 시이를 뚫고 능선에 올라오니 우측으로 확연하게 등로가 나 있어
아무생각 없이 그냥 따르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입구를 조금 지나쳐 오른 것이라 생각하고 우측으로 조금 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참을 내려가도 입구가 나타나지 않아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살피니
지금 진행하는 방향이 귀청쪽인 것이다.
다시 처음 올라왔던 지점으로 되돌아 가 살피니 작은 바위 뒤로 길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안개가 짙게 끼었는지 바로 코앞의 길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큰 암봉이 안개로 인해 불과 10여 미터 밖애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이 개일 기미도 보이지 않고 안개는 점점 짙게 드리우기 시작하는 한계능선에서 짧은 갈등을 한다.
편한 길을 따라 그냥 한계령으로 내려갈 것이냐 아니면 예정대로 안개속을 뚫고
도둑바위골로 내려갈 것이냐를 놓고 잠시 망설이는데 발길은 어느새
도둑바위골을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단풍보다 훨씬 더 나은 풍경
△수묵화 한 점 감상
△그냥 웃지요. 너무 감사해서...
△오직 자연만이 가능한 풍경
△마치 봄날의 개나리가 핀 듯...
△길이 따로 없지만 그나마 물이 흐르지 않아 다행
△자연의 선물 느타리버섯
오늘 아름다운 설악의 산수를 맘껏 누리며 즐긴 것도 고마운 일인데
느타리버섯까지 가져가 된장찌개에 넣어 먹으라고 선물까지 주시니 너무 황송할 따름이다.
버섯이 하산하는 반대 방향에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내 눈길이 머문 것은
정말 자연의 점지가 이니었을까.
△감탄만 하다가는 자칫 미끄러진다
△출입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한계령 도로로 나왔다
△안개비는 여전히 내리고...
한계령에서 16:45분 동서울행 버스를 타는 것이었는데
현재 시각이 16:00 한계능선에서 잠시 알바를 하지 않았더라면 16:00 버스를 탈 수도 있었을텐데
도로 갓길을 따라 휴게소로 올라가다 보니 16:00 버스가 지나쳐 내려간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한계령휴게 앞마당은 초겨울 날씨로 돌변해 버려 인적도 많지 않고
산위 보다 더 짙은 안개로 인해 통행하는 자동차들은 모두 비상등을 껌벅이며 눈길을 달리듯 서행을 한다.
축축해진 윗옷을 길아 입고 줄을 서서 한계령표 호떡 하나를 사먹고 출구쪽으로 미리 나가
10분을 더 기다려 동서울행 버스를 손을 들어 세워서 타고 한계령 고갯길을 내려오니 한계리쪽은
도로도 말라있고 하늘도 거의 개어 있어서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가을 산속을
홀로 걸었다는 것이 마치 꿈속에서나 있었던 일 같이 느껴진다.
비, 단풍, 낙엽, 미끄러움, 안개 등 오늘 마주한 모든 것들이 다 꿈만 같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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