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 좋아서>/수도권

용문산

머루랑 2009. 12. 13. 20:33

 

 △일주문에서 용문사로 가는 산책로 모습

 

    ◆ 산행코스 : 용문사~용각바위~마당바위~갈림길~가섭봉~장군봉~상원사~삼거리~용문사(6시간 30분)

 

          계절답지 않게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나에게는 실망감과 함께 가느다란 희망을 품게 만든다. 

          꾸준히 내리는 비가 어느순간 부터는 눈이되어 내려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마치 눈을 기다리는 어느 소녀같은 마음으로....

 

 

 

 △용문사 일주문

 

 어제부터 종일 내리던 겨울비는 아침이 되어서도 나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한체 그만 잦아 들었다.

조금은 실망한 나를 위로하려는 듯, 용문사로 오르는 황톳길은 얼어붙어 있던 얼음도

모두 녹이며 말끔하게 단장을 끝내고 나를 반긴다.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

 

너무나도 유명한 용문사 은행나무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얼마나 철저히 자기 자신을 버렸는지 그 수 많은 가지에 가랑잎 하나, 은행알 한알 남기지 않고 모두 떨구어 버렸다.

 

비움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절집을 대표하는 은행나무이다.   

  

 

 △빈 새집 하나

 

그 누군가가 보금자리를 틀고 행복을 품었던 흔적은 이렇게 남아서

차가운 겨울비를 가슴으로 묵묵히 맞는다.

 

 (올라갈 때 보아 두었다가 내려 오면서 어둠속에서 담았다)

 

 

  △▼이름없는 폭포들~

 

  

 

   △앙증맞은 미니폭포

 

두터운 얼음장으로 변해가던 절골계곡의 미니 폭포들은 갑자기 내린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게 내린탓에 

계절의 감각을 모두 잊어버리고 깊은 계곡을 울리며 시스템을 '봄모드'로 바꾸어 놓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소의 깊이가 3미터가 넘는다

 

 

 

 

 

  △마당바위 전경

 

짙은 안개가 어찌나 심한지 호흡마저 가빠지는 느낌이다.

높이 2미터에 둘레가 35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바위는 마당처럼 평평하고 넓어서 마당바위라 부른다.

20여명 정도가 쉬어 가면서 간식도 먹고 땀을 식히기에 아주 적당하며 개울가에 접해있다.

 

 

 

 

 △보이는 세상은 온통 우유빛~

 

  

 

  

 

  △운무에 젖은 소나무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져 10여미터 앞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데 암릉길에

가끔 나타나는 소나무들의 실루엣은 묘한 느낌을 준다.  

 

  

 △저 철계단을 오르고 나면 맑은 하늘이 보이려나...

 

 

 

  

 나뭇가지들에 하얀 설화가 피어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한겨울에 희귀하게 안개가 피어 오르는 산을 오르는 재미 또한 색다르다 하겠다.

 

 

 

 

  △신선이 구름을 타고 지나가나 갑자기 운무가 더 짙어졌다

 

바로 이 사진을 담고 카메라를 넣느라 경사진 진흙길에 얼음이 녹으면서 위태롭게 걸려있던 바위를 그만

잘못하여 밟는 바람에 배낭 크기만한 바윗돌과 함께 3미터 여를 구르다가 바위가 왼쪽 정강뼈 부위를 강타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큰 사고라는 생각이 미치며 스타킹을 내리고 살펴보니 상처는 그리 크지 않은데

주위가 많이 부어 오르면서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하다.

등산화 옆부분을 같이 치면서 충격이 다소 감소한 탓이라 덜 다친 것 같았다.

 

돌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놀라서 멀리 앞서가던 부부가 되돌아서서 괜찮으냐고 물어 오는데,

아픈 것보다는 진흙 투성이가 되어버린 엉덩이와 손이 더 창피하다.

 

힘든 군생활을 하며 수 십번의 낙하산을 타고 내리는 훈련을 하면서도 단 한번의 골절사고도

 없었는데 별로 위험하지도 않은 용문산에서 큰 골절 사고를 당할뻔 했다.

 

그러기에 산행 중에는 딴전을 피면 절대로 안 되는 법인데....

  

 

 

 

  소리없이 흔들리는 나무들의 향연...

 

 

 

 

  △정상아래의 설밭

 

1,000고지 이상에 다다르니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눈밭, 

정상 가까운 지점에는 워낙에 많은 량의 눈이 쌓여있던 탓에 어제 종일내린 겨울비에도 불구하고

다 녹지 않고 이렇게 남아서 산자락을 감아도는 안개와 함께 또 다른 느낌을 던져주고 있었다.  

 

 

 

  

 △용문산 정상의 표지석과 가섭봉조형물

 

 최근(12월 3일), 용문산(1,157m) 정상에는 정상을 나타내는 조형물이 하나 섰는데, 발전하는 양평군의 미래를

 승화한 조형물이란다. 조형물 몸통 아래쪽에는 용문산 가섭봉'이라는 문귀가 적혀있는데, 

'가섭봉' 이라는 이름도 조금은 생뚱맞기도 하고 용문산을 몇번 찾았던 이들도 아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 것이다. 

 

이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본인이 '김선교 양평군수'에게서 직접들은 이야기인데,

경기도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이 40년 가까이 공군부대 시설로 묶여있는 바람에 정상을

영원히 잃어버릴 것을 염려하는 지역주민들의 염원을 바탕으로 전문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옛 문헌을 뒤져서 가섭봉이라는 이름을 찾아 냈다고 한다. 

 

이제는 용문산이 아니라, 용문산의 가섭봉, 장군봉, 백운봉이라 따로따로 떼어서 부르자!

 

 

 

 

  △한 겨울에도 이끼가 자라는 나무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굳굳이 살아가는 이끼의 끈질긴 생명력,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능선안부)

 

 

 

  △마치 비보이의 춤을 보는 듯 흐느적거리는 모습의 노거수 한그루~

 

 정상을 조금지나 너덜지대 부근에서 이슬비를 피하며 식사할 곳을 찾아 오르다가

이끼가 살짝 덮힌 바위를  잘못 밟는 바람에 보기좋게 또 넘어졌다.

얼마나 아파던지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온다. 어이쿠~

    다친쪽 정강뼈에 상처가 또 났으니 오늘 왼쪽발이 수난을 면치 못하는 날이다~ㅎㅎ그래도 웃자~ 

 산행 하면서는 모두들 한잔씩은 마시는 술도 전혀 마시질 않는데 오늘은 이상하다.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온 탓인가?? (꽤 괜찮은 메이커 신발 임~)

 

 

 △싸리나뭇 가지에 송송이 맺힌 이슬비... 

 

정상부근의 능선에 다다르니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녹아내리는 눈에 길바닥이 질척거려서

 매우 미끄럽고 위험하다. 우비를 꺼내어 걸쳐 입기도 그렇고해서 안 입었더니

옷이 금새 축축해지며 한기마져 느껴온다.

 

사실은 돌과 함께 구를때 진흙이 뭍어버린 바지와 엉덩이 부분을 눈으로

아 내면서 옷이 흠뻑 젖어버린 탓이 더 크다~♪

 

 

 

 

  △아름다운 수묵화 한점

 

짙은 운무속의 소나무 자태는 마치 한폭의 수묵화들을 보는 듯 신비스런 모습이다.

 

  

 

 △용문사에서 4킬로미터를 지난 능선에 있는 이정표

 

한시간 전, 바위와 함께 구르며 다친 왼발이 점점 쑤셔는 오는데 가야할 거리는 장군봉에서 좌측의 경사진

암릉길 로프지대를 통과하여 상원사를 거쳐 용문사까지는 아직도 5.2킬로가 남아있다. 

 절룩거리며 그래도 오늘의 목표는 계획대로 완주 해야만 한다.

 

무리한 산행을 했다고 나중에 울 옆지기한테 혼이 날텐데...

 

 

 

  △장군봉 정상에서 굴러 떨어진 표지석

 

오래되어 낡은 군벙커가 있는 장군봉에서 상원사로 향하는 내리막길 20여미터를 내려오다가 짙은 안개속에 누워있는

허연 물체를 보고는 순간 깜짝 놀랐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정상에 있어야할 정상석이 밑으로 굴러 떨어져

흉측스럽게 나 딩굴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고보니 이상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장군봉 정상에는 2미터 가량의 커다란 사각형 이정표가 부러져 땅에 아무렇게 뉘어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일부러 이정표를 파손하고 저 정상석마저 굴려서 떨여뜨린

것이리라. 정상 표지석이 올려져 있던 자리는 견고하게 만든 받침석만이 홀로 있었고...

 

그때는 정상석이 올려져 있던 곳인지도 몰랐다가 이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장군봉에 이르는 이 코스는 백운봉까지 종주하는 사람들 외에는 잘 찾지도 않는 곳이라 

평소에도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 곳이다. 힘들게 산을 올라온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한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진정한 산님들은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혼자서는 밀어 버릴 수도 없는 아주 커다란 바위덩이인데 참으로 힘이 아까운 몸쓸 인간이다.

 

 

 

  △조망이 없으면 앞에 보이는 것만 보~면 되고~~♪♬

 

다친 다리를 이끌고 경사진 미끄러운 길을 내려오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아까 넘어지면서 리듬이 깨어져 버린 탓인지 온 몸에 넘쳐 흐르던 힘찬(?) 기상은 오간데 없고, 산행하면서 처음으로

 

조금은 지겹다는 생각도 가져보는 오늘이다. 산행시작 내내 30미터 이상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짙은 안개속의 답답한 산행이라 그런 생각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돌절벽

 

거대한 차돌성분으로 이루어진 바위 절벽은 안개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자태로

하얀 피부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부엉이 방귀나무(?)

 

어릴적 시골에서는 부엉이가 나무에다 방귀를 뀌면 저렇게 된다고 했는데

사실은 저 것도 나무가 앓고 있는 일종의 나무암 종류이다.  

 

  

 

   △상원사 갈림길의 자작나무 군락지

 

낙엽위에 비가내려 엄청 미끄럽고 험한 로프지대를 힘겹게 내려온 다음 상원사가 왼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자작나무가 있는 능선에 이르자 짧은 겨울해(이날은 햇볕 한줄 구경도 못함)도 이미 기울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상원사 앞마당으로 난 능선길을 가로질러 2.2킬로를 더 가야만 용문사에 이르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안경알에 맺히는 습기 때문에 앞을 가늠할 수도 없고 흐른는 땀은 찬비가 되어 목덜미를 적신다. 

 

  

 △어둠이 내리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실루엣~

 

  어둠은 이미 내렸는데 경사진 돌길은 매우 끄럽고, 안경에 습기마져 차서 아예 안경을 벗어들고 산길을

 더듬으며 내려 가려니 눈뜬 장님이 따로 없다. 안경을 벗으면 길이 안 보이고

안경을 끼면 뿌옇게 습기가 차서 더 안 보이는...

 

헤드랜턴을 켰지만 낙엽이 쌓여서 저 길이 이 길 같고, 이 길이 저 길 같아서 

터덜터덜 다친 다리를 이끌고 내려오는 내 신세가 모처럼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진다~ㅎ 

 

그러기에 겨울산행은 해가 지기전에 일찍 하산을 마쳐야 한다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쯧쯧쯧~

 .

 .

 

 

  △용문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산책길 잉크빛 풍경들이 참으로 곱다

 

(다음날 아침에 상처를 살펴보니 복숭아뼈 아래가 손바닥 크기 만큼, 저 사진과 같은 잉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

.

 

  

비록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짙은 운무에 이슬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 다리까지 다쳐가며 힘들게 진행한

 

 용문산 가섭봉 산행이었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찾아보는 뜻있는 산행 이었다고 자평해 본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변화에 예기치 않은 사고까지 부를 수 있는 겨울 산행에 평소 소홀했던 나의

 

느슨해진 마음가짐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산을 다니면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해저문 산속에서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을테고(연락이 될 때만 가능..) 

 

그러면 나 하나로 인하여 또 여러사람이 고생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조금은 힘들었던 용문산 가섭봉 산행을 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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