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설악산

설악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보다

머루랑 2016. 10. 10. 16:46

  설악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보다

 

       ◈ 산행코스 (계획) : 용소골~칠형제봉~도깨비바위~잦은바위골~비선대

                               실제 : 천불동~용소골입구~양폭~무너미~공룡옛길~신선대~칠형제봉~고릴라바위~피카추~

                                100폭상단(바위틈 비박)~능선골짜기 2개 횡단~100폭~50폭~잦은바위골~촉스톤~비선대

 

     ◈ 산행일시 : 2016년 10월 6일(목) 오후부터 다음날 까지 비  

 

 

 

       짙은 안개비로 인해 시계가 매우 어렵다

 

 

      부산, 울산지역에 큰 피해를 주고 물러난 태풍 '차바'가 지나간 다음날인 10월 6일(목) 설악산을 향한다.

       원래는 5일날 산행계획 이었는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예약한 버스표를 취소하고 오늘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미시령터널 지나자마자 한화콘도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설악동에 내리니 단풍철인데도 불구하고 외로 설악동에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보이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단체 유커들 뿐이고... 

 

       오늘도 머루의 산행은 당연 비탐지이고, 또한 단독산행에 목적지는 용소골에서 칠형제봉을 오르는 것이다.

       어제 비가 많이 내렸는지 아직 단풍이 들지않은 천불동계곡 바위틈을 큰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가 이제는 춥게 느껴지는 10월 상순의 설악이다.

 

 

 

      련폭포 직전에서 우측의 용소골로 빠르게 스며드는데 초입의 폭포에는 수량도 많지만 무엇 보다도 

       사면의 바위가 비에 젖어 있어서 상당히 미끄럽다. 물기가 흘러 내리는 바위면에 더군다나 낙엽까지 달라 붙어 있으니 

       정신을 집중해서 조금 오르다가 이내 더 이상 오르는 것을 포기한다. 도저히 바위면이 미끄러워 오를 수가 없고 설령 이곳을

       어찌하여 통과한다 해도 앞으로 계속 나타나는 와폭들을 안전하게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 진다.

       공룡과 대청은 시시하고, 용아는 여기서 어프로치가 너무 길고...

       양폭위를 오를 때까지 고민을 거듭 하다가 결정을 한 것이 무너미에서 공룡옛길을 타고 신선대 2봉에서 

       칠형제봉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의 큰 패착이 될 줄이야...

 

 

 

      무너미고개에서 곧장 금줄을 넘어 신선대 암장으로 올라가는데 파란 하늘에 그렇게 맑던 날씨가

       점차 흐려지면서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을 한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알았는데 오늘은 물론이고

       다음날까지 설악권을 뒤덮었다는 사실이다. 그바람에 길을 길을 잃고 조난 직전까지 갔으니... 

 

       신선대 암릉을 오르내리며 신선대 2봉으로 향할수록 잠시 후 걷히리라 믿었던 안개는 점점 짙어만 가고 

       이제는 비까지 섞여서 내린다. 신선대에서 공룡으로 내려 갔으면 아무 탈이 없는 건데 

       칠형제봉을 고집 하다가 실수를 범하고야 말았다.

 

 

      

 

      ▲설악동에서는 날씨가 이렇게 맑았는데...

 

 

  초행인 길을 더군다나 오늘같이 짙은 안개비로 인해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행도 없이 혼자서 그 험한 칠형제봉을 간다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시야만 확보가 된다면 머루의 산행 경함상 길을 찾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오늘같은 날씨는 아니다.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 안개에 곳곳에서 길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고

       오늘은 어떻게 될지 몰라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두었다 위치를 확인할 때만 잠깐씩 켜면서 밧데리를 절약한다.

       계속하여 들고 가면서 확인을 하면 더 좋았으련만, 그래도 위치는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기에 안심을 하는데 

       속단하기는 하기는 이르다. 걱정을 하고 있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현상황을 설명을 하고 길을 찾지 못하게 되면

       산속에서 비박을 할테니 걱정을 하지 말라고 일러둔다.     

 

 

 

 

 휴식하는 것도 잊은체 길을 찾아 내려가다가 싸이트에서 많이 보았던 도깨비바위가 반갑게 안개 뒤에 나타난다.

       잦은바위골 하산은 이곳에서 빠진다고 했으니 바위 우측에 걸려있는 몇 개의 리본을 보곤

       확신을 하고 내려그는데 어라? 도깨비바위를 거의 한바퀴 돌다시피 하더니 다시 위쪽으로 오르다가 이제는 완전히 조금전 온 방향으로

       다시 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까 온 길을 다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살펴봐도 그 길인지 아닌지 

       도무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안개속을 돌아 가다가 나도 모르게 순간 걸음이 멈추고야 말았다.

 

      짙은 안개 뒤에 나타난 암봉은 다름 아닌 피카추바위가 아닌가.

      조금전에 도깨비바위라고 알고 온 것이 실은 도깨비바위가 아니라 고릴라바위였던 것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집선봉의 구름

 

  그러나 다시 올라가기에는 너무 많이 내렸왔고 다시 올라간다고 해도

       내려 가는 길을 찾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큰 물소리가 나는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데 역시 예상대로 100폭의 상단이다.

       60미터 자일 두 동이 있다면 폭포를 하강해 내려갈 수 있지만 내겐 30미터 자일밖에 없으니 능선 몇 개를 타고 넘어서

       희야봉능선으로 올라야 하는 것이다. 폭포를 가로질러 능선에 오르니 그동안 이어지던 희미한 길마저 끊기고

       이리저리 숲속을 헤맨 흔적들만 보이고 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를 더 헤매다 길 찾는 것을 포기하고 올라올 때 보았던 100폭 상단 150미터 지점에 있던 바위틈에서 

       오늘밤 비박하기로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간다. 전에 누군가가 이용했는지 흔적이 보이지만

       그러나 크기가 너무 짧아서 커다란 돌들을 주워다 축대를 쌓고 바닥에는 납작한 돌 깔고 한쪽 벽을 돌로 쌓으니 

       그 모습이 마치 문없는 구형냉장고 하나를 바닥에 뉘어 놓은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나무토막을 다목적용 톱으로 잘라다 서까래를 촘촘하게 걸치고 그 위를 참나무 가지와 단풍나무 잔가지들을 꺽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붕을 덮으니 완전한 비박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바닥에는 비에 젖지 않은 바위틈에 끼어 있는

       낙엽들을 모아다 바닥에 수북히 깔아 놓는다. 비바람이 심하게 불지만 않는다면 빗방울이 안으로 날아들 염려는 없지만 

       그 지붕 위에다 젖은 낙엽들을 더 보충해 뿌려 놓으니 보온까지 가능한 완벽한 비상 박터가 완성 되었는데 근 한시간이 걸렸다.

 

 

 

       휴대폰전원을 켜 아내에게 현위치를 찍은 위성지도를 보내고 통화를 하니 예상대로 안절부절 많은 걱정을 하고있다.

       산악구조대에 구조요청을 하겠다는 것을 말려 가며 안심을 시키는데 아무리 특수부대에서 5년 넘게 근무하면서

       생존훈련 및 각종 특수훈련을 받은 특수전요원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때는 20대이며 지금의 나이를 생각하라며 

       설악구조대에 구조신고를 하겠다는 아내를 겨우겨우 설득해 안심을 시키고는 비박 장비도 없이 어떻게 

       10월 상순 설악에서의 밤을 안전하게 지새울 수 있을지 배낭속을 열어 휴대한 품목들을 하나씩 확인해 본다.

 

 

  <휴대한 품목>

 

    음식 : 점심때 먹고 남은 볶음밥 절반, 빵 3개, 사과 반쪽에 귤 두개 그리고 막걸리 반병, 충분한 생수,  

                핫바 하나랑 껌 한통, 곶감 3개, 알사탕, 캔디류,   

          

    ● 의류 : 기본 복장외 여벌 티셔츠 하나, 고어 등산조끼, 바람막이자켓, 코어텍스자켓. 방수용 우의, 반장갑 하나에 추계용장갑 한 켤레

 

    ● 장비 : 헤드랜턴 2개, 30미터 자일 1동. 하네스, 슬링, 확보줄 두개, 다목적용 칼, 나침의, 호루라기, 

 

    ● 기타 : 신문 1부, 물티슈, 약간의 휴지, 등산수건 두 장, 쿠션 하나, 아스피린, 라이타는 찾지못함(항상 있었는데),

                그리고 여러 크기의 비닐봉지들 (실은 이게 실전에서 많이 유용함)  

 

 

 

      침낭이나 버너, 코펠, 매트리스와 같은 중요한 야영장비는 없지만

       현재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이제는 이것들을 최대한 이용해 오늘밤을 설악의 추위속에서 밤을

       안전하게 보내고 살아남을 대책을 강구하면 된다.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천불동계곡의 수량이 아주 많아져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흐른다

 

 

      비박터(비트) 돌바닥 위에 마른 낙엽들을 고루펴서 깔고 신문지를 또 그 위에 펼쳐서 깐다.

       그리고 내용물을 모두 빼낸 배낭은 납작하게 펴서 바닥에 깐 다음 모자라는 부분은 여유분 비닐이나

       스펀지 깔개 방석을 덧대면 된다. 등산화와 양말은 비에 젖었기에 양말은 벗어서 신문지 사이에 넣어 바닥에 깔고 

       등산화 안에도 신문지를 구겨서 넣어 놓으면 어느 정도는 습기를 제거해 준다. 

       젖은 양말을 갈아 신을 여벌의 양말이 없으니 장갑을 발에 한쪽씩 대한 깊이 끼워 신은 다음, 과일이나 빵, 밥 등을 쌀 때

       사용한 비닐봉지를 다시 몇 겹을 씌워 신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수우의용 자루를 양말처럼 신고 고무줄을 조이면 새 양말을 갈아신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또 한쪽의 발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하고 방수용 자루가 없으니 제과점에서 빵을 넣어준 두터운 비닐봉지를 갖고 똑같이 하면 된다.

       사람은 발만 따뜻하면 어지간한 추위에는 견디는 내성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면 마지막으로는 장갑과 비닐 등으로 감싼 두 발을 방수우의의 앞부분이 밑으로 가게 뒤집어 

       모자부분 속으로 집어 넣고 모자 고무줄을 조여주고 지퍼를 채운 후 허리까지 뒤집어 쓰고 우의 양쪽 팔을 이용 허리를 감싸 묶으면 끝이다.

       옷은 있는대로 모두 껴입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이 시렵다면 비닐봉지를 뒤집어 끼면 되고...

 

       나는 상의를 여섯 겹이나 껴 입어서(?) 아니다. 

       살겠다는 나의 정신력과 하늘의 도움으로 설악의 밤 추위에도 동사하지 않고

       겨우 살아남아 건강한 몸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선대앞

 

 

      그리고 요즘 같은 계절에 불시의 비박시 유의할 점은 

       물론 산속의 추위에 깊은 잠에 빠질 수도 없겠지만 자칫 잠을 자다가 저체온증으로 자신도 모르게 생을 마감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휴대한 버너나 불을 피울 도구라도 있다면 뜨거운 물을 끓여서 마시면 체온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데

       당일 산행을 하는 이들은 거의 이런 장비들을 챙겨오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나는 설악의 밤추위에 떨면서 일부러 깊은 잠을 자지 않았다.

       비는 계속하여 추적추적 내리고 배낭을 깔았어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몸의 떨림은 점점 커져만 가고

       계곡의 요란한 폭포음은 새벽으로 갈수록 더 크게 고요한 밤하늘을 울리는데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일게다.

       아침에는 비가 개이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빨리 날이 밝아 오기만을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안전하게 이곳을 속히 탈출할 수 있게 도와 달라며...  

 

       아무 준비없이 갑자기 닥친 설악에서의 악천후 비박에 자칫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비상상황에서

       그동안의 많은 산행 경험으로 슬기롭게 대처하며 추운 밤을 무사히 지새운 경험은 머루의 산행 기억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지만 이것 또한 자연이 나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면

       그날밤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대자연에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더욱 겸손해지리라~~ 

 

 

 

    

▼다시 전날 아침으로 돌아가...

      ▲용소골 입구의 미끄러운 폭포

 

      ▲용소골은 이 폭포의 좌측 사면의 암벽을 따라 오른다

 

 

       ▲비에 젖은 반질반질한 암반은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다

 

      용소골의 산행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다.

       물기가 줄줄 흘러 내리는 미끄러운 암반에 낙엽까지 달라붙어 있어서

       도저히 이곳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빠른 판단을 내리고 철수를 결정한다.

       설령 이곳을 통과한다 해도 계속하여 이어어지는 미끄러운 와폭지대를 안전하게 오를 수 없을 것이기에... 

 

 

      ▲양폭을 향하며 내려다본 오련폭

 

       ▲아직은 천불동의 단풍이 별로이다

 

       ▲양폭대피소

 

       ▲양폭

 

      ▲천당폭

 

 

 

 

        ▲무너미고개에서 금줄을 넘어 재빠르게 공룡옛길로 접어든다  

 

      ▲동쪽에서 구름이 몰려 오는게 심상치가 않다

 

       ▲희운각대피소가 내려다 보인다

 

      ▲아래서부터 개스가 점점 차오르기 시작한다

 

      ▲신선대 1봉 암릉

 

       ▲운무에 쌓이는 대청

 

      ▲신선대 3봉, 그리고 2봉(우)

 

      ▲신선대 1봉으로 오르는 공룡옛길

 

       ▲신선대 위용을 카메라로는 모두 담을 수 없다

 

     ▲겨우 절반만 살린다

 

 

      ▲신선대 풍경

 

 

       ▲신선대 오름길 풍경

 

      ▲오늘 단풍은 눈에 들어 오지도 않는다~

 

      ▲짙은 운무는 점점 암릉을 차오르고...

 

 

      ▲계속하여 암릉을 직진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직하 석굴이 나오는데 여기는 길이 아니다

 

      ▲지나온 풍경들

 

      ▲풍경

 

      ▲조금전 지나온 암봉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운무는 점점 짙어지는데 안개비까지 내린다

 

      ▲신선대 2봉 가는길

 

      ▲지나온 풍경들이 운무속으로 사라진다

 

       ▲아래 사진의 정상이 신선대 2봉

 

      ▲신선대의 기암들

 

       ▲풍경

 

       ▲신선대 2봉 정상.

        이곳에서 아래 사진의 희미한 급사면 능선으로 치고 내려가면 칠형제봉으로 가는 길이다 

 

       ▲신선대 2봉 정상

 

      ▲이곳에서 간단하게 중식을 했

 

      ▲오늘은 근거리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림은 괜찮은데 조망이 없어 길을 찾느라 몸은 고셍이다

 

       ▲코끼리바위 또는 코뿔소바위라 부르는 바위이다

 

       ▲운무가 잠시 겉히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침봉군에 놀라고

 

       ▲바로 앞의 것밖에 볼 수 없으니...

 

      안개속를 뜷고 갑자기 불쑥 나타난 침봉에 놀라는데

       그동안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이 보아오던 바로 칠형제봉의 맏형격인 7봉이라는 것을 알았다.

       용소골에서 제대로 올라 왔다면 바로 이 암봉의 우측 아래로 연결이 되어 고생을 덜었을 것이다.

 

 

      ▲짙은 안개에 암봉 오르는 길을 처음에 놓쳐 잠시 당황하기도

 

 

       ▲안개 속에 길을 찾느라 시달려 그만 도깨비바위라고 착각한 고릴라바위

 

       ▲도깨비바위라고 착각한 고릴라바위 우측에 매달린 리본이 보인다

 

       선답자들의 글에서 도깨비바위에서 잣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하여

        주변을 살피니 기암 우측으로 리본이 몇 개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곤 기쁜 마음에 한동안 따르다 보니 

        느낌상 내려가지 않고 기암을 거의 한바퀴 돌아서 다시 올라가다 옆으로 옆으로 횡단하는 것이다.

  

 

       ▲피카추바위

     

       조금전에 내려온 길을 따라 다시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그냥 미끄러지며 따르다 보니 세상에...

       피카추바위로 내려오고야 말았다.

 

       아까 도깨비바위라고 생각한 것은 실은 도깨비가 아닌 고릴라바위였던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여태껏 도깨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착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위안을 삼아~??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면 이 피카추바위가 측으로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사진과 같이 바위가 우측으로 보이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100폭 상단 비박터에서 아침에 일어나 바라보는 굴밖의 풍경(아직 밝지 않아서 사진이 흔들린다)

 

       간밤, 10월 설악의 밤을 추위에 떨며 임시 비트에서 보낸 이야기는

      차후에 기회가 되면 그때 설명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 

      실은

      너무 끔찍해서 다시 생각하기도 싫음...

 

 

 

 

                                    비박 장비도 없이

                                     짙은 안개에 길을 잃고 바위틈에서 설악의 10월 밤을 지새운 경험은 정말 끔찍했다.

                                     특수부대에서의 많은 생존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하늘이 돕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지난밤 도움을 준 장갑위에 비닐과 우의 커버로 감싼 두 발을 찍어본다

 

 

     박터에서 능선의 길을 개척해 가며 어렵게 30분여를 오르니

      작은 안부가 나오며 우측으로 볼펜 굵기의 하얀 나일론 빨래줄을 두 가닥 매듭을 져 내려뜨린 곳을 발견했다.

      아마 이곳은 설악 마니아들과 안내산악회에서 이용하는 지름길인 것 같고 아마도 100폭 상단의

      계곡을 따라 15여분 여를 오르면 이곳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을 것 같다

 

 

       ▲100폭 옆의 건폭에도 비가 내려서 실폭 형태를 이룬다

 

      ▲건폭

 

      ▲건폭은 위에서 2개의 계곡이 하나로 합쳐져 떨어진다

 

       ▲100폭이다

 

     100폭의 상류에서 우측으로

       150여 미터 올라간 지점의 바위틈 박터에서 지난밤을 홀로 추위와 싸우며 지새웠다.

       60미터 지일 두동만 있었다면 폭포로 하강하면 끝인데...

 

 

      ▲100폭 아래의 단풍은 곱지만 암반은 무척 미끄러워 자일을 까는게 안전하다

 

 

      ▲암반이 비에 젖어 미끄러워서 추락에 조심조심

 

 

      ▲50폭은 미끄러운 길을 내려갈 만큼 가치가 없어 그냥통과

 

      ▲언제나 그자리에 바나나바위

 

      ▲사각탕 상단의 횡단지역은 암반이 무척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이곳 와폭지대에서도 자일을 설치하지 않으면 물에 빠지지 않고는 내려 올 수 없다

 

       ▲어제 짙은 안개속에 길을 놓치지 않았다면 이 잣골로 내려올 수 있었을턴데 아쉽다

 

       ▲잦은바위골의 촉스톤바위를 지나면 하산에 큰 어려움은 이제 없다

 

 

 

 

 

 

 

 

 

 

      본의 아니게 설악에서 준비도 없이

      비박을 하게 되었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하산을 할 수 있었다.

      특전부대 근무시의 경험과 30년이 넘는 산행 경험의 지혜가 합쳐지고 자연의

      너그러운 보살핌 까지 더해져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었음에 감사를 드린다. 

    

      ♣ 2016년 10월 7일은 머루가 다시 태어난 생일이다

 

 

 

 

 

           

 

        ◈특전부대 생존훈련 시 몸에 익힌 생존의 7원칙을 더듬어 본다.

 

        1. 당황하지 마라.

        2. 삶의 가치를 알라.

        3. 절대 포기하지 마라

        4. 목숨을 소중히 여겨라

        5. 현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라.

        6. 이용 가능한 모든 것을 이용하라.

        7. 탈출(구조)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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