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시월, 푸르른 날, 그늘 속에는

머루랑 2009. 10. 25. 22:21

             <시월/ 홍해리, 푸르른 날/ 서정주, 그늘 속에는/ 양문규>

 가을 길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들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가을 길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들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리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 세상이 빛과 소리에 취해

원형의 전설과 추억을 안고

추락,

추락하고 있다

 

<시월/ 홍해리>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 하나를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 서정주>

 

 

 

 

 하늘 받든 은행나무는 안녕하신지? 햇살 푸지도록 환한 날

 

  

 

하늘 받든 은행나무는 안녕하신지?

햇살 푸지도록 환한 날

다시 천태산 영국사로 든다

은행나무는 낮고 낮은

골짜기를 타고 천 년동안 법음 중이다

해고노동자, 날품팔이, 농사꾼

시간강사, 시인, 환경미화원

노래방도우미, 백수, 백수들......

도심 변두리에 켜켜이 쌓여 있는

어둠이란 어둠,

울음과 울음의 바닷속을 떠돌던

사람이란 사람 모다 모였다

가진 것 없어 정정하고

비울 것 없어 고요한

저 은행나무 그늘이 되고 싶은 게지

 

<그늘 속에는/ 양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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