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설악산

설악산 (노인봉~공룡옛길~신선대)

머루랑 2016. 8. 9. 10:35

        △중국 황석채를 부러워 하지마라. 한국에도 그에 못잖은 천화대가 있다

 

    행코스 : 비선대~설악골~사태골~범봉~노인봉~공룡옛길~신선대~천불동계곡~설악동

 

 

       ※범봉편에 이어서 계속~

       범봉에서 올라오다 노인봉 직전의 안부에서 늦은 접심을 먹고 공룡능선상의 노인봉에 오르니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이 난리도 아니다.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서 인지 보기드문 솔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데 

        꽃은 고사하고 주변 풍광사진을 담기도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오늘 설악권에 돌풍주의보라도 내렸는지 거의 태풍급이다.(중국에 상륙한 태풍의 영향?)

 

 

      △노인봉 정상의 대형 석조화분

 

       △솔나리꽃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귀한 솔나리꽃이 노인봉 부근에는 지천이다.

       다만 오늘은 바람 때문에 그걸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

       잠시 바람이 멎기를 기다리다 내가 숨이 넘어 뻔했다.

 

       결국은 나리의 허리를 붙들고 사정해서 겨우 한장.

       노인봉 아래 바위 사면에도 솜다리와 섞여서 많은 개체가 잘 자라고 있는데 뭇인간의 손길에서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개체 수를 내게 보여주는 것은 자연이 내주는 숙제임이 틀림 없는데~  

 

 

 

      △노인봉에서 조망하는 1,275봉

 

       △노인봉을 기준으로 범봉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암릉을 합쳐서 천화대라 부른다

 

       △솔체꽃(구름체꽃)

 

        노인봉을 비롯한 공룡옛길에는 솔나리는 물론이고 솔체꽃, 산오이풀, 바람곷, 솜다리 등 각종 야생화가 

        무진장 서식하고 있는데 야생화를 전문으로 촬영하는 이들이라면 탄성을 지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개체 수가 많다.

        10여동안 공룡능선이 휴식년제로 묶이면서 기존의 등로를 폐쇄하고 현재의 등로를 새로 만들면서

        사람들이 발길이 끊어진 옛길에는 귀한 야생화들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바람의 방해로 고스란히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바람은 계속 세차게 불어 대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든다

 

       △화채능선만 가늠이 될 뿐 대청은 운무에 가려 흔적도 없다

 

      △천화대능선

 

       △점점 짙어지는 운무에 아름다운 풍광이 뭍힌다

 

       △다시보자 천화대...

 

       △석조화분 위에 올라가 보니 화분에는 눈잦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다

 

 

       △저 바위로 올라가 아래의 풍광을 즐기고 싶지만 돌풍에 추락의 위험이 있어 바로 철수

 

       △저 암릉을 넘으면 공룡옛길의 개구멍 구간이 나온다

 

       △날씨는 흐려도 바람만 잦아들면 참 좋으련만 귀가 아플정도로 세차게 불어댄다

 

       △지금은 끝물인 솜다리도 더러 보이고

 

      

      야생화 담는 것은 여기서 포기,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더 담으려다간 내가 숨이 넘어 갈 것 같으니~

      내 눈에도 보이는데 저 고운 꽃들이 손을 타지 않고 언제까지 견뎌낼지... 

 

 

 

       △바람을 피해 안부에서 한참을 더 쉬다가 노인봉을 내려선다. 오늘 너무 많이 쉰다~

 

       △사람들이 발길이 멈춘 공룡옛길엔 솔나리, 솜다리, 바람꽃 등 각종 귀한 야생화가 지천이다

 

공룡옛길을 걷는 것은 오늘 산행계획에 없었다.

 평소에 공룡옛길을 언젠가는 한 번 다시 걸어 봐야지 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다리에 근육통도 생기고 이미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먹고

 정규등로로 내려가지 않고 기억을 더듬어 옛길의 흔적을 찾아본다.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지역연구좀 해 두는 건데... 

 

 

       △80년대 말에 두 번 산행하며 봤던 그림인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공룡옛길의 흔적이 지금도 저렇게 남아있다

 

       △아, 여기는 기억이 난다. 개구멍(좁은 침리구간)

 

      공룡능선에 현재의 우회길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을 통과하려면 바위틈이 좁아서

       배낭이 걸리는 등 매우 힘들게 빠져나갔던 것 같은 기억인데 지금에 다시 보니 어쩐일인지 

       바위틈에 배낭이 걸리지 않고도 자유롭게 바위틈을 빠져 나갈 정도로 공간이 넓다.  

 

       좁은 침리를 통과하면서 예전 직장산악회를 이끌고 힘들게 공룡길을 걸었던 추억이 떠올라 한참을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그 당시의 청년은 어느덧 반백이 되어 옛생각에 깊은 감회에 젖는다.

       갈 길이 바쁜 줄도 모르고...

 

 

 

 

 

      △그 당시 힘들어 하던 여사우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오는듯 하다. 그들은 그해 가을에 또 한 번 공룡에 도전을 했다

 

 

      △기억 속에서 잊혀져만 가던 공룡옛길...옛추억을 다시 일깨워 주어서 고맙다...많이~

 

 

      △그때나 지금이나 1,275봉은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저기 우측 허리께를 타고 넘어간다

 

       △발자국은 이미 지워지고 없지만 이 길을 걸었던 그날의 기억만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옛 흔적을 더듬어 그 길을 아주 천천히 걸어간다

 

     

       예전에 이길을 한 번이라도 걸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손뼉을 칠 그림. 독일犬 슈나우저를 닮은 기암.

 

 

       △조금 전에 내려온 공룡옛길상의 노인봉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에 거센 바람까지 오늘 설악의 날씨가 수상하다

 

      △여기를 내려서지 못해 울먹이던 여사우는 지금쯤 누구네의 할머니가 되어 있겠지

 

      △기억을 더듬어 암봉에 오르려다가 돌풍에 바닥으로 추락을 할 뻔...

 

      △마냥 즐기고 놀 때가 이닌것 같다. 해는 빠르게 저물어 가는데 말이다

 

 

 

       △추억의 옛길 탐사를 마치고 정규등로로 탈출

 

       △역시 삼형제가 최고다

 

       신선대가 멀리 바라보이는 곳에서 힘들게 걷고 있는 60대 후반의 부부를 만났는데

        이들은 내가 오늘 산행하며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며 나머지 한사람은 하산시 양폭에서 만난 이까지 합쳐 모두 세 명뿐이다.

       새벽6시에 설악동을 출발하여 지금 이곳에 있는데 더 이상 걷지를 못하겠다며 아내되는 분이 약간의

       오름길만 나타나도 땅바닥에 주저 않는다. 그래도 희운각대피소에 묵을 거라니 안심이 되어 나는 내 갈 길을 걷는다.   

 

 

       △여의주는 龍만 물고 있는게 아닌가 보다

 

       △우리나라 금수강산

 

      

     중국 황석채 풍경이 부러웠다고?

       설악산 공룡능을 단 한 번이라도 다녀간 이들이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오전에 한바탕 소낙비가 내리고 무더운 날씨에 습도까지 높아

       험한 길을 걷느라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하루였다.

       범봉 아래서 낮잠을 자느라 1시간 반을 허비하고 날은 저무는데 다리는 아파오고,

       내려갈 길은 아직 멀고도 먼데 머루는 어쩌나... 

 

 

      공룡 (우측의 뾰족한 암봉이 오늘 올라온 범봉이다)

 

       △무너미고개에 이르니 이미 오후 6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이후의 일은 정말 최악이었다.

        평소 같으면 무너미고개에서 설악동까지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한데 

        뭉친 근육으로 인해 발을 내디딜 때 통증 때문에 슬로우로 걸었더니 끝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무더위에 지친 몸으로 산길을 걷는 것이 지겹게 느껴진 것이 오늘 처음이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양폭 부근에서 나를 앞지른 젊은이 한사람 빼고는 하산하는 사람이 나 외에는 없었다.

        잦은바위골 부근에서 부터 헤드랜턴에 의지해 비선대 입산통제소에 이르니 불법 야간산행을 통제하기 위해

        야간근무를 서던 공단직원이 터벅터벅 홀로 내려오는 나를 보곤 놀란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각에 홀로 산행을 하시냐며..."  

 

       이왕에 늦은거 개울로 내려가 온몸을 씻고 속옷을 비롯하여 반바지에 셔츠까지 갈아 입으니 새로운 기운이 솟는 것 같다.

 

       공원매표소에 9시 20분경에 도착하여 택시를 콜하여 급행모드로 변환,

       속초 시외버스터미널로 달리는데 결국은 3분이 모자라 동서울행 10시 버스편을 놓치고 

       1시간을 기다려 오늘 막차인 11시 버스에 올라 2시간을 꾸벅이다 보니 새벽 1시에 동서울에 도착한다. 

 

      지하철은 평일 12시 53분이 막차인데 7분 전에 이미 끊겨버렸고 줄지어 서있는 몇 대의 택시를 타려니

       모두들 지방으로 내려가는 손님만 기다린다 하네. 이런 된장, 고추장, 쌈장할~

 

       빈차가 지나가기를 서서 기다리기 뭐해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구의역,

       다음 정거장이 우리집이니 여기서 건대입구까지 한정거장을 가려고 택시를 탄들 뭐할까 싶어 그냥 내쳐 걷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집까지 20분을 걸어 집에 도착하니 무더위에 왜 이리 무리한 산행을 하냐며 쏟아지는 아내의 잔소리...

       이제는 나이를 생각하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새벽잠을 깨우는 매미소리 보다는 헐 정겨웁다.

 

 

       다음에는 또 설악의 어느 골로 숨어들까~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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